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오를 때, 내려오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왼쪽으로 비켜줘야 할지, 오른쪽으로 비켜줘야 할지 한번쯤은 고민해봤을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대부분 우측보행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우측통행이 시행된 지 2. 아직까지도 계단을 오르거나 길을 걸을 때 오른쪽으로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오른쪽으로 가야할지 왼쪽으로 가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사람들과 부딪히기 일쑤다. 오히려 우측통행 시행이후 더욱 무질서해진 느낌마저 든다. 이미 우측통행보다는 좌측통행이 익숙한 사람들, 그렇다면 왜 우측통행을 시행하는 것일까.


좌측통행은 일제 강점기 시대의 잔재이기 때문이다. 1921년 일제 강점기 때, 조선총독부는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방법을 일본과 같은 좌측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는 우측통행이 기본이었다. 종묘제례나 과거 행렬도 등의 자료를 보면 전통적으로 우측통행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광복 후에는 미군이 차량은 자신들과 맞게 우측통행으로 바꾸었지만, 좌측보행은 그대로 두면서 사람은 좌측통행이라는 인식이 굳어진 것이다. 그래서 국토해양부는 2010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행문화를 우측통행 원칙으로 바꾼다는 보행문화개선방안을 발표했다.

90년만의 보행혁명이라 불리는 우측보행, 장점이 많다.


첫째, 짐을 들고 있는 보행자끼리의 충돌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른손잡이인 사람들은 보통 오른손에 짐을 많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좌측통행을 할 때는 충돌할 우려가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90%가 오른손잡이임을 가만했을 때, 우측통행을 하면 그럴 경우가 적어진다.

둘째, 지하철뿐만 아니라 공항 게이트 같은 경우 개찰구가 오른쪽인데 좌측통행을 하게 되면 무질서 해질 수 있지만 개찰구 방향과 같은 우측통행을 한다면 쓸데없는 충돌을 막을 수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우측통행 시뮬레이션 효과분석 결과, 보행속도는 1.2~1.7배 증가했고, 충돌 횟수는 7~24%감소, 보행밀도는 19~58% 감소했다고 한다.

셋째, 횡단보도를 건널 때, 우측보행을 한다면 차량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도 내에서 차와 마주보고 보행하는 경우 긴급한 순간에 차량을 피하기 쉬워 교통사고 예방 효과가 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02~07) 보행자 사고통계에 따르면 차와 보행자가 대면통행을 했을 경우 사고 건수는 8658명으로 비대면통행 사고 건수 12618명에 비해 낮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또한, 연간사망자와 부상자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인적 피해비용과 심리적 피해 비용 역시 약 2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측통행이 잘 되지 않는 이유
, 정부의 홍보 부족과 사람들의 인식 때문

현재 국토해양부에서는 좌측통행을 유도하는 표시를 없애고 복도, 출입문, 계단, 개찰구 등 우측통행을 유도하는 표시를 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 홈페이지의 자료에 따르면, 일반보도나 지하철 환승 통로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좌측으로 통행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국토해양부 홈페이지-보행실태

김성진(26) 씨는 서울은 우측통행 유도표시도 잘 되어 있고, 어느 정도 홍보가 되는 듯하지만 지방은 거의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지방이든 수도권이든 우측통행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고, 더욱 활발한 홍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최예진(22) 씨는 사실 좌측통행을 하던 것이 오랜 습관이라 잘 안 고쳐지는 것 같다. 습관적으로 왼쪽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우측통행을 시행하면서 오히려 더 무질서 해지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우측통행이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오랜 습관과 홍보 부족을 꼽았다. 하지만 약 90년 동안 굳어져온 좌측통행의 습관은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는 듯하다. 또한 정부에서도 사람들이 좌측통행과 우측통행 사이에서 우왕좌왕 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좌측통행이라고 적혀있던 푯말을 우측통행이라는 글자만 바꾼다고 해서 사람들의 보행습관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우측통행의 편리함과 효과에 대해서 꾸준히 홍보하고, 우측통행 유도표시가 한눈에 잘 들어올 수 있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 우측통행을 습관화 하도록 노력해보자. 우측통행은 여러 가지로 보행자에게 이점이 많다. 사소한 습관이지만 우리에게 더 편리한 습관을 습득함으로써 조금 더 질서 있는 시민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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