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시장의 당선 이후로, 서울에서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역은 혼돈에 빠졌다. 이명박에서 오세훈으로 이어지던 주택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게 된 것이다. 하지만, 2002년에서 2011년 동안 곪을대로 곪아있던 뉴타운을 청소하려는 박원순시장도 힘에 부쳐 보인다.

뉴타운은 어쩌면 서민들이 마지막으로 꿈꿀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알이었다. 하지만 그런 환상은 깨지고 말았다. 뉴타운을 마구잡이로 지정했던 서울시와 국회의원들은 나몰라라하는 상태로 임기가 끝났고, 박원순시장이 그 뒤처리를 맡게 되었다. 그는 마을공동체라는 주요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마을공동체라는 것은 마을의 커뮤니티를 유지하면서 더 살기좋게 유지, 보수하는 것을 말한다. 대단지를 밀어버리고 반듯한 아파트촌이 들어오는 뉴타운정책이 Renew라고 한다면 마을공동체는 Recycle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더 박원순시장의 마을공동체정책을 지지하기에는 많은 구조적, 개별적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개인의 욕망과 정치적 목적의 오묘한 만남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뉴타운문제의 출발점부터 출발해야한다. 뉴타운은 재개발의 확장판이라 생각하면된다. 재개발은 낙후된 구 시가지를 개발해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그런데 재개발은 지역의 범위가 넓지 않기 때문에 지역은 개발되었는데 기반시설이 부족한 문제가 생겼고 이에 대한 대책은 광범위한 개발을 하여 기반시설에 대한 부담을 나누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나온 해결책이 뉴타운이다.
 
원래 뉴타운 정책은 청계천 복원과 더불어 이명박 시장의 핵심 사업이었다.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북을 대규모 개발함으로써 강남과 강북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였고 처음에는 은평, 길음, 왕십리 등이 뉴타운 시범지구로 지정되며 뉴타운 사업은 시작되었다. 이렇게 시범지구로 지정되었던 뉴타운들의 특징은 서울시가 어느 정도 자금적인 지원을 해줬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 여기저기 지역구에서 민원이 빗발쳤다. 주민들은 지역구에 “우리 지역도 뉴타운으로 지정되어야한다”는 요구를 하였다. 여기서 정치인들은 ‘이거구나!’라는 생각에 너도나도 18대 총선에서 뉴타운공약을 내걸었고 그들 대부분이 당선되었다.(일명 ‘뉴타운돌이’) 이처럼 18대 총선의 화두는 ‘뉴타운’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뉴타운지역은 서울시가 지원해줄 수준을 넘어서게 되었고, 결국에 시의 지원 없이 뉴타운사업이 진행 되어야했다.
 

경기침체와 함께 찾아온 부작용

시의 지원이 없어진 시점에서 뉴타운에 드는 막대한 비용은 조합원이 부담해야했다. 대부분의 조합원이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뉴타운개발에 따른 ‘개발이익’덕분이었다. 그런데 2008년 세계경제위기와 함께 부동산시장에도 침체기가 찾아왔고 이는 뉴타운사업을 꽁꽁 얼리고 말았고, 성장 동력이 없어진 뉴타운정책은 ‘얼음땡’상태가 된 것이다.
 
이 외에도 준비운동 없이 시작된 뉴타운사업은 여러 부작용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용산재개발 참사로 인해 원주민의 정착률이 높지 못한 뉴타운 사업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그리고 뉴타운 사업지정 이후 철거된 지역 주민들의 전세수요와 기존의 세입자들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세가격을 올렸고 이는 전세난으로 이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여겨졌던 뉴타운이 미운오리새끼가 되기 시작하면서 여기에 이해관계가 얽힌 조합원, 건설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갈피를 못 잡는 이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야할 ‘뉴타운돌이’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임기가 끝나고 또 다른 '생각 없는 공약'을 내걸고 재선을 노렸다.


보이지 않는 출구

이명박, 오세훈시장을 거치면서 뉴타운정책은 점점 건드릴 수 없는 슬럼가처럼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10.26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의 핵심공약에 뉴타운 문제도 빠질 수 없었다. 나경원의원은 "안되는 곳은 빨리 해제하고, 빨리되는 곳은 촉진하는 쪽으로 해야 한다. 뉴타운 개발에서 대부분의 분담금을 주민들이 부담해야 했는데 공원, 도로 등은 공공이 부담을 떠안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하면서 강북의 일부 지역(노원, 강서, 구로)의 아파트재건축 연한을 단축시키는 것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뉴타운에 대해 서울시가 부담한다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졌고, 재건축공약 또한 강북의 표심을 잡기위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반면에 박원순 시장은 뉴타운에 대해 전면 재검토한다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결국에는 박원순이 시장에 뽑히게되었고, 이는 급격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이어지게됐다.


원주민들의 목소리를 키우겠다

기존의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영세조합원과 세입자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하릴없이 쫓겨났다. 서울시는 박원순표 ‘뉴타운 출구전략’에 대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라 설명했다. 그 동안 뉴타운사업이 소유주 위주로 진행되었는데 앞으로는 원주민(세입자)과 영세조합원의 목소리를 키우겠다고 밝혔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조례를 개정하면서 부족한 법은 정부에 개정을 요구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이 뿐만 아니라 현재 지정되어 있는 뉴타운들에 대해 ‘다수가 원치 않으면 해제’방침을 밝혔다. 해제된 지역에는 전면적 재개발이 아닌 사람 중심의 주거재생사업이 추진된다고 한다.

마을공동체라는 뉴 패러다임

 
이러한 박원순의 뉴타운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로 마을공동체사업이다. 박원순 시장은 마을공동체사업이 '실질적인 뉴타운 해법'이 아니라고 직접 밝혔으나나, 분명 마을공동체사업은 어느정도는 뉴타운의 대안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기존에 있던 원주민을 내쫓아 새로운 주거지역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주민들이 의견을 모으고 직접 참여하여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박원순 시장은 이 사업의 장점으로 원주민의 정착률을 높일 수 있고 주민들이 직접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일자리창출까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서원마을과 성미산마을 등이 시범지구로 지정되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마을공동체와 뉴타운은 분명히 노선을 달리하는 사업이다. 뉴타운사업은 수도권이 끝없이 팽창하는 와중에 노후주택정비와 새로운 주택공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줬던 사업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투기자본이 몰리면서 부동산가격에 거품을 끼게 만든 주요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용적률을 높여서 공급을 늘리는 사업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마을을 온전히살리는 사업이다. 많은 이들은 마을공동체를 전 세계적인 주택정책의 트렌드이고 Up-Down개발방식에서 Bottom-Up개발방식으로의 전환은 온당하다는 말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마을공동체사업이 시행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마을이 있어야 공동체를 만든다.

전 세계적으로 마을공동체와 같은 아래에서 위로(BottomUp)의 주택개발은 트렌드로 자리잡는 추세인 것은 맞다. 하지만 트렌드라고해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마을공동체에서는 세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는 ‘아파트가 아니다’라는 점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가 으뜸가는 주거형태로 꼽히고 있으며, 재개발과 뉴타운에서 나오는 아파트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과 연결되어 활발하게 진행되어왔다. 2010년 주거실태조사에서 아파트 거주를 희망하는 비율이 51%였던 것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예산부족 문제가 있다. 기존에 진행되었던 뉴타운정책은 조합이 얻는 개발이익으로 사업비용을 보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을공동체는 서울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이는 사업의 지속가능성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는 우리에게 맞는 옷이냐는 점이다. 마을공동체는 ‘마을살리기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 살릴 수 있는 마을이 얼마나 있을까? 시범지구로 지정된 곳의 경우는 오래 전부터 유대감을 바탕으로 형성되어 있던 특수한 마을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이 마을공동체 사업에 찬성하고 사업이 진행가능한데, 문제는 이미 수도권에는 이런 마을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특별하고 새로운 옷이 있어도 그 옷을 입을 사람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처럼 여러 구조적, 개별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마을공동체사업'을 패러다임의 전환이니, 세계주택정책의 트렌드니 하면서 아무런 비판없이 수용하게되면 또 다른 뉴타운정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할 것이다.
 

패러다임도 순서를 밟아나가면서 전환해야한다.

일본에서도 박원순시장과 비슷한 시도를 1981년 고베시에서 시작했다. '마치즈쿠리 운동'이라고 불리는데 우리말로 하면 '마을만들기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고베시는 서두르지 않았다. '마치즈쿠리 운동'에 대한 조례를 만드는 데에만 수년이 걸렸다. 현재는 이 운동이 구조적으로 잘 갖춰져있어서 주택정책의 좋은 예로 뽑히고 있다. 

지금 박원순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마을공동체사업'은 박원순 시장이 없으면 유지되지 못할 정책이다. 시범지구 몇개 달랑 지정해놓고 '다른 곳도 여기처럼하자'라는 방식으로는 길어봐야 몇년이다. 박원순 시장의 '마을공동체사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박원순이 없어도 되는 사업'이다. A라는 수학자가 구조적으로 완벽한 식을 발견했다. 몇백년 후에 B라는 수학자가 수학문제를 풀때 이 식은 절대 바꿀 수 없다. 왜일까? 이 식이 없으면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마을공동체사업'도 맞춤형조례를 갖추고, 시스템을 만들어나간다면 앞의 '구조적으로 완벽한 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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