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등학교 3학년들은 대학 지원서를 쓸 때 예전처럼 단순히 점수에 맞춰서 넣지 않는다. 그들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하는 것은 물론이거나와 등록금 여부 그리고 취업률까지 꼼꼼히 따지고 지원한다. 2011년 기준 전국 대학 평균 취업률은 59.5%였다. 전문대까지 포함해서 대학 또는 대학교의 졸업장을 맞는 이들 중에서 평균적으로 6명은 취업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59.5%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취업률을 기록한 대학생들이 있다. 바로 대학 스포츠 선수들이다. 지난 10월 18일 대한체육회의  ‘대학선수 졸업 후 진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대학을 졸업한 선수는 총 4,113명으로 24.7%인 1,017명만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인기종목인 야구와 축구, 배구, 농구의 평균 취업률은 15%에 불과했다. 전체 대학 평균에 턱없이 모자른 수치이다.




                                       (http://sports-in.sports.or.kr/servlets/retire/front/main/action/Index)

자료가 보여주듯이 우리나라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내내 운동을 하며 보낸 이들에게 대학 졸업 후의 생활은 그저 막막할 뿐이다. 이러한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되자 대한체육회는 은퇴한 선수들을 위한 지원사업에 최근 공을 들이고 있다. 지원사업을 통해 대한체육회는 선수등록이 되어있는 20세 이상의 은퇴선수들에게 취업교육과 취업알선사업을 벌이고 있거나 사업 계획서를 발표한 상태다.


그러나 2011년 지원 실적을 살펴보면 작년 1년 동안 취업 지원을 받은 이들은 단 35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졸업한 대학선수들이 총 4,113명이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또한 35명의 대부분이 국가대표 및 후보은퇴선수들에 제한되어 잇었다. 작년에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던 김민준(가명, 당시 23세)씨는 이 프로그램은 지인에게 접하고 지원했지만 지원을 받는 것에 실패했다. 국가대표나 국제 대회에 참여한 경력이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 선수들은 거의 김민준씨와 같은 처지가 많다. 단체에서 지원받아 자격증을 획득했지만 실제로 취업에 도전조차 못한 사례가 있다. 사이클을 전공한 윤아름(25세)씨는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했지만 사이클과 관련된 취업기회 자체가 없어서 지원서도 써보지 못했다.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채 일단 교육이 먼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http://www.nest.or.kr/common/main.asp)

체육인재육성재단에서도 은퇴한 선수들의 경력을 좀 더 개발시켜주거나 전문가로써 또 다른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업을 고용노동부와 함께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제로 이러한 사업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선수나 학교 관계자는 거의 없는 것이 실정이다. 더욱더 문제는 그들의 직업이 대부분 6개월 미만의 단기 비정규직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제도가 있어도 무용지물인 가운데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운동을 포기하고 또 다른 인생을 찾는 것이다. 주위 환경이 뒷받쳐주는 이들은 사업을 하기도 하고 또 다른 공부를 시작해서 전혀 다른 직업을 얻기도 한다. 실제로 한양대에서 대학선수로 졸업한 이희영(35세)씨는 졸업을 한 후 변호사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법전 한 장을 읽는데에만 하루종일이 걸리기도 했다. 비록 남들보다 준비한 시간을 길었지만 운동부 출신으로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스포츠산업과 관련한 변호사활동을 꾸준하게 하고 있는 중이다.


연세대에서 야구선수로 운동을 하다가 졸업 후에 체인점을 13개나 낸 음식점 사장님도 있다. 김철호(가명, 30씨는 운동을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드는 음식점의 사장님이 되었다. 처음에는 지하에서 어렵게 시작했지만 인기를 끌면서 적지 않은 나이에 성공한 '사장님' 칭호로 불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처럼 모두가 안정적으로 성공을 하는 것은 아니다. 농구선수로 대학을 졸업했지만 프로팀에 지명을 받지못한 S대의 J(25세)씨는 비슷한 요식업을 강남에서 시작했다가 빚만 지고 도망치듯 가게를 빼야만 했다. 어린 나이에 무턱대고 시작한 사업이 각종 사업상 문제들로 인해 흔들리고 만 것이다. 그와 같은 학교를 졸업한 H씨(25세)씨는 동대문에서 의류업을 시작했다가 본전도 찾지 못하고 철수해야만 했다.


현재 많은 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졸업을 앞둔 대학선수들을 위한 취업지원사업은 지나치게 중구난방식으로 깊이가 얕다. 대학선수들의 진로탐색과 진로상담을 해준다고 적혀는 있지만 그러한 혜택을 받은 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홍보 부족에 지원금 부족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하는 것이다. 더이상 매년 쏟아져나오는 대학 선수들이 방황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들의 꿈을 꾸고 그 꿈을 찾아갈 수 있는 단단한 토대가 마련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