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들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거 보니 이런 행사 그냥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스타벅스가 지난 17일부터 시작한 이벤트인 ‘해피아워’에 대해 한 트위터 유저가 남긴 감상이다. 스타벅스는 새로운 프로모션 런칭을 기념해 26일까지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에 프라푸치노 제품을 본래 가격의 1/2로 판매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우리나라 커피프랜차이즈 중 2번째로 많은 매장을 가졌다는 것을 자랑하듯 스타벅스에는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음료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트위터 유저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저께 구로디지털단지와 혜화역 근처의 스타벅스에는 40여명 가량이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서있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들이 저렇게 바삐 움직여도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 줄이 줄지 않았다는 얘기다. 

저런 단발성 이벤트들은 아르바이트들에게 ‘재수가 없다’는 생각을 불러 일으키기 쉽다. 아르바이트 계약을 할 때 예상하지 못했던 데다가, 특정 시간대만 일하는 파트타이머가 많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행사시간인 오후 3시~5시에 근무하는 파트타이머는 단지 운이 없을 뿐이다. 그 외 시간을 맡는 아르바이트는 운이 좋다고 여기기 쉽다. 이벤트를 위한 특별채용 등 마땅한 대책이 없다면 말이다. 유명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31일이 껴있는 달마다 여는 ‘31Day’ 행사도, 한 패밀리레스토랑의 15주년 행사도 마찬가지다. 날짜만 정해져 있는 터라 무슨 요일이 걸릴지는 결국 운에 맡겨지는 것이다. 
 



문제는 일련의 이벤트들로 매출이 늘어나도 아르바이트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단발성 이벤트로 매출이 평소의 3배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아르바이트들은 그만큼 더 많은 일을 더 빠르게 해야 했다. 이벤트로 제품가격이 싸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차이는 더 심해진다. 마르크스가 ‘노동이 가치를 창출한다’고 주장한 노동가치설에 걸맞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은 평소와 같이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받았다. 급격히 늘어난 매출에도 이들의 노고는 감안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 늘어난 이윤은 어디로 갈까. 점주는 그날 매출에서 다음날 영업에 필요한 돈을 제외하고 모두 본사로 보내고, 본사는 계약에 따라 일정 금액을 다시 점주에게 돌려준다. 이익을 보는 건 결국 본사와 점주들이라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직영점으로 운영되므로 본사가 그 이익을 전부 갖게 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계약서엔 단발성 이벤트들을 불만 없이 수용하고 충실히 근무를 하라고 명시되어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을’의 처지를 생각하면 아르바이트들은 군소리 없이 ‘갑’의 요구에 따라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을’은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해진 시간에 얼마나 많은 일을 하던 간에 상관없이 이들 손에 쥐어지는 건 짜장면 한 그릇을 겨우 사먹을 수 있는 돈이다. 50% 가격에 제공되는 프라푸치노 2잔을 마실 수 있는 정도다. 가히 착취라 부를만 하다.

기업은 추가 이윤이 났을 때 주주들에게는 배당금을, 직원들에게는 상여급을 지급한다. 이는 투자금에 대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고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비정규직은 이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1/4에 불과하다. 이를 1/2까지 올린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오갔으나 언제 바뀔지는 미지수다. 적어도 추가 노동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기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내일 다시 찾아올 ‘해피아워’에 줄지 않는 긴 줄을 따라 늘어져있는 사람들을 보며 아르바이트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감히 짐작할 수 없다. 그들은 몸을 움직이느라 생각조차 할 시간도 없지 않을까. 물론 우리 소비자들에겐 이벤트를 하는 곳을 찾아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 가격차엔 정보를 찾고. 기다리는 시간과 노력, 평소보다 조금 안 좋은 서비스도 받아들일 수 있는 배려심과 인내도 포함돼 있다. 그러니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탓할수는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아르바이트를 착취하는 형태로 이벤트를 진행하는 스타벅스의 행태에 있다. '해피아워' 행사가 정작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에게는 '새드아워'를 만들어주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