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좀 아는 20대’들의 사회비평 프로젝트, ‘더 까기 라이브(The GGAGI Live)’
독자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한 층 업그레이드시켜주는, 20대들의 신랄한 ‘디스’ 타임. 매주 금요일, 한국 사회의 20대들에게 벌어지는 황당하고 충격적인 사건들을 가장 근거리에서 까 본다.

지난 15일 인터넷에선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었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입구, 스무 명 남짓한 청년 무리가 “우덜식 민주주의 지겹다.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은 너희들아 파쇼들아!!”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오마이뉴스가 담은 것이다. '촛불'이 아닌 '향불' 시위를 하는 이 청년들을 이번 주 '더 까기 라이브'에서 집중 파헤쳐 본다. 

지난 14일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범국민 촛불대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촛불시위에 반대하는 기습시위를 한 이들은 자신을 ‘자유대학생연합’(이하 자대련) 이라 소개한 보수청년단체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


촛불에 뛰어든 향불, 뭘 말하려는 건지..
국뽕 : “엄마! 나 국정원에 취직했어! 근데 왜! 월급이 안 들어오지!” 국정원이 요즘 직원들에게 월급을 안주나본데(웃음) 아무튼, 이 청년들이 도대체 왜 이런 피켓을 들고 있는지를 이야기 하려면 먼저 이들은 누구이고 또 뭘 하는 단체인지를 알아야 할 것 같다.
 
야매 : 자유대학생연합, 줄여서 자대련. 알려진 바로는 연세대학교 커뮤니티 ‘세연넷’에서 ‘시국선언 반대’의제를 펼치던 몇몇 보수 성향 학생들이 주축을 이룬다나 봐. 지난 6월 말 부터 대학가에서 국정원 시국서언이 이어졌잖아. 연세대 총학서도 시국선언을 시도했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서 들고 일어난 거지. 그렇게 세력이 확장되어 지금의 ‘자대련’으로 거듭난 신생 단체라고 할 수 있어.
 
덧붙이자면, 이들은 최근 계속 논란이 되는 커뮤니티 ‘일베’에서 자신을 스스로 ‘연세대 행게이’라고 지칭하며 대학가 시국선언을 반대하는 논리로 일베 사용자들의 지지를 얻기도 했어. 7월달에는 보도도 꽤 된 것 같아.
 
콩라인: 커뮤니티 ‘일베’랑 커넥션이 있거나 있었던 단체라는 말이네.
 
힙덕: 몇 명 소속 되어있어?
 
야매 : 본인들 말로는 회원이 600명 이상으로 발표하는데, 비공개 페이스북 그룹 총인원을 그대로 회원 수로 생각 하는 것 같아. 현재 대략 800명 정도로 페이스북 그룹 회원 수가 늘어나 있는 상태.
 
페이스북 그룹 소개를 보면, “포퓰리즘에 의한 개인의 자유억압을 지양하고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대학생들의 모임” 이라고 단체를 정의해놨어.

국자대련의 페이스북 그룹 소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민주주의를 왜곡시키며 스스로만 정의를 외쳐대는 사람들에게 우리와 같은 의견을 가진 대학생들도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려 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국뽕 :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민주주의를 왜곡시키며 스스로만 정의를 외쳐대는 사람들에게 우리와 같은 의견을 가진 대학생들도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려 합니다”라니, 괜찮은 생각 같은데? 그런데 자대련이 누구를 ‘자기들 입맛으로 민주주의를 왜곡시키는 사람들’이라고 하는지, ‘우리와 같은 의견’은 어떤 의견인지를 좀 이야기 해 봐야 할 것 같다. 왜 그들이 “전진해야만 한다”고 말하는지, 한번 볼까.
  
힙덕 : 이화여대 마크를 크게 붙여놓고 학과와 이름을 걸어 놓을 걸 보니, 먼저 그 자신감에 박수를 보내야 할 것 같아. (웃음)
 
콩라인 : 본인 이름도 드러내 놓고, 자신 있게 주장하고 있는 건 좋은데, 메시지가 구리지 않나? “한대련 여러분, 우리는 촛불집회 인원이 아니랍니다. 너희가 10만이면 우리는 4,990만이다” 이게 뭐야. 4,990만 치곤 인원이 너무 적고, 정작 이 자리에 한대련은 있지도 않았다며. (웃음) 이름 알리려고 오버하는 것 아닌가?
 
야매 : 가장 난해한 문구는 이거 아닐까. “엄마! 나 국정원에 취직했어! 근데 왜! 월급이 안들어오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어. 정말 국정원에 취직이라도 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이럴 시간이 없을 텐데 (웃음)

콩라인 : 본인들 스스로 야당을 옹호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베를 광고하려고 나온 것도 아니고. 한대련을 싫어하기 때문에 나온 거 아니야? 반한대련 정서로 모인 집단이랄까. 그런데 한대련이 싫다고,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을 밝히라는 촛불집회 옆에서 이렇게 보란 듯이 촛불반대 시위를 하는 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한대련 까기, 제대로 알고 비판해야. 
국뽕 : 한대련이 싫다면 한대련의 행태를 비판하면 되는 건데, 한대련의 북한정권 옹호를 비판하든가 해야 맞는게 아닌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개새X 해봐, 못하면 넌 종북세력이야^^” 이런 문구는 잘 꺼내들었네. 전원책 변호사가 심야토론에서 했던 대사잖아. “김일성이 김정일을 개X끼 라고 하면 종북세력이 아닙니다”라고. (웃음)

야매 : 자대련의 공식 입장을 보면, “대학가 내에서 운동권들로부터 수꼴, 알바, 일베충으로 매도당하며 논리와 상관없이 메신저를 공격하는 그들에게 일침을 주기 위해”서 “용감하게 얼굴과 실명을 까고 길거리에 나선”것이라고 하네.
  

자대련은 “한대련 여러분, 우리는 촛불집회 인원이 아니랍니다. 너희가 10만이면 우리는 4,990만이다”, “YA~ 한대련! 너희들이 대학생을 대표 한다고? 조용하게 있으니 없는 줄 알았냐” 등의 현수막을 내 걸어 스스로를 반 한대련 단체로 규정했다 ⓒ일간베스트


힙덕 : 이렇게 학교 마크를 크게 인쇄해서 오는데, 본인들도 비판하는 한대련같이 '대학사회의 일부' 아닌가. 
 
콩라인 : 한대련의 어떤 점이 문제인지도 밝히지 않고 한대련이 싫다면서 시위를 하고 있으니 웃길 수 밖에. 한대련이 대학가의 국정원 규탄 촛불시위를 주도한 것도 아니잖아. 대학생 시국선언은 서울대에서 시작해서 주도를 했고, 오히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비운동권으로 한대련이랑 전혀 관계가 없는데,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가. (웃음) 
 
배후를 짐작하기에는 너무 허술하고, 말하려는 메시지도 전혀 일치가 되어있지 않잖아. 효과적으로 보여주지도 못해서 뭔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심심한가봐.


 
일베에게 버림받다  
국뽕 : 우선 자대련이 ‘반한대련’으로 똘똘 뭉친 청년 단체라 치자. 비록 한대련은 이들을 전혀 자신들의 적수로 생각하진 않는 것 같지만 말이야.(웃음) 그런데 자대련이 한대련에게만 외면 받은 게 아니라며?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로는 시위 자금을 지원 해 준 ‘일베’와도 불화설이 있다고 하던데, 이 부분 이야기 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야매 : 결말부터 말하자면, 현재 자대련이 일베에게 버림받았다고 할 수 있어. 자대련이 이번의 ‘향불집회’ 시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베의 지원을 받았다고. 자대련의 중심축인 ‘연세대 행게이’라는 일베 유저가 밝힌 바로는 일베에서 무려 280만 원을 후원받았다고 해. 이정도면 자대련이 일베의 ‘은혜’를 입지 않았다고 하는 게 더 웃길 정도지.
 
그런데, 더 웃긴 건 사진의 그 시위를 한 14일 이후 자대련이 일베로부터 엄청난 비난세례를 받게 되. 한마디로 ‘아웃’ 당한거지. 시위가 끝난 뒤 뒷풀이 현장에서 일부 일베 이용자들이 ‘일베 손가락 인증’을 한 것이 문제가 된 모양인데, 일베에서는 ‘친목질’을 금지 하는 문화가 있다나봐.

힙덕 : 그런데, 왜 일베에선 친목질을 하면 안되는거야?

콩라인 : 일베 커뮤니티의 전신격인 DC 게시판의 몰락 원인이 '고정닉 친목질‘때문이라는 인식 때문이야. 일베는 '친목질'을 금지 시켜. 실명인증이나 실제로 만나서도 안 되고, 특정 아이디에 친분을 보이는것에 과민 반응을 보이더군. 

야매 : 여튼, 다수의 일베 유저들에게 버림받은 뒤에, 자대련은 “대표가 일베를 했기 때문에 일베에 홍보를 하는 일이 잦았고, 일베는 우리를 지지해 줬다”라면서, 친목질 사건 이후 “우리는 일베와 사이가 좋지 않다”고 스스로 밝힌 상황이야. 일베와의 독립을 선언 한 셈이지. 하지만, 아직까지 페이스북 그룹 내에서 사용하는 비속어나 말투는 영락없이 일베의 그것이랑 다를 게 없어. 
 
이정도면 정말 비운의 집단이라 할 수 있지. 일베의 ‘은혜’로 자신들을 알리는 데 성공 한 뒤, 일베와의 관계가 소원해지자 제 스스로가 일베를 부정해 버렸잖아. 그런데 정작 스스로가 ‘일베’의 문화를 못 벗어난다니, 서글프지않아? 일베유저에게는 정말 ‘못난 놈’쯤 될 것 같고.
 
 

새로운 ‘청년 보수 단체’의 탄생인가, ‘잉여 감정의 배설물’인가.
국뽕 : 촛불에 맞서는 향불, 반한대련 정서 그리고 애증의 일베. 이 세 가지가 자대련을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은데 말이야. 자대련의 등장을 어떻게 평가하면 좋을까. 
 
야매 : 어쨌든 기존과 다른 ‘청년보수단체’의 등장인 것은 확실 해 보여. ‘일베’에서 많은 기층을 확보 했다는 것과 반한대련에 집착하는 점에서 말이야. 
 
콩라인 : 그런데 자대련의 지금 모습에서 엿 볼 수 있는 파쇼 징조는 전혀 좋아보이진 않아. 재특회 같은 인간들이 나올 수 있겠구나 싶어. 그전까지 청년보수단체들의 활동방식이 기자회견 수준이었으면, 자대련은 거리에 뛰쳐나와 시위를 하잖아. 본인들 말 대로 “얼굴도 이름도 다 까고”서 말이야. 그것도 촛불집회의 한 가운데에서 이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것은 맞불을 놓는 것인데, 더 수위가 높아지면 위험하지 않을까. '웃기는 놈들이네'로 넘길 문제는 아닐 것 같아.

14일 국정원 진상규명 촛불문화제가 열린 서울시청 인근에서 자대련이 '향불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의유머


야매 : 바꿔말하면 다른 청년보수단체들의 활동이 미약했기 때문에 자대련이 등장 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두 차례의 시위를 볼 때, 자대련은 단지 불만이 있는 거야. 종북 세력이든 학생회든 또는 촛불이든. 그런데 기존 단체에선 불만 해소를 못했던 거야. 한국대학생포럼(이하 한대포)이나 미래를위한청년포럼(이하 미청포)등 대표적인 청년보수단체들이 활동 전선에서 있지 않고, 뒤에 숨어 있으니까.
 
힙덕 : 좌파들은 한대련을 비롯한 여러 청년단체들이 있고 실제로 활동을 하니까 감정 분출구가 있는데, 보수적인 성향의 대학생들은 그렇지 못했다, 라는 건가. 그런데 청년보수를 대표한다는 한대포는 요즘 활동을 안 하나?
 
콩라인 : ‘한대포’도 촛불 시위가 열리던 중간에 거리에 나오긴 했었어. 왜 박근혜의 정통성을 의심 하냐고 비판하더라고.
 
야매 : 한대포는 본인들이 표방하는 ‘청년보수’단체 치고는 정치적 메시지가 약해. 그러니 자대련이 말 하고 싶어하는 “종북OUT” 같은 메시지를 감당 못하는 거야.
 
힙덕 : 하긴. 가끔 한대포가 하는 기자회견을 보면, 메시지가 자극적이거나 강력하지 않더라.
 
콩라인 : 그래도 ‘청년보수’ 단체로는 차라리 한대포가 낫지. 지금 자대련이 하는 시위는 너무 중구난방이야. 기반이 일베 커뮤니티라는 것부터가 오버지. 전국경제인연합회 기반의 한대포를 감히 일베를 기반으로 둔 자대련이랑 비교할 수 있나. 일부 일베 유저들에게 미움까지 받고 있다면, 앞으로 활동 자금을 비롯한 경제적 여건도 마련하기 힘들 텐데. 그 전에 먼저 단체의 철학이나 메시지부터가 어설프고.
  
야매 : "너희가 10만이면, 우리는 4990만이다" 라는 문구에서도 자대련을 보수청년단체로 부르기엔 참 웃긴 지점이 있어. 이런 언어를 구사 한다는 것이, 극좌파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인데 말이야, ‘소수의 엘리트가 아니라 우리 일반 인민이 옳다’라고 말 하는 것과 같은 논리거든. 보수주의는 보통 일종의 엘리트주의를 담고 있는데, 이들은 엘리트주의는 또 배제하고 있는걸 보면 기존의 보수주의 연장으로 생각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참 이념적으로 ‘보수’라고 규정하기는 힘들고, 참 특이해 (웃음)
 
국뽕 : 자대련, 어떻게 될 것 같아? 청년보수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보여?
 
콩라인 : 지금의 모습대로라면, 망할 것 같아. 이런건 냉정히 평가 해 줘야해. (웃음)
 
힙덕 : 일베로부터 버림받았으니, 자금줄이 필요하다면 어버이 연합을 찾아뵈라고 말해주고 싶네.
 
야매 : 이런 정치적 열정. 참 보여주기 쉬운 것이 아닌데 말이야. 난 조금의 기대를 간직 해 본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