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부터 1위까지도 역시 진상들의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5위는 특이하게도 일본의 사례다. 역시 ‘진상손님’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라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던 것이다.



<최악의 진상 손님 5위> “어디에나 진상은 있기 마련”

배용준(21) - 저는 일본 규동 체인에서 심야(23:00~07:00)로 일을 했어요. 이제 오더(주문)이 잘못 들어가서 가게 내에서 먹고 가는 손님의 밥이 테이크아웃으로 포장이 되었어요. 그런데 그걸 꺼내서 다시 담긴 그러니까 다시 조리를 해야 됐거든요.

그런데 그 손님이 주방이 좀 부산하니까 테이크 아웃된 밥이 자기 것이었다는 걸 알았나 봐요. 그러더니 “확인을 처음부터 제대로 했어야 되는 거 아니냐. 이거 대체 어떻게 책임질 거냐”라고 따지는 거예요. 사실 다시 만들면 5분 정도밖에 안 걸리거든요. 당연히 다시 만들면 해결 될 일이죠.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이는데도 계속 “책임자가 어디 있느냐” 묻는 거예요. 결국 새벽 1시에 점장한테 전화를 연결해줬더니 1시간이 넘도록 따져요. 대체 1시간 동안 따질 게 뭐가 있겠어요. 전화를 끊고 나서는 갑자기 저한테 “왜 사과 안 하느냐”고 또 따지는 거예요. 아까 몇 번을 죄송하다고 말했는데... 그러다가 돈도 안 내고 먹을 건 다 먹고 가더라고요.

일본도 한국처럼 성질 부리고 진상 부리는 손님이 많아요. 사람 사는데는 어디나 비슷해요. 또 심야니까 술 취해서 온 인간들이 많은데, 그거 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오죽하면 가게에서 일하면서 고객이 뭐가 필요한 게 있어서 ‘저기요’ 하고 부르잖아요. 그때마다 움찔움찔하고 무서워요. 또 뭘 실수했나 싶고, 무슨 말을 들을까 싶어서요.



<최악의 진상 손님 4위> 알바생 눈을 찌르려고 한 무서운 아줌마

안태연(27) 오픈 테라스가 있는 꽤 큰 카페에서 일을 했어요. 유난히 아줌마들 중에 진상이라고 불릴만한 분들이 많이 오는 곳이었어요. 하루는 주문 받으려고 카운터에 섰는데 한 아줌마가 말 없이 손가락 세 개를 펴서 제 눈에 갖다 미는 거예요. 정말 눈 찔릴 뻔했어요.

불쾌하기도 하고 뭘 주문하려는지 알 수 없어서 “다시 말씀해달라”했더니 이거(손가락 세 개) 안보이냐면서 되려 핀잔들 주더라고요. “말로 해주세요”라고 하니까 “그럼 말 못하는 사람 오면 주문 못 받겠네?”라며 비아냥 대더라고요. 아주 피가 거꾸로 확 솟을 지경이었어요. 주문을 하고나서 자리에 앉아서도 계속 궁시렁궁시렁 아...

진짜 이건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고, 그밖에도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아줌마들을 상대하니까 나중에는 아줌마 혐오증세가 나타나더라고요. 서비스 직군에서 5년 동안 알바를 해보니까, 성격이 쉽게 예민해지고 우울해지고 그랬어요. 감정노동은 심한데 급여는 적고, 사람들은 무시하고 그러니까요. 나중에 아이 낳게 되면 사람 상대하는 알바는 절대 시키고 싶지 않아요.


아줌마, 손 장난 잘못 치다가 상해죄로 경찰서 갈 수 있어요.





<최악의 진상 손님 3위>
충격, 술 먹고 빵집 들어온 손님이 그만...

김탁구(21) 부산에 있는 개인 빵집에서 오전 알바를 하고 있어요. 하루는 아침 10시쯤에 한 여자가 살짝 비틀비틀 거리면서 걸어오는 거예요. 처음 봤을 땐 비틀거리는 동작이 크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빵을 고르려고 오니까 술 냄새가 확 풍기더라고요. ‘술먹고 밤샌 뒤 빵을 먹으로 오다니 특이하네’라고 생각했죠.

그 사람이 쟁반과 집게를 들고 가더니 생크림 단팥빵을 집게로 콱 집더라고요. 그런데 너무 콱 집어서 생크림이 밖으로 팍 터져나왔어요. 생크림이 집게에 다 묻었죠. 저는 “쯧쯧 터진 거 먹어야겠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부터가 중요해요. 그 사람이 빵은 다시 원래 자리에 놓고, 생크림이 묻은 집게를 혀로 막 핥아대는 거예요. 으악 너무 놀랐죠.

저는 빵 공장(빵 만드는 주방)에서 일하는 알바였기 때문에, 대신 매장안을 관리하는 직원분이 “집게는 저희에게 주시고 방금 집은 빵을 사시는게 어떠신가요^^”라고 그 사람한테 친절히 권유를 했죠. 그랬더니 버럭 화를 내면서 “손님한테 뭐 그따위로 말해! 지금 빵 터졌다고 강매하는 거야! 사장 나와"라며 땡깡을 부리는 거예요. 결국 빵 공장에 있던 매니저님이 잘 설득해서 보내긴 했지만, 정말 집게에 있는 크림을 핥아먹는 광경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최악의 진상 손님 2위> 땡깡부리다가 안 되니까 알바 핸드폰을 던져

이소나(22) PC방 야간 알바를 했었는데, 여자로서 PC방 야간 알바를 하는 건 사실 부담이 꽤 커요. 아무래도 여자니까 만만하게 봐요. 어떤 사람은 카운터에 PC방 요금을 내야 하는데, 앉아있던 자리에 돈을 놓고 간다는 거예요. 제가 돈 내고 가라고 하니까 ‘또라이x'이라면서 도망가더라고요. 또 50살도 넘어보이는 사람이 커피마시러 나가자면서 추행했던 것도 있고...

그중에서도 진상 of 진상은 제 핸드폰을 던진 손님이었어요. 카운터로 와서는 대뜸 “컴퓨터가 구려서 테라(게임)가 안 되니까 고쳐봐”라고 하는 거예요. 저는 게임을 잘 모르니까 한 번 재부팅시켜드리겠다고 했는데, 한참 게임을 해놓고선 갑자기 컴퓨터가 이상해서 게임을 못했으니 자긴 돈을 못 내겠대요.

“네?”하고 되물으니까 사장한테 전화해보라며 난리를 쳐서 새벽 세시에 제 핸드폰으로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죠. 그 손님은 전화로 사장님한테 PC방 욕을 하고, 사장님도 화가나니까 그냥 돈 내지 말고 그냥 가버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마침 다른 손님이 들어오면서 “여기 테라 돼요?”라고 묻길래 “지금 이 손님도 테라가 안 된다고 했다”고 대답하니까. 그 손님이 다른 PC방 다 돌아다녔는데 전부 테라가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그러면 컴퓨터 문제가 아니라 게임 서버 문제잖아요.

막 들어온 손님의 말을 듣더니, 사장님이랑 통화하던 손님이 제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던지고 나갔어요. 사과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는데...대걸레질 하면서 서럽게 울었어요. 알바를 하면서 손님이 종 부리듯이 막 대하면 ‘뭔데 날 함부로 대하지?’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결국 그냥 ‘내가 잘못했나보다’생각하고 넘어가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최악의 진상 손님 1위> 진상 손님 총집합, 패스트푸드 콜센터

이하상(22) 모 패스트푸드 업체 콜센터에서 주문을 받는 상담원일을 반 년 동안 했어요. 다양한 진상들을 접했어요. 상담원 전화번호랑 개인 신상 요구하는 인간들도 있었고, 상담원을 고소하겠다는 사람들도 꽤 있었어요. 반말과 욕설 전화는 하루에도 수십통씩 받아서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에요. 그런데 상담원은 취객이 뭐라 하든, 장난전화가 오든 마음대로 끊지 못하는 게 원칙이에요. 진상들도 '고객만족 친절상담‘ 해드려야 해요.

기본적으로 땡깡부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오전에는 저희가 아침메뉴를 팔아서 버거는 안 팔아요. 그런데 매장에서 버거를 안 파니까 콜센터로 전화를 해서는 “알게 뭐냐. 왜 나한테 버거 안파냐”면서 매장 직원을 빨리 잘라버리라며 20분 동안 따지는 사람이 있었어요. 배달 구역 아니라니까 쌍욕을 하면서 고소하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라이더가 사고 나서 배달이 일시중지됐다니까 “내 알바 아니다”면서 당장 버거 내놓으라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심부름 센터인 줄 아나 봐요. “xxxx에는 치즈스틱이 없다고? 그럼 xxxx에 들러서 사와”라고 말하던 사람도 있었고, “오면서 소주 좀 사와요”라고 말해서 안 된다고 하니까 쌍욕을 퍼붓던 사람도 있었죠.

이게 딱히 대박 진상이 있기 보다는 하루 평균 200통의 주문 전화를 받으면 그중 30개씩은 쌍욕이나 비아냥이 섞인 전화를 받는 것 같아요. 그러다 가끔 하나가 ‘보스급’으로 등장하는 식인 거죠. 동료들 이야기 들어도 엄청나요. 하루는 콜센터 공지에 “라이더가 도착했으나 고객님께서 집안 물건과 음식을 던지며 결제를 거부해서 라이더가 복귀함. 다시 전화시 친절히 안내해드리고 먼저 끊지 마세요”라고 써있더라고요.

아무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계속 꾹 참긴 했는데... 일하면서 진지하게 살인 충동이 들 정도로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었어요.

 

콜센터와 같은 감정노동이 극심한 사람들의 고통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 한겨레







진상 손님을 대하는 알바생들도, 다른 곳에 가면 ‘갑’의 입장인 손님이 된다. 알바생을 괴롭히는 진상 손님도, 자기 일터에 나가면 ‘을’의 입장에서 사람들을 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역지사지’라는 말을 안다면 차마 타인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진상’이었을 수도 있다. 서비스 업종에서 손님과 알바의 관계는, 갑과 을 이전에 사람 대 사람간의 소통이 필요한 관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아쉽게도 순위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진상 손님들 이야기

- 술도 안 취했는데, 
빵집이나 카페 알바로 돈을 얼마나 벌겠냐며, 좋은 벌이 있다며 계산할 때 손을 주무르는 아저씨가 있었어요. 으...

음식점이라 동물 금지였거든요. 그런데 젊은 부부가 이동장도 없이 그냥 개를 안고 들어와서, 동물을 데리고는 입장 할 수 없다고 했죠. 그런데 여자분이 왜 애완동물이 안되냐면서 엄청나게 따지더라고요. 원칙상 안 된다고 했더니 그런 게 어딨냐고 따지는 걸 보고 황당했어요.

- 부대찌개집 알바를 했었는데, 애엄마들이 테이블 위에서 기저귀 갈고 그대로 가게에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었고, 스테인레스 컵에 애기 오줌을 받아서 저보고 버리라고 했던 경우도 있었어요. 

 
-악세사리 판매 알바 하고 있는데, 어떤손님이 싼 물건의 가격표를 떼다가, 비싼 물건에 붙여놓고 "이거 원래 싼 물건 아니냐"고 우겼을 때가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