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의 시간은 소중하다 - 영화 <어바웃타임> 리뷰
*이 기사는 다량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가족’이란 무슨 의미로 다가오는가? 이러한 물음에 아마 대답은 ‘피가 흐르는 끈끈한 내편!’ 일지 모르겠지만, 정작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가면 그 누구보다도 무뚝뚝해지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족과의 시간은 언제나 내 주변에 존재한다. ‘가정의 달’이라는 것 또한 우리가 매일 보는 가족들의 소중함을 새롭게 자각하는 시간이 되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작년 말 개봉해 잔잔한 감동을 주며 비교적 롱런하였던 영화 <어바웃타임>은 이러한 가족과의 시간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특별하게 풀어나간다.
이 영화를 로맨틱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아름다운 색감과 함께 그려진 이 영화가 감독 리터스 커티스의 전작 <노팅힐>, <러브 액츄얼리>와 마찬가지로 가슴 따뜻해지는 모태솔로 탈출기의 사랑을 성공적으로 그려냈다고 말할 수 있다. 영화가 단순한 로맨틱 코메디였다면, <어바웃타임>은 그저 주인공 팀이 메리를 만나고, 연애의 결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결혼에 이르는 것을 보여주고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갔을 것이다. 하지만 <어바웃타임>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의 결혼은 영화가 기-승-전-결의 형태로 이루어졌다면, 겨우 승에 해당할 뿐이다. 하지만 팀의 결혼 이후에는 가족 내 남편으로서의 팀, 오빠로서의 팀, 아들로서의 팀을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의 초점이 바뀐다.
메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시간여행을 하던 팀은 결혼 후 더 이상의 시간여행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아이를 갖는다. 아이를 안았을 때야 비로서 느껴지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아이가 커감에 따라 큰 집으로 이사를 가며, 자신의 가족을 이룸으로써 얻는 행복을 만끽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도 잠시, 여동생은 잘못된 사랑으로 인해 어디에도 맘 붙이지 못하고, 사회에 적응하기도 어려워한다. 여동생을 위해 멈췄던 시간여행을 다시 해보지만, 이 또한 실패로 돌아가자 오빠 팀은 여동생의 옆자리를 지켜주는데 최선을 다한다. 가족을 제외하고는 어느 사회집단에서도 동생 킷캣의 상황을 봐주면서 그녀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가족이기에 이해로 포옹해주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그런 오빠와 다른 가족의 기다림을 끝으로 킷캣의 방황은 멈추게 된다.
킷캣의 방황을 끝으로 행복만이 남을 줄 알았던 팀에게 또 한번의 슬픔이 찾아온다. 바로 아버지의 죽음이였다. 인간이기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 팀은 아버지가 죽은 이후에도 시간여행을 하며 과거의 아버지를 만나 그리움을 달래지만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더 이상 아버지를 만나기 위한 시간여행도 하지 못하게 된다.(아이가 태어나는 과정은 1억만 분의 일의 확률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과거로 시간여행을 했다가 다시 그대로 완벽히 똑같이 재현하지 못한다면 다른 아이가 태어날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명장면은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와 함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바닷가를 산책하는 장면을 꼽는다. 이는 특별한 무엇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편안함 주는, 남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그것이 바로 가족만의 특별함이 아닐까라고 느끼게 한다.
영화의 엔딩은 사람들이 가족과 보내는 소소한 일상들을 클로즈업한다. 행복이라는 것이 멀리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순간 순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때 느끼는 평범함 아닐까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전작을 통해 남녀 간의 사랑을 따스하고,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관객들의 기억에 남도록 그려낸 리차드 커티스는 <어바웃타임>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말한다. 그가 마지막 작품에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은 ‘가족 간의 소중한 시간’이였다. 가족 간의 시간은 어쩌면 공기와 같은 것일 수 있다. 있을 때는 그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부재했을 때, 그제서야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공기와 같은 가족과의 시간. 커티스의 <어바웃타임>을 가족과 함께 보며 잔잔한 감동을 느끼는 것은 어떨까?
"우린 우리 인생의 하루하루를 항상 함께 시간여행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멋진 여행을 즐기는 것뿐이다" -영화 <어바웃타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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