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 강원도 철원 육군 모 부대에서 한 훈련병이 야간행군 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신모(22) 훈련병의 사인은 ‘횡문근융해증’ 및 ‘급성신부전증.’ 의료관계자는 극심한 운동으로 파괴된 근육조직이 혈관과 요도를 막아 신부전증으로 발전,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 훈련병의 사망은 피해갈 수 있는 것이었다. 오늘 23일 군인권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 훈련병이 야간행군 전후로 지휘관에게 수차례 고통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 훈련병은 26일 정오쯤 소대장에게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며 군장 무게를 줄여달라고 건의했다. 의무대로 보내진 그를, 군의관은 특별한 이상이 없다며 돌려보냈다. 평소와 같은 군장을 하고 32km의 행군을 시작한 그는 얼마 가지 못해 쓰러졌고, 군의관에게 간단한 체크를 받고 대열에 다시 합류했지만 재차 낙오했다.

그런 신 씨에게 내려진 것은 부대복귀나 병원행이 아닌, 행군 명령. 부대 대대장은 2차, 3차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에게 행군에 합류할 것을 명령했다. 결국 신 씨는 행군을 마치지 못한 채 부대에 조기 복귀했으나, 막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대대의무대, 사단 의무대, 육군 병원. 일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꾀병 혹은 사소한 문제라고 넘겨짚었던 사병의 말이 생사의 갈림길 앞에 선 간절한 호소였던 것이다. 4-5차례에 이르도록 건강상 고통을 직, 간접적으로 호소했으나 무참히 묵살 당한 셈이다.

ⓒ ch.yes24.com/Article/View/19935

이러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비슷한 사건이 꾸준히 발생해왔다. 바꿔 말해, 꾸준히 같은 이유로 몇몇 군인들이 사망하고 있는 것이다. 군대의 신병 및 의료 관리 체계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제기 됐지만, 변한 것은 없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고, 그 피해자가 한 명이라는 것에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느끼지 못한 건지 알 수 없다. 그동안 같은 이유로 사망했던 사람 수를 따지면 재해 수준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일종의 인재다. 이것은 문제해결에 ‘나 몰라’라 하는 국방부의 책임이다.

‘데일리 이슈’는 본디 오늘 하루 사회에서 가장 이슈가 되었던 사건에 대한 사설을 싣는 코너다. 기획 취지를 고려하면, 이 사건은 데일리 이슈감이 아니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 그저 지나가는 한 줄의 헤드라인으로 보도됐을 뿐이고, 오늘 9시 뉴스에서 방송될 지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으로 데일리 이슈로 선정한 것은 이 사건이 오늘의 이슈처럼 주목받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고함20이 진행하는 ‘그럼 이만 프로젝트’에서도 말했듯, 정치는 개인의 소소한 생활에서부터 시작한다. 군대에서 어이없는 이유로 사망하는 군인들도, 누군가의 형제이고 누군가의 자녀일 것이다. 개인의 억울한 죽음이 버젓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 개혁이니 하는 거대한 목소리들은 모두 무의미해보일 뿐이다. 합당한 해결책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몇 달 후 마치 복사한 듯 똑같은 내용의 헤드라인을 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