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이 있는 집은 쥐 죽은 듯 고요한 침묵을 유지한다. 학부모들은 온갖 다양한 문제집을 사다 나른다. 만약 고등학교 3학년을 충실히(?) 보내지 못한 이가 있다면 그는 ‘재수생’으로 이름을 바꿔 다시 한 번 학업에 열중한다. 왠지 모를 불편한 눈빛들과 부담감들을 견디며. 그런데 12년의 교육과정을 지나온 그들은 뭐가 더 필요해서 이토록 대학에 집중하는 것일까.

@ 오마이뉴스



차별‘있는’ 대한민국

한국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서 대학에 입학하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지난 25일 연봉정보사이트 페이오픈은 2011년 등록된 연봉정보 중 주요 10개 업종의 고졸, 대졸의 연봉 자료를 비교해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업종에 따라 많게는 1,779만원에서 적게는 668만원에 차이가 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27일 격월간지 <The HRD Review>에 게재한 고졸 청년 취업 실태 분석 결과도 이와 유사했다. 고졸과 대졸 사이의 임금격차는 2007년 119.7% 수준이었지만 2010년에는 129%로 조사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회에 발을 들여놓지만 그들과 대졸자들의 출발점은 멀기만 하다. 

@파란 뉴스

하지만 이러한 차이는 비단 대학에 진학한다고만 해서 말끔히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어떤’ 대학에 진학했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 결과 전문대학교보다 지방소재 4년제 대학이, 이들 대학보다 서울소재 4년제 대학이, 이보다 서울의 상위권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률과 임금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7년 8월~2008년 2월 졸업생의 졸업 후 1년 6개월~2년 뒤 시점의 취업상태를 조사한 결과 상위10개의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80%를 웃돈 반면 전문대학 출신 학생의 취업률은 76.4%에 그쳤다. 임금 또한 113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왜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할까요?

스터디 코드의 대표 조남호씨

이렇듯 차이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대학입학의 유무부터 시작된 차별은 어떤 대학을 입학했느냐의 문제로까지 귀결된다. 몇 해 전 스터디코드의 대표 조남호씨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동영상에서 “수능은 21세기에 남겨진 유일한 신분상승의 통로”라고 말했다. 조선시대 과거제도의 21세기 발현이 대학능력검정시험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학, 그 중에서도 어떤 대학에 진학하느냐에 따라 그의 인생 전체가 달라질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엮어 설파했다.

일종의 동기부여다. 하지만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한 사립 고등학교 다니는 강모군(19세)은 “모르겠어요. 저도 그게 고민이에요. 왜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하는지.”라고 입을 뗐다. 이어 그는 “이 사회에서 원하는 것이 그런 것이니까, 저도 거기에 맞추려고 하는 것일 뿐이에요.”라는 씁쓸한 문장을 중얼 거렸다. 그는 19년 동안 세상을 살아오며 체념을 터득한 듯했다.

서울시 관악구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양(19세)는 강군보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과도 중요하지만 대학은 아무래도 이름값이 있잖아요. 그리고 좋은 대학 갈만큼 공부했으면 놀아도 뭐라고 안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더 좋은 대학가서 부모님 기 살려드리고 싶어요.”라고 말을 마쳤다. 그녀에게 대학이란 명분을 제공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동기는 어디에

강군의 말처럼 ‘사회가 원해서’ 김양처럼 ‘부모님 기 살려드리기 위해서’도 중요한 방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목적이 도달하려는 동기가 외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달리기만 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