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의 인하대 강연 ⓒ진심캠프




 10월 23일 안철수 후보는 인하대학교 강연에서 정치개혁의 세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세비로 남는 돈을 정책개발비로 사용하겠다. 둘째, 정당보조금을 줄이고 그 돈을 마찬가지로 정책개발비로 사용하겠다. 셋째, 중앙당을 폐지하고 정당을 원내정당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안을 요약하자면 정치의 비용은 줄이고 정책결과물은 최대한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으로 비친다.

 국회의원과 정당보조금을 줄이고, 중앙당을 폐지하는 대신 그 비용으로 더 많은 정책을 개발할 수 있도록 사용한다는 사고는 최소한의 자본, 노동력을 투입해 최대한의 이익을 거둔다는 경영학의 언어와 맞닿아 있는 면이 있다. MBA학위를 가진 CEO출신에서 대통령에 도전하는 그의 눈에 국회의원이란 월급만 축내는 기업의 이사진과 중간관리직으로, 정책 개발은 기업의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용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었을 것이다. 그는 기업의 혁신을 위해 비효율적인 인력을 해고하고 신제품 개발에 과감히 돈을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혁신’하고 싶은 구상이 23일 발표한 정치개혁 내용에 담겨있다. 

 정치학에도 ‘투입-산출 모형’이 존재하지만, 그 모형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최소투입 최대산출’의 원칙과는 근본적으로 모순되는 ‘최대투입 최대산출’의 원칙이다. 정치과정의 투입은 국회의원과 정당에 주는 돈이 아니라 시민의 참여로 측정된다. 최대한 많은 시민의 의사반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정당이 필요하고,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원내정당 대신 원외정당이 직접 시민과 접촉해야 한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지금보다 늘려 더 작은 집단의 목소리도 국회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시민의 참여야말로 정치에서 말하는 투입의 가장 최종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금전적 지출은 낭비적 요소가 아닌 더 좋은 정치를 만들기 위한 정당한 지불로 생각해야 한다. 

 산출에 해당하는 정책은 정치, 민주주의의 결과물이다. 정책은 현실정치와 동떨어진 제3지대에 존재하지 않는다. 좋은 정책이란 결국에 좋은 정치, 좋은 민주주의 안에서 탄생할 수밖에 없다. 폭넓은 시민의 의사가 반영되고, 노동자와 서민의 목소리가 제도권의 정치와 의회에 반영될 수 있다면 그 정책이 바로 좋은 정책이다. 그럼에도 안철수 후보는 국회의원 수를 줄이면서 소수자의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될 수 있는 여건을 축소하고, 정당의 기능을 약화시켜 권력을 가진 자만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정치제도를 고착화하려 한다. 만약 그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된다면 정치는 시민과 시민에게 위임 받은 대표들 대신 전문 관료, 사회적 상층 계층,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물질적 비물질적 여건이 되는 일부 중산층 중심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더 좋은 민주주의를 만드는 관점에서 안철수의 구상이 개혁 대신 개악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기업의 논리가 그대로 국가의 운영 논리로 전이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지난 5년 간 모든 국민들이 몸소 체험하였다. 이제 안철수 후보가 더 좋은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어떤 정치개혁이 필요한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