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사진은 며칠 전 지하철에서 본 광고를 직접 촬영한 것이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구하는 용도의 어플은 광고에서 여성이 자취를 한다고 말할 경우 소개팅에서 100% 성공한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남성은 자취하는 여성을 선호할 것이라는 예측이 전제되어 있다.
자취에 대한 환상은 ‘라면 먹고 갈래’라는 명대사로 상징되어 이제는 정점에 달하고 있다. '여성의 자취'는 곧잘 인기가 많은 요소로 인식된다. 오죽하면 자취하면 연애가 100% 가능하다는 주장이 광고로까지 활용될까.
물론 연애를 할 때 자취방은 선호될 수 있다. 외부 날씨나 시선에 상관없이 편안한 모습으로 지낼 수 있으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까지 해결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취가 모든 매력에 우선하지 않는다.
서울의 A 대학교 앞에서 자취 중인 김미나(24·여)씨는 이 광고를 보고 “너무 기분이 나쁘다. 사진 속 여자가 얌전하게 머리를 넘기고 있는 것부터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치 '낮에는 조신하지만 밤에는 자취방에서 함께 뒹굴 수 있다'는 느낌을 일부러 광고에서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그러려고 자취하는 것도 아닌데, 저 광고를 보고 남자들이 자취하는 여자를 더욱 '쉽게' 볼 것 같다. 지방에 사는 것도 죄인가?” 라고 말했다.
여성뿐만이 아니다. 자취하는 여학생과 교제 중인 대학생 김철민(25·남)씨도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여자 친구가 자취생이라고 하면 친구들이 ‘오~ 좋겠네’라는 식으로 바라본다. 여자 친구와의 관계를 성적으로 깎아내리는 것도 기분 나쁜데, 저 광고는 더 심하다. 자취가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데, 마치 남자들이 잠자리 이유로만 여자를 만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 이 광고를 봤을때는 '무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괜히 ‘노이즈 마케팅을 도와주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여자와 남자를 모두 모욕하는 광고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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