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그와의 첫 번째 만남.
중부지방을 강타했던 짧고 굵은 빗줄기가 조금씩 얇아지는 밤. 진지했던 강연이 끝나자 강의실 곳곳에 대여섯 명의 사람들씩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조금은 어색하고 조금은 진지한 표정으로 둘러 앉자, 서로 간에 잠시 침묵이 돈다. “저희 오랜만이네요.”, “주말 잘 지내셨어요?” 강연을 2시간이나 같이 들었지만 서로의 안부는 처음 묻는다. 한 마디씩 오고가자 그제서야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기 시작한다. 9시가 훨씬 넘은 늦은 저녁에도 수강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서글서글한 웃음을 만면에 띄우고 풋풋한 학생들 사이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몸짓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한 사람이 그 곳에 있었다. 학생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다가 그에 맞는 자신의 의견을 진지한 얼굴로 들려주다가도 장난기 가득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홱홱 바꾸곤 하는 것이었다. 그의 의견 하나하나를 유심히 귀담아 듣는 학생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이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하어영. 한겨레 신문 문화부 기자. 그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이것만으로는 그를 알 수 없다고? 그의 캐릭터를 막연하게나마 느낄 수 있는 이름이 있다.
무한도전 돌+I Contest 참가자.
어떤가? 감이 조금 오는가? 05년 한겨레에 입사한 그는 그 해 최종 기사작성 시험에서 자신이 2등을 했다는 사실을 숨기기보다는 알리는 것을 지향한다. 자신감 넘치는 그의 말투가 거만해 보인다기 보다는 친한 오빠의 넉살 좋은 자랑으로 들리는 건 왜일까. 그의 외향에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 때문만이 아니라, 진지한 대화 속에서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장난끼 가득한 농담 때문일 것이다. 기사 작성 이론에 대해 설명할 때에는 진지한 눈빛으로 열변을 토하다가도 어느새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툭툭 늘어놓는 것이다. 심심할 새가 없다,
▲ 3월21일 방송된 <무한도전> 돌아이 콘테스트 편에 참가한 하어영 기자의 모습. ⓒ화면 캡쳐 - 하어영씨 글에서 퍼옴.
그가 돌+I Contest에 참가한 이유도 ‘그’다운 선택이었다. 기자가 되기 전부터 애청해 온 무한도전을 취재하기 위해 애써 왔으나, 무한도전의 원칙상 취재는 불가하다는 상황에서 나온 그의 선택이었다. 취재 아이템을 얻겠다는 것. 그것이 참가원칙이었다. 결국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취재를 하거나 기사를 내보내지는 못했지만, 그는 H신문의 기자님으로 전국 방송을 탔다. 역시 지상파의 힘은 대단한지라, 잊고 살던 동창들에게서 연락이 오기도 했다고. 케이블 TV에서 무한 반복 재방송을 하고 있다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참고하면 될 것이다.
입사 직후 사회부로 활동했던 그는 현재 문화부로 옮겨 연예인과의 인터뷰를 즐기고, 직후에 있을 SCIFF 취재에 매우 들뜬 모습이었다. 차승원과의 인터뷰에서 차승원의 손이 얼마나 부드러웠는지 그리고 얼마나 잘생겼었는지를 묘사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듣지 않아도 그가 얼마나 기자생활을 즐기는지 알 수 있었다. 머리가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강연이 끝나고도 각자 모임을 갖는 학생들의 주변을 떠나지 않던 그는 한참을 그렇게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자리를 떴다. 8월에 있을 글쓰기 강연에서 다시 볼 것을 기약하며 그렇게 짧은 만남은 끝이 났다. 창밖에는 비가 완전히 개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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