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연재 [자취일기 2014], 20대 자취생활의 에피소드를 낱낱이 풀어내겠습니다. 독자분들의 자취생활을 담은 소재도 제보 받습니다. 


쓰레기를 적게 내놓는 집의 주인이고 싶었다. 물론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관점에서 이곳은 전혀 내 소유가 아니다. 그럼에도 케케묵은 '주인의식' 정신을 다짐해야 할 것 같았다. 쓰레기를 적게 만드는 것이 절약하는 생활의 시작인 듯 했고, 뒤이어 돈도 아끼는 삶을 살지 않을까 생(착)각했다. 쓰레기통이 작은 탓도 있었다.

 

방에 입성한 후 '쓰레기 없는 삶'을 위해 나름대로 물건들을 신중하게 골랐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일회용품을 기피하는 것이었다. 좀 불편했지만 텀블러도 꽤 지속적으로 들고 다녔다. 일회용컵을 사용한 날엔 웬만하면 헹구고 말린 뒤 펜이나 도구를 꽂는 용도로 사용했다. 지금 방에는 도합 다섯개의 컵꽂이가 있다. 다 쓴 화장품 통에는 액세서리나 머리끈을 담아두었다. 요즘에는 수납관련 물건들이 아주 디테일하게 시중에 나오지만, 쓰레기냐 아니냐의 갈림길에 선 물건들을 외면할수는 없어 이렇게 활용한다. 

 

식기도구도 마찬가지였다. 나무젓가락과 환상적인 궁합인 컵라면을 나는 굳이 열전도율이 뛰어난 쇠젓가락으로 시식했다. 초반에는 이 규칙을 철저하게 지켰다. 어머니가 손님이 방문했을 때 사용하라는 뜻으로 챙겨주신 일회용 포크 대신 쇠 포크를 집에서 다시 공수해왔다. 눈치챘겠지만, "나도 처음에는 이랬다". 쓰레기를 나오게 하지 않기위한 노력은 또 다른 출혈을 낳았다. 음식을 가려먹고 챙겨먹고 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것처럼, 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가 필요했다.


청소도구가 난감했다. 집에 있던 소형 청소기를 몇년 전 버린 차였다. 좁은 방을 청소하자고 그걸 사자니 좀 아까웠다. (지금이었다면 샀을 것 같다) 부엌, 가구 위 등 좁은 면적을 청소하기 위해 색색의 부직포 행주를 샀다. 꽤 많은 양이 들어있었다. 커다란 직사각형의 행주를 두번 잘라 조각내서 썼다. 세척이 쉽기 때문에 용도를 분류해서 사용하고 주기적으로 교체했다. 매직블럭 이라고 불리는 하얀 스펀지를 사서 구석구석을 청소하는데에 썼다. 생각보다 자주 소모됐다.

 




부직포 행주까지는 괜찮았다. 이제 방바닥을 청소해야 했는데, 어느 집처럼 헌 수건을 걸레로 쓸 수가 없었다. 걸레는 청소가 끝날때마다 깨끗이 빨아 말려야 한다고 초등학교 청소시간부터 배웠지만 이 방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힘들었다. 걸레를 말리자고 건조대를 들고 옥상을 매일 들락날락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추운 겨울에는 더 그렇다. 아침이나 외출 전 습관적으로 방 먼지를 점검(?)하는 나로서는 걸레를 빨아너는 일이 불편했다. 그래서 결국 청소할때는 한번 훑어내고 버릴 수 있는 물티슈나 청소포를 사용하게 되었다. 대청소를 한 번 할때마다 물티슈가 몇 장씩 쓰였다. 쓰레기통이 금방 찼음은 물론이다.

 

폐지도 문제였다. 나는 종이가 이렇게 자리를 많이 차지할 줄 몰랐다. 주간지와 일간지가 구석에 타워팰리스 마냥 쌓였다. 물건들을 모아서 오래오래 간직하는 아름다운 장면은 나와 거리가 먼 얘기였다. 그러려면 큰 책장이 필요하다. 또 그 책장을 들일 넓은 방이 필요하다. 설령 모은다고 해도 이사갈 때의 수고로움이 걱정이었다.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작년 다이어리, 과제, 논문자료까지도 성가시게 보였다. 결국 살면서 몇 번 주간지와 신문을 묶어 내놓았다. 그렇게 했는데도 지금 내 책장은 꽉 찬 상태다.

 

이후 나는 쓰레기를 적게 내놓는 것을 거의 포기했다. 일회용품을 살려보려고(?)노력하지만 그래봤자 다른데서 쓰레기가 더 많이 나와서 별 소용은 없다. 굳어진 습관이 있다면 쓰레기통을 자주 비우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꽉 차지 않은 상태라도 그렇게 하는것이 마음이 편하다. 분리수거를 할 정도의 재활용품이 모이면 그때 일반쓰레기도 같이 내놓는다. 건물의 모든 집의 쓰레기가 한 곳에 모이는데 질서가 없다. 그래서 2층 층계참에는 늘 분리수거를 호소하는 짧은 글이 붙어있다. 종이류도 건물 입구에 버려야 하는데 그냥 막 버려져 있기도 하고, 의류함에 있어야 할 이불이나 인형같은 것이 쓰레기를 놓는곳에 버젓이 있기도 하다. 서로 얼굴을 보지않아서 더 막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어지러운 쓰레기 투기와 함께, 동네 고양이가 배가 고파서 음식물 쓰레기 통을 자주 뒤져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