이럴 줄 알았다. 추진을 시작하던 시점에서부터 말이 많더니, 결국 꾸준히 탈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만 해도 4대강 공사현장에서 강바닥이 침식하는 세굴현상, 부영양화로 인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것이 확인된 데다, 일부 지역의 홍수 피해가 공사로 인해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잇따른 4대강 위험 경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사실은 4대강 죽이기 사업이었음을 인증하기라도 하는 듯하다.

정부의 입장은 여전하다. 국민들에게 아직 전달이 잘 안됐지만 걱정은 기우일 뿐이고 4대강은 안전하다는 말만 여전히 반복한다. 그러나 태연한 듯한 입장과는 다르게, 시민단체가 지적하고 있는 4대강의 위험성에 대해서 정부 역시 알고 있는 모양이다. 창녕함안보 하류의 강바닥이 최고 20m씩이나 패인 것으로 드러나자, 다른 보들의 안전점검을 실시해 긴급 땜질에 나섰다. 녹조현상이 4대강 사업에 의해 악화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과는 다르게 취수장과 정수장에 정수용 활성탄을 최근 갖춰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최근 4대강 사업으로 홍수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점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착수하기도 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해 온 사실과 모순되는 일이다.

녹조현상이 나타난 구미보 ⓒ 연합뉴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애초부터 문제가 많은 사업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좌절된 그의 공약 ‘대운하’ 대신 스리슬쩍 등장하더니, 국민적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되었다. 2009~2010년 실시된 관련 여론조사에서 과반 이상, 높게는 70~80%의 국민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던 바 있다. 

게다가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환경, 건축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공사를 마치는 데 초점을 둔 것처럼 급속도로 공정률이 올라갔다. 2008년 하반기에야 검토되기 시작한 ‘전국토 대상의’ 사업이, 바로 이듬해인 2009년 11월 첫 삽을 떴다. 목표 공정률 초과 달성 행진을 거듭하더니 2012년 2월 현재 전체 91%, 본류 96%의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스피디한 공사 진행은 4대강 사업의 위험성을 더욱 키우는 일, 최근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충분한 검토와 검증 과정 없이 일단 진행하고 보는 모습에서, 4대강 사업의 진정성조차 의심이 된다. 정말 4대강을 살리기 위한 공사인지 아니면 임기 내의 치적을 남기기 위한 공사이거나 ‘토건 재벌’들의 배를 불려주기 위한 공사인지 말이다.

공사가 끝나기도 전부터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허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4대강 공사장에서 23명의 인부가 목숨을 잃었고, 멸종위기종이 폐사하고 문화재가 훼손되는 등 자연생태계와 전통도 파괴됐다. 심지어 홍수 예방, 하천 생태계 복원, 시민 쉼터 개발 같은 사업의 목표마저 오히려 반대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문제들이 더 발생하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걱정에 대해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또 다시 ‘기우’라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다. 누구 말이 맞았는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기우가 현실이 된다면, 4대강 사업은 이대통령의 치적이 아닌 역사적인 잘못으로 남을 것이다. 반대를 무릅쓰고 내 말이 옳다고 우기는, 대통령의 ‘나쁜 예’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