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주소가 2014년 전면 시행된다. 당초 2012년 전면시행을 목표로 했지만 더딘 상용화로 연도를 미룬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실제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는 이들이 22.6%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대부분의 관공서는 올 초부터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고 있는 추세다. 전면시행을 1년 앞둔 도로명 주소는 또 한번의 기한 연장의 설움을 피할 수 있을까?


ⓒ 행정안전부

우리나라는 1918년 일제강점기 이후 줄곧 지번주소를 사용해 왔다. 일제의 조선인 탄압의 역사 속에서 조세징수와 토지수탈을 목적으로 만든 제도임에도 개선되지 못한 채 사용되어 온 것이다. 또한 기존의 지번 주소는 지번의 순차성 문제, 즉 번지수가 차례대로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닌 산발적으로 퍼져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를 안고 있었다. 건물이 아닌 토지에 따라 붙여진 번지수만 가지고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로명 주소는 이러한 지번주소 문제의 대안으로 나온 정책이다. 도로를 따라 순차적으로 건물 번호를 부여하기 때문에 지번의 순차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이런 단순화를 통해 유류비 절감 등의 길 찾기 비용과 택비 시간 절감 등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소정책과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도로명을 정하는 도로명 위원회도 시군구마다 배치되어 있어 의견 수렴 또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도로명 주소는 국민적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다현 (가명.51)씨는 도로명 주소가 시행되고 있는 건 알았지만 내년부터 전면 시행 되는 건 몰랐다고 말했다. “지금 지번 주소를 쓰고 있는데 내년부터 도로명 주소만 써야 한다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질 거 같다”며 도로명 주소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도로명주소가 전면 시행되더라도 사람이 살지 않는 건물이나 토지, 등기부 등본 등은 지번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서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미국 제도를 그대로 도입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다. 이에 관계자는 지번주소가 쓰이기 이전에 주소를 보면 조상 대대로 쓰였던 주소가 지금의 도로명 주소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도로명 주소가 학문적으로 정립되어 있지 않고 학교에서도 가르치지 않으니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덧붙여 아파트 명이 명품화 되어있는 현상 또한 지번주소가 주소로서 기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도로명 주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로명 주소는 96년 도입돼서 4개 정부를 거쳐 5번째 정부를 향해가고 있다. 긴 수정의 역사가 박근혜 정부에 이르러 방점을 찍는 셈이다. 지번 주소의 문제점을 생각한다면 도로명 주소의 전면 시행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 주소정책과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행 하는 것에 대해) 염려를 많이 한다. 그러나 필요성에 대해서는 꼭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들을 하나하나 설득해나가는 과정이 매우 힘들 거다”며 국민 설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도로명 주소 : 기존의 지번번호 방식인 시/군/구 동/리/지번 표기 방식을 도로에 이름을 붙이고 주택, 건물에는 도로를 따라 순차적으로 번호를 붙이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지번주소와 병행 표기가 가능하며 2014년 전면 시행 될 예정이다. 예)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1540-5 (지번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 23길 6 (서초동) (도로명 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