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연대는 지난 1월 초 결성 후 줄곧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알바들을 착취하는 기업들을 '알바5적'으로 칭하고 그들을 향해 '시일야알바대곡'을 읊는 그들은 여느 노동단체와는 다르게 재기발랄함이 넘친다. 하지만 그러한 재기발랄함 이면에는 오늘날 알바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이 존재한다. 권문석 알바연대 대변인을 만나 알바연대에 대하여, 그리고 그들이 사회를 향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바연대



Q: 알바연대의 정식명칭은 ‘비정규불안정노동자와 함께 하는 알바연대’인데요, 불안정노동자가 뜻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가요?

권: 오늘날 신자유주의 시대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가 불안입니다. 모든 것이 불안해요.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죠. 이제 정규직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한 고용형태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더 이상 직장의 안정성을 쉽게 담보할 수 없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불안정노동자라는 개념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추상적인 개념이라 크게 강조하지는 않고, 그냥 알바연대라고 소개합니다. 하하.   

Q: 알바연대를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권: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김순자 후보가 내세운 공약 중 핵심이 ‘최저임금 1만원’이었어요. 그것을 중심으로 나머지 정책들이 수립되었죠. 선거운동 중반에는 ‘알바들의 대통령’이라는 콘셉트로 유세를 벌이기도 하고요. 대선 후에도 그러한 선거운동에 따른 성과를 계속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김 전 후보를 대표로 내세워 단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단체에서는 기존 사회운동 단체와는 달리 최저임금만을 의제로 내세웁니다. 기존 사회운동이 여러 의제들을 아우르려 했다면, 우리는 최저임금 상승을 단일 의제로 선정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다른 의제들을 추가로 엮어나가는, 새로운 운동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Q: 1만원이라는 액수는 어떻게 책정된 건가요?

권: 상징적 의미가 강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근거도 여러 가지 있어요. 가장 주요한 것은, 통상적인 생활수준을 영위하려면 적어도 그 정도 시급은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시급 만원을 기준으로 주 5일 40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하면 주휴수당, 세금공제 등을 감안해서 한 달 동안 190만원, 일 년 동안 2400만 원 정도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 돈이 큰 액수가 아닙니다. 평균 노동자를 기준으로 봐도 여전히 낮아요. 

Q: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최저임금 만원은 현실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권: 주로 영세사업자들의 문제인데요. 저희는 냉정하게 이야기해요. 그 정도 인건비 증가도 부담할 여력이 없으면 사업하지 말라고요. 영세사업하지 말고 임금노동 해서, 우리 같이 최저임금 수준을 올리자고요. 통계를 보면 국민 5천만 명 중에 600만 명이 영세영업자인데, 1년에 3명 중 2명이 도산해요.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그렇다고 딱히 질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제는 다르게 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요. 최저임금이 오르면 임금노동만으로도, 최저임금만으로도 살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영세사업자의 숫자도 줄고, 출혈경쟁도 감소하게 되겠죠. 

중소기업 또한 그 정도 인건비는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중소기업 경영난의 근본원인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 구조에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두고 다툴 것이 아니라 대기업들을 단속해야 합니다. 

Q: 최근 알바연대에서 벌이는 시위 퍼포먼스들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알바5적’이나 ‘시일야알바대곡’을 발표하여 화제를 일으켰죠. 아이디어가 참신한데 어떻게 떠올리게 됐나요.

권: 기존 최저임금 투쟁에서 주요 타깃은 사용자단체와 정부였어요. 매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수준이 책정되는데, 노동자 측, 사측, 그리도 정부 측 위원들이 협상에 참여하게 됩니다. 기존에는 이러한 협상테이블 상의 상대방들을 그대로 타깃으로 잡았던 거죠. 그런데 협상과정이 그다지 건설적이지 못했어요. 언제나 사측에서는 최저임금 동결 내지 몇 십 원 인상을 제안하고, 노측에서는 천 원 이상을 제안합니다. 격차가 엄청나죠. 그래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각을 세우다가 막판에 정부 측에서 백 원에서 이백 원 정도 인상으로 마무리합니다. 언제나 이런 식이었어요. 

이러한 기존 투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알바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적들인 기업들을 타깃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정부보다 개별자본의 힘이 더 셉니다. 그들을 실질적으로 압박해야 합니다. 그 결과, 매출액, 매장 수가 많고 가장 많은 알바 노동자들을 쓰는 업체들 5곳을 선정하여 알바5적으로 발표하게 된 거죠.

Q: 많은 언론매체들이 알바연대의 시위현장을 보도했는데요, 알바5적으로 선정된 기업들과 고용노동부의 반응은 어떤가요?

권: 기업들은 그다지 반응이 없습니다. 그들로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정석이겠죠. 고용노동부에서는 자꾸 만나자고 연락이 와요. 왜 그러냐고, 우리가 뭘 잘못했냐고. 하하. 그래서 조만간 만나 볼 생각입니다.

Q: '알바5적' 시위 퍼포먼스 외의 다른 계획은 없나요?

저희가 활동하면서 겪은 어려움들 중 하나가, 알바 분들이 시간이 없다는 거예요.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 운동의 메시지를 알리는 일 못지않게 알바 노동자들을 규합하는 일도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알바 노동자들이 만나고 교류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4월 6일에 ‘pause’라는 이름으로 알바들을 위한 콘서트를 엽니다. 잠시 멈춰서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같이 생각도 해보고, 즐기고 놀자는 취지에서 마련했어요. 출연진들도 빵빵합니다. 하하. 

또 알바 100명의 글들을 모아 책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지금 공개모집하고 있어요. 책 작업에 참여하고 싶은 알바라면 누구든 상관없이 자신의 글을 실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실명이든 익명이든 간에 공동저자로서 100명의 이름은 책 표지에 모두 적을 생각입니다. 

5월 1일 노동절에는 ‘알바들의 날’이라고 명명하고 큰 규모의 시위를 벌일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날을 기점으로 6월 말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기 전까지 본격적인 투쟁에 들어갈 겁니다. 

Q: 마지막으로 고함20을 통해서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알바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권: 저희가 그동안 만난 알바들 중 많은 사람들이 최저임금이 만원으로 오르면 자기 사장님이 망한다면서 걱정합니다. 저희는 그렇게 이야기해요. 사장님 망하기 전에 당신부터 망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일단 당신 먹고 사는 것부터 걱정하라고요. 모든 문제는 자기 삶의 문제에서 비롯합니다. 최저 임금 문제는 그것이 내 삶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나설 때 비로소 해결 가능합니다. 

이 문제는 알바 노동자들만의 것도 아닙니다. 알바연대에 관한 보도 자료들을 보면 ‘알바생’이라는 표현이 종종 나옵니다. 그런데 정작 저희는 그 표현을 한 번도 쓴 적이 없어요. 오히려 의도적으로 피했습니다. 알바생은 알바를 하는 대학생들을 가리키는 말이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단지 학생들만이 알바 노동을 하지 않습니다. 알바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설사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 해도, 임금노동자인 한 여지없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저임금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주목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