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을 마지막으로 고함20의 9기 기자들이 1년간의 공식 임기를 마친다. 지난 1년간 약 320여개 기사, 평일 기준 하루 평균 1개 이상 기사를 꾸준히 써온 역군의 9기 기자들. 그들을 이대로 보내기엔 왠지 아쉬웠다. 이참에 고함20이 보기보다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님을 이들의 입을 빌려 독자들에게 슬쩍 들려주고 싶기도 했다. 1년동안 함께 해온 9기 기자들 5명을 꼬여내어 거침없는 성토와 우아한 반성의 자리를 마련했다.


기사, 어디까지 써 봤니?

랑 : 고함20 활동에 있어서 취재 얘기를 빼놓을 수 없지. 취재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고함20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잖아. 다들 어땠어? 기억에 남는 취재 에피소드가 있다면?

행객 : 처음에는 막무가내로 연락처 찾아서 다 연락했지. 가장 처음에 썼던 기사가 대전 지역 대학의 교지편집위원회에 관한 글이었는데 활동중인 교지편집위원회가 어딘지 몰라서 무작정 찾아봤어. 그렇게 해서 세 군데의 편집장들을 만날 수 있었지. 

아카룡 : 난 알바렐라 연재할 때 베이비시터 알바 인터뷰 취재가 제일 기억에 남아. 취재는 하고 싶은데 주변에 그런 일을 하는 친구가 없으니까 베이비시터 알바 구직 카페에 들어가서 회원들한테 쪽지를 돌렸어. 그중 한 명에게서 연락이 왔고.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요청해서 인터뷰를 하게 되니까 재밌더라고. 

"최근 여대생들이 육아도우미로 나서면서 부모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정새임 : 난 실제로 기사화하지는 못했는데, 이화여대 후문에 있는 ‘이화당’ 빵집 취재가 기억에 남아.  

블루프린트 : 그때 취재하러 가선 빵만 사왔잖아(전원웃음).

정새임 : 이화당이 되게 오래된 빵집인데 근처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선거야. 그래서 이대 학생회에서 이화당을 살리자고 나서면서 단체주문도 많이 하고 그랬거든. 나도 관심이 생겨서 취재하러 갔는데 생각보다 장사가 잘 되고 있더라고. 주인분들이 너무 바빠서 말을 못 걸 정도로. 그래서 나중에 시간 여유가 생길 때쯤 다시 한번 가서 취재 요청을 드렸는데 주인 할머니가 엄청 손사래를 치시는거야. 요즘 들어 취재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데 안 하고 싶다고. 생떼를 쓸 수도 있었는데 너무 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 같아서 그냥 빵만 사 왔어. 배불러 죽겠는데(웃음).

블루프린트 : 난 그동안의 취재 전부 다 인상깊은데(웃음). 최근 기사 중에는 용모단정 기사. 알바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가게 연락처를 여러 개 찾아서 한꺼번에 구직 문자를 보냈어. 네이트온 무료 문자 100통 서비스 이용해서(웃음). 그러면서 외모를 보냐고 문자로 같이 물어봤는데, 처음엔 다들 외모 안 본다, 일단 면접부터 보러 오라고 하더라고. 근데 내가 좀 더 집요하게 물어보니까 사실 외모를 본다고 말해주는 경우가 꽤 되더라고. 다행히 의심은 안 받았어. 거짓말을 너무 천연덕스럽게 잘 한거지(웃음).


취재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발품으로 하는 것이다

아카룡 : 얼굴에 철판 까는 애들이 취재를 제일 잘 하는 거 같애.

블루프린트 : 맞아. 안 부끄러워 하고. 말 잘 걸고.

랑 : 난 행객이 정말 취재를 잘 하는 것 같아. 취재원 컨텍도 잘 하고. 특히 20대 당원 릴레이 인터뷰 시리즈보면서 놀랐어. 컨텍하기 어렵지 않았어? 

행객 : 개인적인 인맥도 약간 있었고. 정당에 공식적으로 문의하기도 했었어. 각 정당에 대학생위원회 같은 게 있으니까. 또 인터뷰 요청을 하면 생각보다 다들 잘 응해주더라고. 

그밖에 다른 취재할 때도 난 일반인들을 취재한 적은 거의 없고, 주로 일을 벌리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해왔기 때문에 생각보다 수월했던 것 같아. 그런 쪽에서는 관련 기사가 나가면 홍보가 되니까 인터뷰 요청 들어오면 좋아하거든. 내가 질문도 안 했는데 먼저 나서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열성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20대. 바로 20대 당원이다."



아카룡 : 난 고려대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현장 취재 갔을 때가 기억나. 그때 무작정 찾아갔거든. 근데 1시간동안 말도 못 붙이고 서성거리기만 했어. 어떤 사람이 대자보를 열심히 보고 있는 걸 발견하고 용기 내서 다가갈라치면 마침 수업이 끝나서 애들 한 무리가 우르르 몰려오고. 그래서 또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누가 또 대자보를 보고 있으면 말을 걸어볼까 하는데 또 마침 그 사람 친구가 와서 둘이서 막 얘길 해(웃음). 그렇게 1시간을 보냈어.  

"대자보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가지각색이었다."



랑 : 나 같은 경우에는 인터뷰 취재를 할 때 상반기 때는 혼자 다녔거든. 그래서 그때는 좀 취재할 때 많이 쭈뼛댔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사진기자를 뽑았잖아. 그래서 그때 사진기자로 뽑힌 반음아래랑 같이 다니면서 인터뷰 취재를 서너번 정도 했는데, 왠지 모르게 간지가 나는 것 같고 그래서 당당해지는거야(웃음). 나랑 인터뷰이가 대화하고 있으면 반음아래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그러니까. 혼자 인터뷰하고  자기 핸드폰으로 인터뷰이 사진 찍으면 진짜 없어보거든(웃음).

아카룡 : 맞아. 난 인터뷰하고 난 뒤에 사진 찍으려고 핸드폰을 꺼낼 때마다 하는 말이 '요즘은 핸드폰 카메라도 화질이 좋더라고요.'(전원 웃음)

행객 : 난 주로 혼자서 취재하고 사진도 내가 찍는데, 사진 찍을 때 사람이 정면을 보면 사진이 별로거든. 그래서 일부러 대화하는 척, 딴 데 응시하는 척 하라고 막 시켜.(전원 웃음) 


'고함20이 뭐예요?' 취재보다 어려운 고함20 소개

랑 : 취재 자체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학생이고,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비롯되는 어려움은 없었어?

블루프린트 : 고함20이란 단체를 소개하기가 생각보다 힘들어.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래서 큰 도움은 안 되더라도 취재할 때마다 명함을 챙겨가. 최대한 당당하게 말하려고 노력하고. 

불량한생각 : 예전에 밀양 취재갔을 때 한 주민 할아버지께 고함20에서 왔다 그랬더니 ‘고압선?’ 그렇게 되물으시더라고(전원 웃음). 당황했어. 고함20 기사를 접해본 적이 없으니까 잘 모르시더라고.

그리고 공익근무요원 겸직 허가 제도 기사를 썼을 때는, 병무청에 문의 메일을 보냈더니 그쪽에서 전화가 왔어. 어디 소속이냐고 묻길래 고함20이라 그랬더니 어딘지 모르더라고. 그래서 인터넷 언론이라고 했더니 또다시 어떤 기사를 쓰냐고 물어서 그냥 직접 사이트 찾아서 보라고 했어(웃음). 나도 순간 당황해서 그렇게 말해버린거야. 고함20이 어떤 곳인지 딱 부러지게 말을 하기가 좀 어렵더라고. 

'고압선'? 아니죠~ '고함20'? 맞습니다! ⓒ 오마이뉴스



행객 : 난 별로 그런 경험이 없었어. 단체 소개해주면 좋은 곳 같다고 과대평가해주던데(웃음). 또 취재대상들이 대부분 대학생들이어서 그런지 고함20 페이스북 주소 알려주면 ‘
좋아요’ 눌러서 계속 우리가 링크하는 기사 읽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알려지게 되더라고. 

아카룡 : 대학생 애들 중에서 언론에 관심있는 애들은 거의 알던데. 특히 학내 교지하는 애들은 다 아는 것 같아. 우리 학교 교지하는 애들을 몇 명 아는데 그 친구들도 고함20을 다 알더라고. ‘되게 좋은데 아냐?’ ‘대학생들이 하는 인터넷 언론 중에서 제일 잘 되는 데 아냐?’ 그러고. 

불량한생각 : 이매진이 활동하는 다른 학생 언론 단체가 있는데, 거기에선 고함20을 되게 신기하게 본대. 딱히 후원받는데도 없고, 다른 재원 기반도 없는데 어떻게 5년동안 해왔냐고(웃음). 또 그쪽에서 알바렐라 비슷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는데 고함20이 이미 그 기획을 했잖아. 그래서 이매진한테 어떻게 인터뷰이들 섭외했냐고 물어보고 그랬대. 

아카룡 : 기본적으로 고함20에서 활동하는 애들이 정상은 아닌 거 같아(웃음). 돈을 받기는 커녕 오히려 돈 쓰고 시간 쓰면서 취재하고 기사 쓰는 거잖아. 

블루프린트 : 그래서 주변에서 자꾸 고함20이 뭐하는 데냐고 물어보면 짜증나. 몇 번이고 얘기해줘도 직접 사이트에 들어가 보거나 하는 게 아니라 계속 취직한 거냐고 물어보고.

아카룡 : 그래도 난 애들이 나한테 왜 고함20 활동하냐고 물어보면 멋있게 설명해 줘. 언론의 중요성에 대해 내가 전에 들은 얘기 해주고. 넌 대학 생활하면서 의미있는 일 하고 있냐고 오히려 되물어보고. 그럼 애들이 멋있다고 해줘. 그럼 나도 인정하고.(웃음) 

행객 : 그리고 고함20 활동한다고 알려지면 현실적으로 좋은 점도 있어. 인터뷰하게 되면 원래는 기자가 인터뷰이한테 마실 거라든가 사 줘야 되잖아. 근데 내가 사 준다고 하면, 인터뷰이가 사양해. 자기 돈 쓰면서 취재하고 기사 쓰는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웃음).

아카룡 : 그런데 이런 문제를 깊숙하게 파고들어가다 보면 그로 인해서 고함20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생기는 거 같아. 내 돈, 내 시간 쓰면서 왜 기사를 써야 돼? 이런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고, 그걸 못 이겨내면 고함20을 관두는 거지. 어찌 보면 고함20에서 활동하는 내내 계속 안고 가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


못 쓴 기사는 있어도 허투루 쓴 기사는 없다 


랑 : 그럼 이번에는 그렇게 고단한 과정을 거쳐서 탄생하는 기사에 대해 말해볼까. 가장 기억나는 기사가 있다면? 자기 기사도 괜찮고, 다른 9기들 기사도 좋고.

아카룡 : 내 기사 중에서는 쇼핑몰 피팅모델 알바 인터뷰. 크게 기대 안 하고 썼는데 조회수가 굉장히 높아서 놀랐어. 그때 다음 포털 메인까지 갔었거든. 

블루프린트 : 기자가 예상하는 반응과 실제 반응은 다른 것 같아. 내 경우에는 길고양이 기사가 그랬는데, 발행을 할까 말까 고민했었어. 내가 봤을 때는 되게 못 쓴 기사였거든. 근데 사람들 반응은 좋았어.

아카룡 : 그래서 아이템이 진짜 중요한 거 같아. 난 그때 별 생각없이 인터뷰한 건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때까지 쇼핑몰 피팅모델에 대해 깊이 다룬 기사가 없었더라고. 생각지도 못한 데서 아이템을 찾은 거지. 

블루프린트 : 근데 독자 반응에 연연해서 아이템을 고르게 되면 오히려 고함20에 들어오게 되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 그래서 일부러라도 내가 관심 가는 주제를 아이템으로 삼아. 그래야 취재할 때 덜 지치기도 하고. 

난 취재원들이 기사 써 줘서 고맙다고 해 줄 때마다 그 기사를 쓴 게  뿌듯해. 이번 새해 때 팝픽취재원한테 새해인사 문자를 보냈었어. 그때 취재 도움 많이 줘서 감사했다고. 근데 나중에 그 분에게서 답장이 왔는데 내 기사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자길 도와줬다고 하더라고. 너무 기분이 좋았어. 

또 기억나는 건 북아현 기사. 기사를 오마이뉴스에도 올렸는데 내가 북아현에서 취재했던 곱창집 사장님이 적립금 방식으로 기사 원고료를 보냈더라고. 그렇게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기억하고 계시는구나 싶어서 기사 쓴 보람을 느꼈어.
아카룡 : 다른 9기들 기사 중에서는, 랑의 '안녕하세요‘ 리뷰’ 랑 '상속자들‘ 리뷰. 랑이 TV를 정말 많이 봐서 방송 관련 기사를 여러번 썼잖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분야의 글이어서 그런지 되게 재밌게 읽었어.

블루프린트 :  9기가 아닌 기자들의 기사도 기억나는 게 정말 많은데. 8기 사루비아미장원 기가 기억에 많이 남아. 내가 준 아이템이었는데 사루비아가 수많은 미장원에 일일이 전화해서 컷트 가격 물어보고 그걸 표로 다 정리한 게 정말 대단했어. 또 챠크렐의 지하철 기사도 좋았어. 이게 아이템을 잡아내는 안목이구나 싶더라니까. 

행객 : 난 알바렐라 연재. 시기적으로 좋았어. 마무리 기사도  인상깊었고.

정새임 : 기획기사가 거의 다 좋았지. 

불량한생각 : 난 동자동 쪽방촌 기사. 그 기사를 쓰기 전에는 키가 철거촌 사람들이 시위하는 걸 이해 못 했대. 그런데 취재를 하고 난 뒤에는 이해를 했다고 하더라고. 또 기사가 발행되고 나서 취재원들이 자기에게 연락해서 고맙다고 하는데 그때 되게 감동을 받았대. 그 얘기를 듣고 난 뒤 기사를 읽으니까 내용이 확 와 닿더라고. 

"그럼에도 이게 끝은 아니다. 이 속에서도 주민들이 소통을 하고, 만나면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고함20 9기 기자들의 수다회①] 고함20,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고함20 9기 기자들의 수다회②] 나는 기자다, 고로 취재한다

[고함20 9기 기자들의 수다회③] 고함20, 만수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