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세대에 ‘1등 신랑감, 1등 신부감’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불안정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배우자의 ‘직업의 안정성’을 제일로 꼽을 것이다. 실제로 정년이 줄어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보장 되지 않는 사회에서 이런 현실은 그리 놀라운 현상도 아니다. 언제 잘릴지 모르니, 안정된 보수와 안정된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리고 그 일자리가 바로 ‘공무원’이다. 물론 공무원이 만만한 직업은 아니지만, 요즘 소위 잘나가는 ‘고시촌’ 근처에는 공무원 시험 대비 학원이 즐비하게 생길 만큼 공무원을 하겠다고 덤벼드는 젊은이 들이 많아졌다.

이들 중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언젠가 부모님께 효도하리라고 다짐하며 부모님이 주신 몇 푼의 용돈으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정식’ 대신 2000원 남짓의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담배 한 개피도 아까워 두 번 나눠 핀다. 지지리 궁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대한민국의 가난한 취업준비생이기에..

하지만 경찰 공무원 준비생이자 예비 바리스타인 최호성 씨는 언제까지나 부모님께 손을 벌리며 살 수 없다고 말한다. 경제적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릴께요.
낮에는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고, 밤에는 커피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최호성입니다.

Q. 공부만 하기도 바쁘고 힘든데, 밤에 카페에서 일 하는게 힘들진 않나요? 왜 이런 이중생활을 하기로 결심했는지 궁금하네요.
낮엔 공부를 하고, 밤엔 카페에서 일하고 오면 녹초가 돼서 집에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지만 언제까지 부모님한테 용돈을 타서 살 순 없으니깐 소위 말하는 ‘알바’를 해서 제 용돈은 제가 벌어서 쓰기로 결심했죠. 그러다가 커피 만드는 일이 재밌어서, 밤에 계속 카페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Q. 커피 만드는 일이 재밌다고 하셨는데, 혹시 경찰공무원 준비를 그만두고 ‘바리스타’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요?
사실, 공무원 준비가 녹록치 않아요, 힘들죠. 그럴 땐 그냥 바리스타 일을 단순히 돈 버는 일이 아닌 직업으로 삼을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재밌는 일과,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일은 엄연히 달라요. 제 한 몸 희생해서 경찰로서 살아갈 각오는 되어있지만, 제 몸 까지 희생하면서 커피를 만들고 싶진 않네요. 재밌는 일은 단지 재밌는 일이니까요.

Q. 경찰을 꿈꾸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제가 공무원이 되길 원하셨어요, 그래서 전 어렸을 때부터 ‘공무원이 돼야지’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는 군대 제대 후 경찰 공무원이 돼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어요. 사실 남자들은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한 로망이나 환상이 있거든요. 제 생각엔 그런 환상이 제 장래희망을 결정하는데 일부 작용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하하)

Q. 요즘 공무원 준비생 뿐 아니라 일반 취준생들도 대학 졸업 후에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경우가 많아요.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게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잖아요. 저녁에 일을 하지 않고 공부만 한다고 고시원에 틀어박혀있어도 전혀 공부가 될 것 같지도 않아요.. 오히려 돈을 벌기 때문에 몸은 힘들지만 떳떳하게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걸요..

Q. 경찰 공무원 시험이 언제 있나요? 만약 시험에 떨어진다면 언제 까지 고시원 생활을 할 것인지 궁금하네요.
사실 오늘 올해 3차 경찰 공무원 시험이 있었어요. 원래 1년에 2번 뽑는데 한 달 전에 공고가 난거예요. 사실 아직 준비가 다 안 된 상태라서 다음을 기약했는데 내년 상반기에 경찰 시험을 칠 예정입니다. 만약 경찰 시험이 되지 않는다면.. 글쎄요.. 낮에도 커피를 만들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하하)

Q. 내년에 합격하지 않으면 포기한다는 말인가요?
사실 경찰 공무원 준비를 2009년도에 했다가 올해 다시 시작하는거예요. 2009년에는 경찰이 되겠다는 의지가 부족하기도 했고, 여러 가지 사정상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다릅니다. ‘내년에 시험을 보고 떨어지면 포기한다.’라기 보다 내년 상반기 시험이 제 인생에 마지막 시험인 것처럼 생각하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의미죠.

Q. 돈도 벌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게 가능할까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그래서 12월까지만 밤에 커피 만드는 일을 할꺼예요. 그 전 까지는 열심히 돈을 벌어놔야죠. 경제적 여유와, 심적 여유가 생긴 다음 공부에만 매진해야겠죠. 실제로 취업 준비생들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마음고생 하면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오히려 그게 더 공부를 방해하죠. 만약 제가 돈을 벌어 놓지 않는다면 저도 분명 그럴 거예요.

Q. ‘공무원 준비생’으로서 예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경찰 채용 인원이 늘어나야해요. 제가 경찰 공무원 준비생이라서가 아니라 실제로 대한민국 치안은 다른 나라보다 열악해요. 영국은 치안 유지를 위해서 온 거리에 CCTV를 설치해요. 우리나라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으면 경찰이라도 많아야죠. 요즘 같이 성폭행 범죄가 만연한 사회에서 경찰 수를 늘리는 것은 불가피해요. 그리고 경찰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해요. 길거리에 사사건건 일어나는 폭행 시비 현장에도 가야하고, 밤 늦게 하교하는 수 많은 학생들의 치안도 지켜 줘야해요, 그 뿐 인가요 저녁만 되면 음주 단속에 술 취한 사람을 집까지 데려다 주는 일도 다 경찰이해요. 이렇게 경찰이 하는 일이 많은데 그 수는 턱없이 부족한게 사실이죠.

그리고 취업 준비생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정책들도 나오면 좋겠어요. 무조건 복지가 아니라, 일정한 의무를 부여한 복지혜택이 이루어져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