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현장실습비.. 기업은 수백억대 부당이득

교육은 없고 착취만 있는 현장실습생의 현실


대학교 산학협력 현장실습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저임금 노동착취 현장으로 전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습생들은 주당 평균 40시간을 일했지만 이들이 받는 돈은 월 35만원에 불과했다.


청년유니온과 장하나 의원실은 지난 9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대학 산학협력 현장실습생 증언대회’에서 이러한 조사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공개했다. 


호텔·관광·조리·외식·식품 관련학과를 중심으로 지난 3년 간 현장실습 81개 업체의 채용공고에 나타난 근무조건, 실습비를 조사한 결과 현장실습생의 주당 근무시간은 40.25시간, 근무의 댓가성으로 지급되는 월 실습비는 351,933원으로 나타났다. 


월 35만원의 실습비를 시간당 급여로 계산하면 1,684원에 불과했다. 현행 법정 최저임금의 1/3에 불과한 금액이며 99년도 당시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실습생은 교육 명목으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받는 교육은 거의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계적인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들이 맡은 일은 단순업무에 불과했다. 실습생들은 주로 주방, 프런트, 객실 등에서의 단순반복노동 및 사업장 운영에 필요한 상시적 업무에 동원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은 현장실습 제도를 활용해 매년 수백억원의 부당 이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측된다. 주당 40시간 근무하는 알바생을 1명 고용하기 위해선 수당을 포함해 월 95만월 가량의 인건비 지출이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선 현장실습생을 1명 당 월 60만원의 차액을 챙기는 셈이다. 작년 한 해 현장실습을 거친 대학생 4만명이 2달씩 일했다고 가정하면 이들이 부당하게 챙긴 돈은 연 500억원에 달한다. 


현장실습을 할 경우 채용시 이익을 약속한 업체는 39개 업체로 전체의 80%에 달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명시한 곳은 많지 않았다. 그 외에 실습생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업체는 전체의 50%, 수료증을 발급해주는 업체는 38%에 불과했다. 


이날 청년유니온과 장하나 의원실의 공동주최로 열린 ‘대학 산학협력 현장실습생 증언대회’엔 현장실습을 경험한 대학생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이들이 입을모아 지적하는 문제점은 실습에 맞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지난 겨울 L호텔에서 알바를 하며 실습생들을 지켜본 김영림씨는 “실습생들도 나와 같이 똑같은 일을 했다”고 말한다. 방학기간을 이용해 서울에 있는 호텔로 상경해 일하던 실습생들은 알바생인 김씨와 동일한 식재료정리, 주방기구정리, 손님응대 등 단순업무를 배정받았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그는 호텔 조리장에게 알바생과 실습생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냐 묻자 “손님 입장에서 받는 서비스의 양과 질이 현저히 달라지는게 아니고 산업체 입장에서도 현저히 차이가 있는건 아니”라며 “업무는 해당 전공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며칠에서 일주일이면 숙달 되는 업무들이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서울 D대학의 이모씨도 호텔에서 현장실습을 하며 비슷한 경험을 했다. OT 당시 담당자가 “너희들이 가고싶은 양식당, 레스토랑을 지망해서 간다고 하지만 여기서 이런일 한다고 레시피를 알 수 있는건 아니니까 아무데나 가도 상관없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비단 외식,조리 업체가 아니더라도 상황은 비슷했다. 교수가 추천해준 음악학원에서 현장실습을 했다는 음대생 홍모씨는 현장실습에 대해 “커리어도 도움되는건 하나도 없다. 학점 때문에 가는것”이라 잘라말했다. 기업체 3곳에서 실습을 한 경영학과 문모씨도 일체의 교육 없이 시장조사, 자료정리, 포토샵 작업 등을 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