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위해 고향을 떠나온 대학생들은 하숙·고시원·원룸 등 다양한 주거 방안의 선택에 맞닥뜨린다. 그중 학생들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역시 교내 기숙사다. 무엇보다 학교의 보호 아래 가장 안전한 주거 환경을 갖추었으리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대학 기숙사는 정말 고시텔보다 안전할까?

 

ⓒ 한국대학신문

 

“기숙사라고 무조건 고시텔보다 안전하진 않은 것 같아요”  

 

숭실대 기숙사에 거주했었던 김고운(24)씨는 기숙사의 안전 문제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기숙사는 개관 초기부터 문제가 많았다. 공사 지연으로 1층 로비는 여전히 '공사판'이었음에도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은 기숙사에 입주했다.

 

그 후 1년 뒤에는 기숙사 복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쓰레기통에 불이 났지만, 화재 경보와 스프링클러 등 소방 장치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화재 당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깊은 잠에 빠져든 새벽이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이들이 대피하지 못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다행히 가장 먼저 불을 발견한 한 학생이 119에 신고했다. 그런데 오히려 뒤늦게 온 경비원은 큰불도 아닌데 괜한 소동을 만들었다고 학생을 나무랐다. 이에 대해 고운씨는 “기숙사 운영팀이 학생들의 안전에 관심이 있다면 저런 대처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운영팀의 안전 의식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대학 기숙사 측의 안전 불감증은 화재와 같은 재난 상황뿐 아니라 방범 문제와도 연관돼있다. 지난 2013년, 부산대학교 기숙사 내에 외부인이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여대생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학생은 곧바로 경비원 등 기숙사 관리 측에 신고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순찰을 했을 뿐, 경찰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결국 도망치지 않고 숨어있던 범인은 다른 방에 있던 여대생을 성폭행하는 추가 범행을 저질렀다.

 

사건 당시 외부인의 출입을 제대로 통제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부실한 초동대응이 화를 키웠다. 기숙사 운영 측의 명백한 과실인 셈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부산대 학보사와의 인터뷰에서 은폐할 의도로 신고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후 성폭력 인식 개선 단체인 ‘돈두댓’에서는 부산대의 재발 방지 대책 요구와 피해자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었다.

 

ⓒ 연합뉴스

 

 

최근 두드러진 안전 관련 문제와 관련하여 지난 6월 중앙대에서 ‘대학 안전업무 담당자 세미나’ 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이원근 대교협 사무총장은 “대학과 정부가 협력해 교직원들에게 안전 의식과 위기대응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안전관리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