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과거는 언제나 대중들의 큰 관심을 끈다. 특히 요즘은 그들이 학창시절 때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는 ‘일진’이었는지가 큰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마치 하나의 통과의례마냥 많은 연예인들이 일진설로 구설수에 오르며, 최근에는 <슈퍼스타 K6>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일반인 출연자까지도 그가 일진이었는지 확인하는 소위 ‘신상털이’를 당하기도 했다.
ⓒ MBC 라디오스타
일진설에 대한 연예인들의 대처는 다양하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무관심·무반응으로 논란에 대처한다.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피해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는 소수의 경우도 존재한다. 반성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연예인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당당하게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며 인터뷰하기도 한다. 대중들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큰 분노를 느낀다.
청소년기는 누구나 미숙하고 서투르다. 그래서 의도치 않은 실수를 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작은 실수에도 큰 상처를 얻을 수 있다. 일진 연예인과 관련된 피해자들 역시 미숙한 시기에 상처를 입었고 대부분의 경우 그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피해자들이 방송에서 가해자를 다시 보는 것은 2차적인 고통을 줄 수 있다. 피해자들은 물론 사회 도의적으로도 가해자들의 최소한의 반성과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만약 피해자들이 원할 경우, 이들의 방송활동에 제약도 필요할 것이다.
최근에는 한 남성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일진설로 논란이 일었다. 인터넷에는 해당 연예인이 학창시절 일진이었고, 방송에 나오는 것이 거북하다는 주장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들은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SNS, 미니홈피, 졸업 사진첩 등을 증거로 제시하는 ‘인증’을 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방송에서 보는 것이 불편하고,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일진 연예인의 활동은 사회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도덕원칙을 인정하고 이를 준수한다. 허나 ‘일진’들은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끼침으로써 이 기본적인 도덕원칙을 위반하는 이들이다. 기초적인 사회 윤리를 무시하는 이들의 성공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성공에 있어서 도덕은 필요하지 않다’는 통념의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실적으로 연예인이란 직업으로 성공하는데 가장 중점적인 요소가 외모라는 점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들의 성공은 ‘외모만 뛰어나면 인성과 관계없이 성공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주장에 힘을 실어주며, 이 주장은 외모지상주의를 옹호하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준다.
이 문제에서 대다수의 연예인들은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피해자에 대한 사과이다. 공개적인 사과와 반성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피해자에게 개인적으로 사과를 하고, 피해자를 직접 대면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 다음에야 과거의 행위에 대한 대중의 판단을 기다릴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가해자가 진정 반성하는 마음으로 사과를 해도 피해자 마음속의 앙금은 녹아내리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방송에서 당당하게 자신이 ‘일진’이었다는 사실을 후회하지 않는다 말하는 소수의 연예인들에게는 묻고 싶다. 과연 피해자들도 당신을 만난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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