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로이드 씨유 등장!

지난 7월 22일 SBS 음악방송인 '인기가요'에서 국산 보컬로이드(일본 야마하 주식회사가 개발한 음성합성 소프트웨어로 보컬과 안드로이드의 합성어를 뜻하는 단어) 씨유(SeeU)가 그 모습을 나타냈다. 사람이 아닌 홀로그램이 나와 신인 걸그룹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혹자는 '신선하다'고 반응한 반면 또 다른 이는 '오덕스럽다'거나 '인간에 대한 모욕이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어느 한 쪽의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많은 누리꾼들이 '인간의 축제에 끼어든 홀로그램'에 대한 거부감을 어느 정도씩은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여기서 의문점 하나, 과연 홀로그램이 가요프로그램에 나와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거부되어야 마땅한가?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하츠네미쿠 콘서트 영상캡쳐

씨유(SeeU) [출처:경인일보]

보컬로이드의 원산지라고 할 수 있는 옆 나라 일본에서는 보컬로이드가 중심이 되는 콘서트가 열리며,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호응하는 등 애초에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일본은 기껏해야 프로그램이라고 여길 수 있는 보컬로이드를 연예인을 대하듯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한국은 보컬로이드의 무대를 일반 연예인의 무대와 다르게 보는가.


아이돌이나 보컬로이드나 뭐가 달라?

보컬로이드가 부르는 노래와 추는 춤이 전문 안무가와 작곡가에 의해 만들어졌듯, 아이돌의 노래와 춤 또한 전문인에 의해 만들어졌다. 단 하나의 결정적 차이가 있다면 노래와 춤을 표현하는 이가 '인간이냐 홀로그램이냐'다. 그러나 가요프로그램에 인간만이 나와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 않는 한, 보컬로이드도 나와서 노래나 춤으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반대하기에는 무언가 아쉬움이 많다. 우리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에서도 감동을 찾는데, 홀로그램이라고 해서 과연 감동을 찾지 못할까. 조금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노래 실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아이돌에 비해, '제대로 제작만 하면' 완벽한 목소리와 안무를 보여줄 수 있는 보컬로이드가 조금 더 감동을 주기 쉽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예술성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지만, 보컬로이드건 아이돌이건 가요 프로그램에 나와서 가무를 보여줄 자격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예술은 너무나 모호해.

물론 아이돌 음악이나 보컬로이드 음악이나 둘 다 예술성이 떨어지고, 음악으로서 인정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예술이 무엇인지 한번 쯤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예술은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이라고 정의되어있다. 참 모호한 정의가 아닐 수 없다. 바로 '아름다움'에 대한 말 때문이다. 쉬운 예로,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웠던 고대 뚱뚱한 비너스상을 기억하는가? 당시 사람들은 뚱뚱한 여인을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반해, 현대의 비너스는 s라인이라고 대변되는 몸을 가진 여인으로 여겨진다. 조금 더 범위를 넓혀본다면, '그로테스크한 예술성'이라고 들어보았는가. 무언가 기괴하거나 흉측한 것들로부터 예술성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만인에게 공통으로 느껴지는 예술성이 아니다. 좀비영화를 보면서 예술성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 반면 그저 징그러울 것일 뿐인 사람이 있듯, 더러운 것이나 무서운 것, 혹은 이상한 것으로부터 예술성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결국 아름다움이란, 그리고 아름다움을 표현한 예술이란 시대마다, 지역마다, 사람마다 얼마든지 그 기준이 변할 수 있는 모호한 것이다.

발렌도르프의 비너스(왼쪽), 밀로의 비너스(오른쪽) [출처 : 오마이스타]

이제 아이돌과 보컬로이드로 돌아가자. 여러 남성 혹은 여성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보컬로이드 콘서트에서 하츠네미쿠(일본의 보컬로이드)에 열광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것이 아름다움이었다고 확신한다. 그것이 춤을 통해 느끼는 아름다움일지, 노래를 통해서 느끼는 아름다움일지, 단지 몸매를 보면서 느끼는 아름다움일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에게는 분명 사람을 매혹시킬 만한 아름다움이 있다. 만일 단 한사람이라도 무언 가에게서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일종의 예술이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그것에 대해 ‘예술성이 떨어진다’라고 말할 수는 없으며, 물론, 그것이 ‘예술성이 더 높다’라고 말할 수도 없다. 예술성에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 평가 내릴 수 있는 것은 절대 ‘예술성’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호불호로써 예술을 평가할 수만 있을 뿐이다.


예술에서 관용으로

‘이것도 아니다, 저것도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묻는다면, ‘예술을 있는 그대로 즐기자’고 말해주고 싶다. 굳이 예술을 평가하려고 들지 말자. 자신이 생각하기에 ‘저것’이 예술이 아닐 수도 있지만,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인정해주자. 자기가 싫다고 무언가를 예술성이라는 명목으로 깎아내리려고 해봐야, 예술성의 평가가 맞는 것도 아닐뿐더러 남는 것은 더더욱 없다. 보컬로이드와 아이돌을 통해 우리는 음악과 예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예술에 대한 관용을 배워보는 것이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