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40조 원 규모로 성장한 패션산업. 패션산업이 신성장동력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정작 그 안에서 일하는 패션업계 노동자들은 고용주로부터 일상적인 노동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만연한 무급인턴, 월 50만 원에 불과한 임금, 규정에도 없는 해고 등의 문제가 산적했지만 그동안 나서서 이들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자신을 ‘배트맨D’로 소개한 패션노조 대표는 “친구들이 겪는 고민에 안쓰러움을 느끼고 내가 나서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겠냐는 생각”에 패션노조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패션노조’ 페이지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업계 초년생들의 구심점이 되었으면 한다는 말을 전했다. 


고함20은 패션노조 대표 ‘배트맨D’와 인터뷰를 통해 패션디자인 업계 초년생들이 겪는 불합리한 현실, 패션노조 페이스북 페이지의 앞으로의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가보니 무급인턴의 문제점에 대한 글을 남기셨다. 상황이 어떤가?

패션 디자인 스쿨은 졸업하기 전 기업연수, 무급인턴이 의무다. 이는 유럽의 도제 시스템을 따라 만든 것이다. 기업은 견학 개념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제공하니 일을 시켜도 돈을 안 준다는 논리가 통한다. 실제로는 기업이 이를 악용한다. 학교와 교수도 문제를 알고 있지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무급인턴을 하면서 실제로 일을 배울 수 있는가?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일한다. 복사 등의 잡무가 주를 이룬다. 가끔 실무를 인턴들에게 보여주기도 하지만 결국 쓸모 없는 일만 시킨다. 


졸업 후 패션업계 초년생들이 겪는 제일 큰 문제는 무엇인가?

유명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업체에 특히 문제가 많다. 이런 사람들이 제일 나쁘다. 월 50, 80만 원만 주거나 심지어 임금을 안 주고 사회 초년생을 부려 먹는다. 학교를 졸업 한 사람을 대상으로 도제시스템을 악용한다. 휴일도 없고 야근이 없는 날이 없다. 해고도 규정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4대 보험도 없다. 


불합리한 대우가 많다. 이런 노동형태는 정규직 채용을 전제하나?

그런 약속은 전혀 없다. 


반대로 규모가 있는 회사의 경우는 노동조건이 나은 편인가?

브랜드 업체들은 그래도 최저임금은 나온다. 하루 8시간, 10시간 일하면 150만 원은 준다. 그쪽은 도제시스템을 악용할 수 없다. 그런 기업들의 문제는 연장근무, 야근을 시켜놓고 수당이 전혀 안 나온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업계 내부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들은 없었나?

취업이 어려우니 사업주가 이를 악용한다. 졸업자들은 취업이 바늘구멍 통과하기 같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하게 된다. 불합리함을 알지만 어디에 도움을 청할지도 모르고 싸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원래 이런가보다' 하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여성해방시위를 주제로 한 샤넬 2015 S/S 피날레 ⓒ패션엔


10월 17일날 DDP앞에서 시위를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15 S/S 컬렉션을 17일부터 서울에서 한다. 그 때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있다. 컨셉은 '시위'다. 시위 컨셉으로 진행한 샤넬의 2015 S/S 사진을 봤다. 그 사진을 보니 아이디어가 나오더라. 주변에 만연한 문제들을 대한민국 패션계에서 가장 큰 행사인 패션위크 때 DDP앞에서 시위퍼포먼스로 알리면 신선하고 재밌겠다 생각해서 기획을 하게 됐다. 


패션노조 페이스북 페이지의 앞으로의 활동방향은 무엇인가?

기존엔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넋두리를 하고 끝났지만 이 페이지를 소통하는 공간으로 해서 통계를 잡아보려 한다. 패션산업계 초년생들이 직접 겪고 간접적으로 들은 부당사례들에 대해서 제보도 받고 지탄도 하면서 여론을 형성할 계획이다. 데이터가 쌓이면 언론 매체나 사회에 좀 더 알려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