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대’를 타겟으로 한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대선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반값등록금’이나,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필두로 한 ‘청춘서적’들이 그것이다. 분명 20대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늘어나고 있고, 더불어 청년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권의 의지도 상당해 보인다.

하지만 20대들의 주거권과 생활권 같은, 20대들의 생활과 밀접한 사회적 고민은 여전히 부족하다. ‘하우스 푸어’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살 곳이 부족한 20대의 주거 권리에 관한 기사는 아무리 찾아도 잘 보이지 않는다. 상경한 20대 대부분이 기숙사, 원룸, 고시텔 등에서 살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주거비용이나 주거환경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부분은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매년 상승하는 물가는 부모님들에게 어쩔 수 없이 경제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는 20대들을 더 괴롭게 한다.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인 알바몬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월 평균 용돈이 44만 8천원이라고 한다. 적지 않은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은 가난하다. 한 끼에 3000원 하는 학생식당은 맛이 썩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점심 값을 아끼려고 하는 학생들 덕분에 소문난 맛집처럼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러나 이에 대한 기존 언론의 보도 방식은 관찰자적이고, 단편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고함 20에선 기숙사생, 고시텔 거주자, 자취생들의 한 달 주거비를 포함한 생활비를 조사해보고 밀착 취재 하여 20대들의 실제 생활과 그에 관련된 문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http://blog.daum.net/khr910405/7


“오늘도 나는 길에서 시간을 보낸다.” 친구 상민이와 함께 한 동행


상민(가명)이는 언제나 등하교 시간이 무서운 23살의 복학생이다. “아이씨 또 신발 밟고 지나가네” 1교시(9시)수업을 들으러 갈 때마다 출근버스에 타는데, 신발 밟히는 일이 일상이라고 한다. 오히려 신발 안 밟힐 때가 기적일 정도로.

그는 앞문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버스 뒷문에서 까치발을 들며 버티다가 서울역버스환승센터에 겨우 내린다. 40분을 버스에 끼어타고 왔건만, 수도권에 위치한 학교까지 가려면 1시간 20분이 더 걸린다. 왕복으론 총 4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하루에 4시간을 도로 위에서 허비하는게 아까워 자취나 기숙사도 생각해 봤지만, 기숙사는 지방 학생들도 못 들어갈 정도로 정원 부족이었고, 자취는 방값 때문에 포기했다고 한다. “그거 알아? 1년에 대충 학교 가는 날이 300일이라고 치고, 4년 동안 총 통학시간을 계산하면 4800시간이야. 제대로 시간 낭비하는 거지.”


학교가 끝나고 상민이가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다시 버스에 몸을 맡긴다. 삑~ 기계에 찍힌 누적금액을 보니 10만 3천원이다. 저번 달에도 교통비가 빠져나가는 날에 통장에 돈이 없어서 다 못 냈는데, 이번 달에도 비슷한 상황일 것 같다고 걱정했다. 걱정하는 상민이에게 오늘 데이트 코스와 비용을 상세히 보고하도록 당부하고 헤어졌다.


그날 밤 11시, 상민이에게 카톡이 왔다. ‘오늘은 여자친구와 일반적인 데이트코스를 즐겼음. 영화보고 밥 먹고 카페갔어. 영화는 할인받아 만원에 봤는데 스파게티를 먹었더니 밥값이 만 팔천원이 나왔고, 카페를 가니 만원이 추가됨. 그니까 총 삼만 팔천원 썼음.’ 매번 데이트 비용이 이 정도 되냐고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다. ‘돈 안 들고 하는 데이트도 있지만, 대체로 이 정도가 기본 데이트 비용. 한 달에 내가 쓰는 돈은 대충 한15만원 정도 될 걸? 물론 여친 생일, 기념일 이럴 땐 하루에 10만원 훌쩍 넘어가. 그때 되면 파산...’


다음 날 집으로 가는 길에 상민이는 ‘알바천국’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바자리를 찾아봤다. 복학 첫 학기라 부모님에게 의존하고 있지만, 다음 학기는 용돈은 스스로 벌려고 한다. 그런데 마땅한 알바자리를 찾기가 힘들다. “주말 알바를 하더라도 30만원이 최대인데, 내 주말을 몽땅 반납해도 한 달 생활비 40만원이 안 나와. 완전 서글퍼.”





“오늘은 뭐 먹지?” 기숙사생 기철이의 고민

“기철아(가명) 밥은 챙겨먹고 다니냐? 10만원 보냈으니까 맛있는 거 사먹어라.” 요즘 내가 밥을 잘 챙겨먹지 않는 것을 어떻게 아셨는지 어머니가 용돈을 더 보내주셨다. 기숙사비(학기당 90만원)와 학비(약 300만원)는 부모님이 부담해주시지만, 생활비(월 40만원)는 틈틈이 알바를 해서 벌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핸드폰요금을 내가 부담하기 시작해서 생활비가 빠듯해졌다. 내가 지출을 줄일 만한 곳은 식비밖에 없는데,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아졌다. 밥을 제대로 못 먹으니 서럽다. 요즘 잘 못 먹어서 그런지 온 몸에 사마귀가 났다. 병원에 가니 면역력이 나빠진 것도 요인이 될 수 있으니 밥 잘 챙겨 먹고 잘 자라고 한다. 누군 잘 안 먹고 싶어서 그런 줄 아나.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생활한지도 2년째이지만, 집에서 먹는 따뜻한 밥은 여전히 그립다. 가끔 집밥이 그리워 학교 앞 밥집에 가서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이 절실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5,000원도 큰 돈이다. “기철아 소개팅할래?” “야 소개팅 하고 싶긴 한데 총알(돈)이 없다.” 소개팅을 몇 번 해봤지만 잘 되지는 못했다. 그나마도 요즘은 돈이 없어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소개팅 한 번 나가면 기본 3만원은 쓰고 오는데, 나에게는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야 천안에 공공기숙사 생긴다는데? 월 19만원이래.” 요즘 나라에서 기숙사확충사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제2캠퍼스에 착공이 들어간다고 한다. 주거비가 저렴한 기숙사가 생긴다는 것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다. 2년 후면 졸업해서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왠지 주거 대상자로 선정이 안 될 것 같다. 소득기준에서 이미 탈락할 것 같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5만 원짜리 옷 한 벌도 제대로 못 사 입고, 1년 중 외식이 손에 꼽을 정도인 우리 집인데 가구당 소득기준이 상위 50%이상이라고 한다. 내가 느끼기엔 50%이하일 것 같은데 말이다.


뉴스를 보니 내일부터 한파가 몰아친다고 한다. 저번 가을에는 바람막이를 샀는데 거기에만 10만원 가까이 돈이 들었다. 이번 겨울은 패딩을 하나 사려고 하는데 괜찮은 패딩은 10만원이 훌쩍 넘어가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이번 달도 모아뒀던 통장에서 조금씩 써야 할 거 같다.





“내년엔 학원비만 100만원이에요” 임용고시준비생 지수씨를 만나다

고시텔에 사는 김지수(24세)씨는 이번 학기부터 자주 가던 영화관 발길을 끊었다. 원래 한 주에 한 번씩은 꼭 영화관에 갔다고 한다. “영화 보는 걸 너무 좋아해서 다른 거 아껴가면서 봤어요.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는데...” 지수 씨가 영화를 포기한 이유는 이번 학기부터 시작한 임용고시 준비 때문이다. “공부한다고 포기한 것도 있긴 한데, 사실 가끔씩 기분전환으로 영화 한 편 정도는 극장에서 볼 수 있잖아요? 근데 학원비 때문에요. 그냥 다운 받아서 봐야죠. 뭐.”

이번 학기 임용고시 준비를 위해 지수 씨는 많은 걸 포기했다.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전에 살던 하숙집에서 나와 고시텔에 살기 시작했다. 고시텔에 사니 전 보다 공부에 집중할 수는 있는데, 매 달 방값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한다. 5평도 안 되는 작은 방의 월세는 38만원. “예전엔 38만 원 정도면 큰 돈인 줄 알았는데, 침대에 책상 하나 들어가면 끝인 이런 방에 월 38만원을 내니 38만원이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도 창문 하나가 있어서 38만원인데, 없는 방과의 차이는 3만원 정도. 원래 돈을 아끼려고 창문 없는 방을 하려고 했는데, 창문 없는 방은 살기 힘들다는 인터넷 후기를 읽고 창문 있는 방에 들어갔다고 한다.


집 값도 집 값 이지만 지출 내역을 보니 학원비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매달 약 10만 원 정도 들어가는 셈이라고 한다. “동영상 강의 2개를 듣는데, 한 강의에 30만 원 정도더라구요? 물론 교재비는 별도. 어쩔 수 없이 친구 세 명이랑 같이 들어요. 불법인 건 알지만... 비싸서 어쩔 수 없어요..” 매달 자료 인쇄비만 2~3만 원 정도 들어서 차라리 프린터기를 살까 생각해봤단다. 하지만 옆방에 시끄러울까봐 걱정되는 점도 있고 프린터 넣을 공간이 따로 없어서 관뒀다고 한다. 올해가 마지막 학기라, 겨울 방학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임용공부를 시작할 거라는 지수씨는 내년을 걱정했다. “내년 6월 쯤엔 노량진에 가서 실강(실시간 강의)를 들으려고요. 그땐 친구들이랑 나눠서 못 들으니까 얼마나 더 돈이 들어갈지 잘 모르겠어요. 올해는 고시텔이 처음이어서 좀 좋은 곳으로 갔는데 내년엔 싼 데, 무조건 싼 데로 갈 거에요.”





“주인 아줌마, 월세만으론 부족했나요?” 자취생 미경 씨의 의문

이번 겨울에 있을 학회 참석을 위한 정장을 사려고 백화점으로 갔다. 대학원에 입학하고, 나이가 어느 정도 되니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입을 정장이 필요했다. 부모님이 정장은 좋은 것으로 사야한다며 용돈을 더 주시려는 걸 마다하고 통장에 있던 비상금 24만원을 깼다. 예산이 한정되어 있으니, 맘에 드는 옷을 사기 어려운 건 당연하다. 매장을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자켓을 우연히 봤다. 32만 9천원이다. 부모님께 원조를 요청해볼까 생각도 해보지만, 다른 지역에서 자취를 하는 동생까지 합하면 매달 약 200만 원 정도를 우리 남매에게 쓰시는 부모님을 떠올리니 말을 꺼내기가 만만치 않다. 이월 상품 기획전 코너로 갔다. 거기서 운좋게 면접용 자켓과 치마를 건졌다. 24만원으로는 조금 부족해서 결국 이번 달 용돈 5만원을 더 썼다. 예상 외 지출이라 당황스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식비에서 좀 아끼지, 안 되면 이번 달 공과금이랑 교통비는 다음 달 용돈 나올 때 내야겠다. 다음 달도 적자라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도서관 라운지에 앉아 있는데, 옆에서 DSLR을 열심히 만지는 사람을 봤다. 나도 옛날엔 사진 엄청 배우고 싶었는데... 디카로만 열심히 찍다가 DSLR이 사고 싶어져 찾아보니 괜찮은 건 중고로 해도 50 만 원 정도였다. 내가 부담하기엔 비싼 금액이었다. 당시 알바를 하고 있었지만, 월급을 받으면 내 생활비에 보태는 데 바빴다. 지금도 DSLR을 사고 싶지만, 내 형편엔 사치처럼 느껴진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나중에 취직하면 그때 사야지 한다. DSLR 뿐만 아니다. 연극도 보러가고 싶고, 미술 전시회도 가고 싶고, 배낭여행도 가고 싶다. 그런데 돈이 없다. 하고 싶은 게 많은 내가 이상한 건지.... 잘 모르겠다. 돈 안 드는 취미생활이 최고지 싶어 스마트폰을 꺼내 웹툰을 본다.



취하는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떨다가 친구가 말했다. 웬만한 고소득자 연봉 수준이다. “나는 월 37만원 들어.” “그 정도면 보통 아닌가?” “근데 반지하야.” “보증금 싸고, 월세 적당한데는 다 그렇더라.” 그러다가 관리비 얘기가 나왔다. 매달 2만원씩 내는 관리비를 어디에 쓰는지 원룸 아줌마한테 물어보고 싶었다. 계약할 때 말로는 청소, 공용 정수기, 수도세 때문이라고 했는데, 친구가 솔깃한 얘기를 한다. “지방에선 청소 아주머니를 써서 건물을 청소하는 곳인데도 1년에 3만원밖에 관리비 안 내는 데도 있대.” 1년 동안 살면서 원룸 아줌마가 청소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는데, 내 2만원은 매달 어디로 나가는 걸까?



평균 용돈 45만원,
삶의 질은 평균 이하

주거 형태가 다른 20대들은 다들 평균에 조금 못 미치거나, 평균적인 용돈을 받고 있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교통비나 공과금을 제때 못 내거나, 값싼 식사로 한 끼를 대충 때우는 등 생활의 질이 높지 않았다. 네 명의 학생들은 주거 형태에 따라 서로 다른 생활비 지출 양상을 보였디. 통학을 하는 학생은 교통비가 생활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기숙사와 고시텔에 사는 학생들의 경우, 밥을 무조건 사 먹어야 하기 때문에 식비 지출이 많았다. 원룸 등에서 자취를 하는 자취생 역시 식비가 많이 들어가긴 하나, 공과금 및 생활비의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통학하는 학생을 제외한 3명의 20대들이 모두 자신의 한 달 생활비의 약 42.5%를 거주비로 지출하고 있었다. 즉, 그들의 집값이 해결되면 그들의 한 달 생활비도 엄청나게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진행 중인 주택정책,

고른 분배가 가장 중요해

종자돈도 없고, 일정한 직업도 없는 미취업 20대들은 사회의 ‘집값’ 논쟁 테두리 밖에 머물고 있다. 고무적인 현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세종대, 경희대 등 몇몇 사립대는 국토부의 지원으로 월 19만원 정도의 저렴한 공공 기숙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생 전세 임대 주택 등 20대를 위한 저렴한 주택들이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이 20대들에게 고른 혜택을 제공할 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올해 초 마련된 대학생 공공 주택은 생활보호대상자를 위한 복지 정책의 느낌이 강했다. 물론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주거시설이 우선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나, 중산층 가정에게도 어느 정도의 주거비 절약이 보장되는 제도가 필요하다. 정부가 발표한 중산층 연봉 기준인 5500만원(월 458만원)으로도 매달 두 명의 대학생 자녀에게 들어가는 생활비 200여 만원은 큰 부담이 되니 말이다.

주거 정책 대상자가 한정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문제가 된다. 현재 많은 정책의 대상자가 대학생에 한정되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과 대학원생들은 여전히 높은 집값에 희생될 수밖에 없다. 또한 새로 지어지는 공공주택의 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공공주택만으로는 20대들의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정부의 합리적인 현실밀착형 정책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