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가 지난 20일, 기존 용역업체와의 재계약 대신 KT텔레캅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고 무인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그 과정에서 기존 주차관리 노동자들을 무단으로 해고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사무직, 관리직 노동자들의 경우 그대로 승계가 이루어졌지만 주차관리와 정산, 유도, 미화 등을 맡고 있던 노동자들이 보호받지 못한 것이다. 나아가 이들의 생존권을 위한 공동행동도 무시되고 있다.

8월 19일 기존 업체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날 이전부터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 소속된 12명의 건국대의 주차 관리 노동자들은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교섭을 진행했다. 이 교섭의 결과 업체는 2명을 고용 승계하고, 10명은 추후 결원이 생길 시 우선채용이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학교 역시 이 안에 합의가 된 것처럼 공지하여 노동자들의 요구를 차단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업체가 제시한 ‘2명’이라는 고용 승계가 가능한 숫자는 자의적이다. 또한 나머지 인원이 어떠한 방식을 통해 추후 채용이 될 것인지에 대한 기준 역시 모호하다. 그렇기 때문에 해고된 노동자들은 완전한 고용 승계, 건국대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요청하며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22일 건국대학교의 하계 졸업식을 맞아 해고노동자들은 졸업식장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방문객들에게 유인물을 나눠 주며 자신들의 상황을 알렸다. 또한 총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거나 공식 입장을 담은 대자보를 학교에 부착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다.

 

ⓒ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페이스북 페이지

그러나 학교 당국은 노동자들의 이러한 요구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면담 요청은 거듭 무시당했고, 노동자들이 게시한 자보는 학교의 총무팀장에 의해 찢겨 나갔다. 해고된 노동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집회가 없는 날에도 출입구 1개만을 남겨 놓은 채 행정관의 문을 걸어잠갔다. 그 출입구 역시 교직원들과 경비원들을 동원하여 출입을 통제했다. 행정관 외곽에 노동자들이 걸어 둔 현수막을 철거하겠다는 협박도 있었다. 또 학내의 정수기의 물 공급선을 끊기도 하는 등의 방해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페이스북 페이지

하지만 여전히 학내의 해고노동자들은 고용승계와 일할 권리를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28일에는 이번 집단해고 사태의 주 원인 제공자인 KT텔레캅 본사 앞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으며, 29일에는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노동법연구회에 속해 있는 학생들이 이들을 지지하는 자보를 게시하였다.

건국대학교 정치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민윤기 씨는 “5년 넘게 업체가 바뀌어왔어도 고용승계가 이루어지던 분들을 이렇게 하루 아침에 내팽겨치고 이 분들의 생존권을 나몰라라 하는 것은 학교에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라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한 과업 지시와 인력 배치에 대한 권한이 학교에 있으므로, 성실한 책임 이행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