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을 앞둔 20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다. 남들보다 많은 연봉과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토익을 공부한다. 하지만 모든 20대가 그런 것은 아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서라면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더라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20대도 있다. ‘어차피 한번 뿐인 인생,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자’가 인생의 좌우명이라고 말하는 20대 영화감독 김용삼 씨. 그를 만나 꿈을 꾸며 살아가는 20대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아, 일단 나이는 27살이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Q.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실제 감독인가? 아니면 지망생인가?

명확하게 영화감독이라고 명확하게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1+1=2’인 것처럼. 그렇다고 영화감독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크게 단편과 장편으로 나뉜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영화라고 하는 것은 ‘장편’영화를 말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감독이 아니다. 하지만 단편에서는 감독이다.(웃음) 단지 장편 영화를 찍지 않아서 보편적으로 말하는 감독이라고 말할 수 없을 뿐이다.

요즘은 감독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예전에는 상업영화를 찍으면 감독이 되었다. 이 상업영화가 영화계의 ‘입봉’ 개념이 있었는데 요즘은 누구나 다 영화를 찍을 수 있다. 경계가 많이 흐려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아직 감독은 아니고, 영화를 만들고 좋아 하는 사람? 아직은 그런 정도?


Q. 유명한 감독 밑에서 영화를 배우거나 영화 아카데미에 들어 갈 생각은 없는가?

작년에 ‘모’감독님 밑에서 연출부 생활을 했다. 쉽게 말해 예전 방식인 ‘도제(徒弟)’식 생활을 잠깐 한 것이다. 이 때 느낀 것이 요즘은 이런 도제 시스템이 잘 안된다는 것이었다. 도제 시스템 같은 경우에는 감독이 누구냐에 따라서 차이가 많이 난다. 무난한 감독 밑에서 배우면 얻는 게 많이 없다. 있어도 ‘현장감’정도? ‘이 감독 밑에서 영화적으로 많이 배우겠다.’ 이런게 크게 없다. 정말 도제식으로 많이 배우기 위해서는 유명한 감독들, 흔히 말하는 거장 밑에 들어가야 한다. 사실 연출부 생활을 그만두고 다른 영화도 연출부 제의를 많이 받았는데, 감독들을 보고 다 거절했다. 거절 했다고 해서 그 분들이 인지도가 없거나 실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내가 실질적으로 배울 것 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사실 도제식으로 공부를 시작해도 하는 일은 잡일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럴 시간에 차라리 내 시나리오를 좀 더 가다듬어서 내 영화를 만드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래도 좋은 감독님 밑에서 배울 기회가 된다면 한번은 다시 배워 보고 싶다.



Q. 배우고 싶은 감독님들이 있다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홍상수 감독님, 박찬욱 감독님, 봉준호 감독님, 이창동 감독님(웃음)

Q. 일도 많이 하셨다고 들었다. 영화 제작비를 위해서 인가?

사실 그런 건 아니다. 물론 제작비도 있고 하기는 한데, 나 같은 경우엔 영화를 찍을 때 왠 만하면 돈을 안 쓸려고 한다. 이유가 대구에서는 작품의 퀄리티를 뽑을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배우 같은 경우는 실력 있는 사람을 데려오면 된다. 하지만 장비는 아니다. 이를 능숙하게 다룰 전문 스텝들은 대구에 없을뿐더러 서울에서 데려오기도 힘들다. 그래서 판을 크게 벌이지 못한다. 그래서 소규모로 영화를 제작한다. 시나리오를 쓸 때도 소규모로 제작이 가능한 것들로 한다. 내가 만들 수 있는 환경에서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다. 알바를 하는 것은 단순히 생활 유지하기 위해 서다. 나도 살아야 하니까. 내가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영화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Q. 일과 영화를 병행 하면서 오는 힘든 점은 없는가?

 
영화만으로는 삶을 꾸려나가기 힘들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상업영화를 찍지 않는 이상 큰돈을 벌수는 없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다보면 현실과 괴리감이 생긴다. 공장에서 일할 때는 ‘나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데 생활비가 없어서 돈을 번다. 너희들과 다르다.’ 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사람들을 비하 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들은 그걸 직업으로 하는 거니까. 단지 그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는 뭣도 아니데, 괜히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이 고생하고 사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현실적 괴리감이 크게 다가왔다. 공장에서는 100만 원정도 받으면서 ‘거지’처럼 살다가, 어떤 날은 영화제에 가서 ‘감독님’소리를 듣는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계속 감독일 수는 없을까? 영화만 하는 사람일 수는 없을까? 하지만 영화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드니까. 이 기간이 너무 힘들다.  꿈이 있는 건 좋은데 사는 게 너무 힘드니까, 이런 부분이 힘든 것 같다.


Q. 그렇다면 모든 생활의 초점이 영화에 맞춰져 있는가?

그렇다. 하루 일과가 영화보고 놀고, 놀면서 아이디어 메모하고. 시나리오는 뭔가 좀 느낌이 왔을 때 후다닥. 억지로 시나리오를 쓰지는 않는다.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Q. 본인이 생각하기에 스스로가 영화를 찍기 위한 센스가 있다고 생각하나?

재능은 있는 것 같다. 아니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영화와 소설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바로‘시각화’다. 소설과 영화모두 이야기를 전달하지만 소설은 텍스트로 영화는 영상으로 전달을 한다. 나는 이 부분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텍스트를 영상화 하는 것 말이다. 소설에 비교 하는 것은 영화도 처음에는 텍스트 형태로 출발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영화도 하나의 소설의 불과하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시각화 시키는가에 따라서 영화는 같은 시나리오라도 크게 달라진다. ‘어떻게 하면 시나리오를 영화적으로 잘 표현 할 수 있는 가?’ 이것은 모든 감독들의 고민일 것이다. 텍스트를 영상화 하는 능력. 이것이 내가 가진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Q. 영화를 만들 때 주로 표현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가?

난 메시지를 영화에 담으려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지금 까지 공식적으로 4개의 작품을 만들었는데 4 작품 모두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지는 않았다. 물론, 영화마다 어떤 것을 표현 하려는 것은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목적이 있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만들지는 않는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 놓고 보면 그곳에 메시지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도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어떤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 만드는 경우는 없다. 다들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 뿐이다.(웃음)


Q. 하지만 유명한 감독들은 자신의 영화에 특정 메시지를 담았다며 홍보를 하지 않는가?

솔직히 내가 봤을 때 그거는 그냥 대외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까지 본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은 없다. 다들 그냥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든다. 유명한 감독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자신의 작품을 포장하는 것이다. 기자회견을 하고 영화를 소개 할 때 “제가 만들고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는 말 못하니까(웃음) 감독들은 입담이 쌔기 때문에 포장도 잘하는 것이다. 영화를 목적을 가지고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이 더 많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영화에서 말하는 메시지인 것 같다.


Q. 이번에 대구 단편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알고 있다. 영화 소개를 한다면?

제목이 ‘졸업과제’다. 대학시절에 영상을 만들라는 기말 과제가 있었다. 안 그래도 영화를 하나 찍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좋았다. 과제도 할 겸 영화를 찍기로 했다. 일단 이 영화의 출발은 그렇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른 영화와 다르다. 보통 영화는 크게 3가지 단계를 거쳐서 만들어 진다. '프리_프로덕션(Pre-Production)->프로덕션(Production)->포스트_프로덕션(Post-Production)' 이렇게 말이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도 없었고 방금 말한 세 단계도 없었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한 달, 두 달 정도를 다니면서 그냥 다 찍었다. 내 일상을 찍기도 하고 했다. 아무거나 막 찍었다. 나중에 이 소스들을 펼쳐 놓고 이야기를 만들었다. 쉽게 말해 시나리오가 편집 과정에서 만들어 진 거다. 이렇게 해서 이 영화가 만들어 진 것이다.


Q. 메시지를 담고 만들지는 않는 다고 하셨는데, 결과적으로 이 영화가 만들어낸 의미는?

이 영화도 처음에는 어떻게 만들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손가는 대로 편집했다. 만들어 놓고 보니 '대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느끼는 불안감, 동시에 졸업은 새로운 시작이다' 라는 그런 식의 내용이 되었다. 쉽게 말해, 졸업을 앞두고 불안하지만 이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새로운 출발을 향한 설렘 정도로 말하면 정리 될 것 같다.


Q. 대상을 받은 상금이 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움이 되었나?

내가 먹고 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웃음) 요즘 단편 하는 애들은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큰 영화제 가서 상 받고 해서 이를 영화에 재투자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활고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에 재투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먹고 살기 힘드니까. 나도 이번에 생활고에서 탈피 했다. 컴퓨터도 새로 사고(웃음).


Q. 계속해서 독립영화를 할 것인가? 상업영화로 전향할 마음은 없는 가?

잘 모르겠다. 하고 싶은 걸 할 것 같다. 내 목표가 영화만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게 목표다. 독립영화만을 해서도 먹고 살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다. 하지만 길이 상업영화뿐이면 상업영화로 갈 것이다. 난 예술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다. 난 예술도 좋아하고 상업도 좋아하는데 일단 내가 먹고 살아야 하니까.(웃음)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다. 미래에 그러니깐 한 10~20년 뒤에 영화만 해서 먹고 살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꿈을 계속 이룰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Q. 영화감독이 되지 못할 수 도 있다는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될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는데,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재능 있는 애들이 너무 많다. 나를 포함, 더 뛰어 날지도?(웃음) 그런데 재능이 있어도 ‘입봉’ 못하는 애들이 너무 많다. 그 애들도 언젠가는 감독이 될 수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 그런 애들 보면 나도 영화감독이 안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뭐, 그냥 내 영화 계속 찍는 거지.


Q. 주변에 포기한 사람이 많지 않은가?

적어도 내 주변에는 없다. 아직은 포기할 나이가 아니다. 지금은 나이가 20대 후반, 30대 중반 많게는 40대 까지 있다. 그런데 잠정적으로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냥 막연하게 하는 거지, 사실상 본인은 늦었다고 생각 할 것이다. 영화감독이 되기에는...

Q. 주변 친구들이 취업하면 불안하지 않은가? 적은 나이도 아닌 것 같은데.

취직한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다. 고정적인 수입이 있으니까. 하지만 난 백수나 마찬가지지. 백수다 보니까 '취직이나 할까?' 이런 생각도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안한다. ‘취직을 하면 좋겠다 ’는 생각뿐이다. 취직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는 있다. 좋은 곳은 못 가더라도. 그런데, 들어가 버리면 내가 너무 뭔가, 사람이 갇혀 버릴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니까.


Q. 문화 산업은 항상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잉 상태다.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 하는가?

공급이 과잉 된 것이 아니라, 수요가 부족한 것이다. 영화로 단편적인 예를 들어 보면,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하지만 그 사람들이 모두 수익을 내지는 못 한다. 영화를 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문화적인 부분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그나마 서울 쪽이 괜찮은데 서울에서도 해소가 안된다. 수요가 그만큼 부족 한 것이다. 돈 못 버는 예술인 들이 많으니까. 우리나라에는 예술영화 전용관 수가 많이 없다. 이탈리아에는 단위 수가 천대로 올라간다. 우리나라는 100개도 안되는데. 그만 큼 수요가 없다는 뜻 이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영화를 만든 만큼 사람들이 구입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까.


Q. 영화 산업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가?

영화 같은 경우에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게 극장 상영뿐이다. 2차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 DVD 이런 걸로는 수익이 거의 없다. 결국, 영화 극장 수입으로만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극장 수입으로 얻을 수 있는 돈이 크게 한정 적이다. 극장이 전체 수입의 50%를 가져간다. 나머지 50%를 우리가 받는 건데, 여기서 수입을 내기 위해서는 관객들이 영화를 많이 봐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대형 배급사에서 배급을 해 주지 않는 이상 많은 스크린을 차지하기 힘들다. 쉽게 말해 대형 기획사와 대형 영화만이 스크린에 걸리는 것이다. 결국, 저예산 영화 그중에서도 저예산 독립 영화는 더욱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영화를 킬링 타임용, 오락용으로 만 생각 하는 것도 문제다. 배급사와 같은 수익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사람들이 독립영화와 같은 영화의 가치를 추구하는 인식이나 문화가 부족한 것 같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가 어떻게 보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이유 때문에 수요가 부족한 것이다.



Q. 마지막으로 20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 인생의 좌우명 비슷한 건데, '어차피 한번 살고 죽는 인생인데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살아라'는 말을 하고 싶다. 힘들기는 하겠지만 용기를 가지고 해봤으면 좋겠다. 굳이 남들처럼 살 필요가 있나? 물론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꿈이 있으면 포기하지 말라는 거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해 보고 포기를 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