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하는 이름이다. 특히 2달 간의 시간을 얻게 되는 대학생들에게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못한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떠나는 등 평소의 일상에 제대로 하지 못한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특히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이번 7월엔 내국인 출국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 최고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고함 20에서는 여행 기획을 준비했다. 해외 여행에 대한 정보전달과 유럽과 한국의 사회문화적 차이, 우리나라의 여행 실태 등을 지적하는 것이 목적이다. 본 기획은 실제로 지난 7월에 3주간 유럽을 여행한 기자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했다.
 
이번 여행 기획은 다음과 같은 5가지의 순서로 진행된다.


1. 설렘 이전에 현실적인 이야기 : 유럽 여행 준비
2. 겨우 ‘이거’에다가 내 점심 값을 내라고? : 당연하다고 믿었지만 아닌 이야기 
3. “Sorry”, “Pardon” 미안해! : 예의바름 혹은 가식
4. 아니, 뭐 이렇게 많아? : 유럽에서의 한국인 그리고 인종차별
5. 어쨌거나, 우리는 사진을 찍는다 : 20살 ‘여행덕후’가 바라본 우리들의 ‘여행’




1. 설렘 이전에 현실적인 이야기 : 유럽 여행 준비
 


유럽여행 준비기,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데...' - 나의 이야기
 
사실, 나는 여행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여행 책을 몇 년 동안 무턱대고 읽었더랬다. 그것도 모자라서 유학기도 읽고, 오랫동안 산 사람들의 에세이도 읽고, 하여간 외국 물좀 먹은 책이라면 읽었다. 특히 자전거로 일주한다거나 무일푼으로 다닌다던가 하는 ‘모험’적인 여행기, 일반적인 여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행하는 그런 책들을 더 좋아했다.
 

그렇게 ‘여행은 고생’이라는 느낌의 로망을 중시했지만, 정작 유럽여행을 떠나려 할 때의 여행 준비는 현실이었다. 이때까지 읽었던 책에도 여행에 대한 정보는 있었지만 대부분 준비 과정에서는 쓸 수 없는 것들이었다. 결국 네이버의 유명 카페, ‘유랑’부터 가입했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며칠 몇 달을 실제로 여행한 내용이 담겨있는, 여행 정보가 가득한 사이트였다.

대표적인 유럽 여행 사이트 : 네이버 카페 유랑


그렇게 든든한 후원군이 있었지만 여행 준비는 쉽지 않았다. 여행 준비는 크게 계획, 정보 찾기, 공부, 짐 싸기로 나눌 수 있다. 계획은 어떤 여행을 할 것인지, '어디'를 '언제' 갈 것인지 정하는 것이다. 정보 찾기는 가기로 한 곳이 어딘지, 어떻게 가는지 등등 모든 정보를 의미한다. 공부는 현지에서 볼 것들에 대한 공부나 외국어 공부를 의미하고, 짐 싸기는 준비의 마무리 단계다. 그 모든 준비들은 해야할 양이 너무 많았고, 어디까지 해야하는 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문제는 여행을 2주 정도 앞둔 상태에서, 여행 계획을 전면 수정했던 것이었다. '가고 싶었던 곳' 위주로 일정을 짰었는데 교통편, 현지 사정과 개인적인 일정으로 인해 여행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여행계획의 수정은 다른 준비도 수정해야함을 의미한다. 결국 숙소, 국가 정보도 새로 찾아야 했고, 미리 예약해두었던 유레일패스(유레일 패스라는 통합 기차표로 유레일 가입 국가끼리 이동이 원활하게 한 것)도 교환해야 했다. 
 

그런 상황과 학기 말이 겹쳐, 다급한 상황에 비해 준비는 더뎠다. 결국 '꼭 해야만 하는' 준비부터 시작했다. 일정을 다시 짜고, 숙소를 예약하고, 교통편을 찾는 것. 여행 떠나기 바로 전날까지 부랴부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못한 준비를 몰아서 했다. 그럼에도 시간은 부족했기에 정보를 찾고, 유럽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은 거의 하지 못한 상태였다. 약간의 정보, 여행책에서 보아온 이야기, 기본적인 지식이 가진 정보의 전부였고 외국어 공부는 전혀하지 못했다. 유럽의 미술, 건축, 역사를 다룬 책은 반 쯤 읽은 상태에서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았다.
 

짐 싸기의 경우는 '짐은 조금만 싸서 가져가라'는 여행책에서 읽은 당부와 무거운 걸 싫어하는 나의 성격이 겹쳐 최소한으로 준비했다. 학교 가방보다 조금 큰 배낭의 60~70%정도를 채운게 끝이었다. 이렇듯 준비도 부족하고, 가져가는 짐도 부족했지만, 여행에 대한 낭만적 향수가 가득했으므로 '원래 여행은 이렇게 좌충우돌이어야 제 맛이지!'라고 말하면서 그 부족한 부분을 설렘으로 채우고 일단 비행기에 올랐다.


여행 준비가 오롯이 나의 것이 될 수 있기를 – 바라본 이야기
 

여행 준비를 하다보면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준비한 사람이 많다. 분 간격으로 기록한 스케줄 표, 그에 맞춰 정리한 교통편과 비용...... 물론 반대로 아예 준비를 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많은 사람들은 많은 준비를 한다. 그 준비는 ‘불안함’에서 출발한다. 전혀 모르는 타지, 믿을 수 없는 사람들, 안전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들, 자신의 언어 능력에 대한 불안함. 그렇다보니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정보를 찾게 되고, 그만큼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도 많아진다.

문제는 정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이트인 유랑만 해도 몇 초 간격으로 새 글이 올라온다. 수많은 글이 사람을 압도한다. 특히 숙소의 경우는 많은 사람들이 한인민박을 택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유랑 카페의 한인민박 후기 게시판을 이용하다보니 광고 글이 넘친다. 올라온 정보가 진짜인지 아닌지도 의문을 가져야 하는 셈이다.

여행 준비는 컴퓨터로 많이 이루어지는 데, 힘들다.


아쉬운 것은 그렇게 많은 정보의 대부분이 찾은 보람도 없이 묻혀진다. 여행을 떠나는 데 프린트한 정보들로만 가득 채워서 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가져갔다 한들 보기도 어렵다. 여행 가서 써먹으려고 그렇게 정보를 찾았는데 실제론 써먹지도 못한다니 아이러니하지만, 여행이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보니 발생하는 일이다.

 다른 문제가 있다면 여행 가서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정보를 찾지만 그 정보 탓에 놓치는 것이 생긴다는 것. 첫 번째로는 ‘자신만의 여행’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것해봤다, 좋다!’ 혹은 ‘여기 가봤는데 좋더라!’는 내용을 썼다면, 그 정보는 어느새 “꼭”이란 말이 붙어버린다. 좋을지 아닐지는 개인차가 있음에도 말이다. 실제로 여행에서 본 한국인들은 대부분 비슷한 루트를 지니고 있었다. 똑같은 투어가 싫어 자유여행을 떠나지만 결국엔 획일화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잃는 것은 가능성. 여행은 수많은 가능성을 동반한다. 이는 예측 불가능한 일이 엄청나게 많다는 뜻이다. 특히 유럽과 같은 외국은 현지 사정 때문에 그런 예측 불가능한 일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난다. 많은 준비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일정이 꽉 짜이고, 그 일정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여행 중에 생긴 가능성을 놓치게 된다.
 
사실 자신의 여행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가는 곳에 대한 공부’란 정보다. 그 정보를 챙기지 않는다면 필수코스로 지정된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당혹스러움과 아쉬움으로 ‘멘붕’할 것이 뻔하다.     


여행 준비 5단계 - 결코 간단하지 않다
 

여행 준비는 사실 간단하지 않다. 특히 여행 준비도 '계획'이다. 여행 준비에 대한 계획 없이 진행한다면 이것저것 알아보고 준비한 건 많은데 남는 건 없는 그런 상황을 겪게 된다. 여행 준비를 하며 얻은 정보와 경험담을 종합해 여행 준비에 대해 크게 다섯 가지 과정으로 소개한다.

첫번째, 입국 심사에서 그들은 물어본다. "왜?" - 여행의 목적을 정해라
 
입국심사대에 서서 여권을 내밀면, 여권을 슥 훑어보고 그들은 늘 말한다. "목적이 뭐에요?"라고. 그 질문은 뼈가 있는 질문이다. 그 사람들이 우리의 여행 준비를 도와주려고 그것을 물어보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여행 준비의 시작은 '나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다.
 

내가 왜 떠나는지가 정해져야 어디를 갈지가 정해진다. 미술관들을 돌 것이라면 미술관이 있는 도시들로 일정을 짜게 될 것이고, 미술관 입장료에 들어가는 예산이 많아진다. 멋진 자연 풍경을 볼 것이라면 바다, 산, 빙하 등 멋진 곳들을 가게 될 것이다. 건축을 본다면 유서 깊은 건물들로, 현지 사람들을 볼 거라면 관광지가 아닌 곳으로, 오랫동안. 이렇듯 내가 '왜' '뭐하러' 가는지가 정해진다면 갈 곳과 예산이 나온다.
 

어찌보면 가장 어려운 준비이지만, 가장 중요한 준비이기도 하다. 여행의 목적이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다면 준비 과정에서 이미 헤매기 시작해 여행 내내 방황할 것이 분명하다. 긴 시간 곰곰이 생각해서 '나는 왜 거기로 가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보자.
 


두번째, 난 내일은 그곳에 갈 거에요 - 일정 짜기

한국에서도 우리들은 일정이 있다. 언제는 학원에 가고, 언제는 친구를 만나러 가고, 언제는 가족끼리 함께 하기도 하고... 목적이 정해졌다면 이제 그런 일정을 짜야한다. 너무 세세하게 할 필요는 없다. 어느 날에는 어느 도시에 있는다라고 정한 것들을 이으면 된다. 예를 들어 '3일부터 8일까지 런던, 8일부터 10일까지 벨기에, 10일부터 14일까지 프랑스...'이런 식이다. 
 

'난 일정 없이 마음껏 떠돌아보고 싶다'라면 일정을 짜지 않아도 괜찮다. '마음껏 떠돌아보겠다'라는 목적에는 일정이 필요없지만, 여행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여행에는 일정이 필요하다. 일정이 정해져야 숙소를 예약할 수 있고, 교통편을 정할 수 있다. 또한 갈 곳에 대한 정보를 찾게 된다. 어디 가는지도 모르는데 정보를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주의할 점이 있다면 너무 꽉 짜인 일정을 짜는 것은 피하자. 여행 일정은 준비단계에서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큰 틀을 잡아두고 조금씩 세세하게 정해나가자. 처음부터 '3일 런던에서 여기를 몇시에 가고 그 다음에 어디서 점심을 먹고...'로 일정을 짜지 말라는 얘기다.


세번째, 승무원 누나, 그럼 그 때 봐요. 언제? 92일 뒤에 - 예약 하기

일정이 정해졌다면 이제 예약을 해아한다. 항공편도 예약을 하고, 현지에서 탈 기차도 예약을 해야 한다. 특히 항공권과 기차표의 경우 일찍 예약할 수록 비용이 저렴해진다. 항공편은 가능하다면 최대한 일찍 예약을 하자. 몇 개월 일찍 예약할수록 그만큼 저렴해진다. 기차표의 경우는 몇 개월 전부터 예약할 필요는 없지만 한 달 남은 시점이라면 슬슬 예약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물론, 나는 유레일 패스는 출국 하루 전에 받았고, 다른 기차표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현지에 가서 예약하기도 했다. 그나마 비행기는 5개월 전에 예약했다). 숙소의 경우는 성수기라면 예약이 다 차는 일이 발생한다. 숙소도 한 달 정도의 여유기간을 두고 예약하는 것이 안전하다.
 


네번째, 나는 수영을 잘한다. 정보의 바다에서만 - 정보 찾기

일정도 정해지고, 교통편과 숙소의 예약이 끝났다면 이제 정보를 찾아야 할 때다. 도서관에서 여행 책과 가이드 북을 보고, 인터넷 사이트와 블로그에서 글을 읽어야 한다. 현지의 날씨는 어떠한지, 대중교통은 어떻게 쓰는지, 그 도시에는 뭐가 있는지, 그곳은 얼마를 내고 들어가는지, 인사를 뭐라고 하는지, 한국하고 다른 점은 뭔지, 물가는 어떻게 되는지, 어디는 언제가면 할인을 해주는지... 온갖 잡다한 정보를 다 찾아야 한다. 특히 해외 출입 경험이 처음이라면 출입국 과정에 대해서도 정보를 찾자. 물론 대부분은 가이드북에 있기 때문에 가이드북을 읽어도 좋다. 하지만 분명히 가이드북이 가지지 않은 정보가 있고, 자신이 볼 것에 대한 공부는 가이드북이 대신 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자.
 


다섯번째, 두 발로 선 거북이가 되어 집 문을 나섰다 - 짐 싸기와 떠나기
 
여행이 가까워졌다면 이제 짐을 싸야 한다. 배낭은 가지고 다니기 편하지만 몸이 힘들고, 짐 정리가 힘들다. 트렁크는 몸은 편하지만 도난의 위험이 존재하고 이동할 때 불편하다. 대신 짐은 많이, 깔끔하게 가져갈 수 있다. 맞는 것을 택하자. 그리고 가져갈 짐으로는 '무엇을 가져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 있는데, 돈도 많이 들고가면서 조금 편안하게 여행을 할 것이라면 이것 저것 많이 가져가도 좋다. 하지만 고생을 다짐하고 떠나는 배낭 여행이라면 짐을 줄이자. 짐이 많으면 여행 하는 고생에 짐 고생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실 짐 자체는 중고등학교의 수련회, 수학여행의 준비물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거기에 여권과 표, 오래 머무르다 보니 필요한 것들이 추가될 뿐이다. 가이드북이나 인터넷에서 준비물 목록을 찾아 거기서 지워나가는 식으로 준비하자. 이것저것 싸들고 갈 필요는 없다. 현지에서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
 

그렇게 짐까지 쌌다면, 거북이 등껍질처럼 커진 배낭을 메고 집 문을 나서는 것으로 여행 준비는 끝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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