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9가지 청년·대학 관련 정책 공약을 내세웠다. 그 중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분야는 단연 ‘청년창업’이다. 정부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창업을 주목하고, 창업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삼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도적으로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시행령 개정 (2014.1.14)’을 통해 대학이 대학생 창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였고,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를 통해 △청년창업전용펀드 구성 △엔젤투자 인센티브 확대 △글로벌 창업지원 등의 지원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중 IT 분야 청년 창업을 위해 조성한 ‘청년창업전용펀드’는 지난해 이미 지원금 1000억 원을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청이 주도하는 정부 창업 지원금 규모는 1조5000억 가량이다. ‘억’소리를 넘어 ‘조’단위 까지 나오는 창업지원금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청년 창업 관련 사업을 너무 크게 벌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바람만큼 청년 창업은 늘어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청년층의 창업은 갈수록 줄어들며 정부의 의도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연령대별 사업체수는 20~30대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가 대표로 있는 업체는 전년에 비해 9.7%(7,400여 곳)가 감소하였고, 30대는 무려 18.1%(9만 7,000여 곳)가 감소했다. 전체 사업수는 전년 대비 2.8%증가하고, 50대는 11.4%(14만여 곳), 60대는 4.4%(2만6,000여 곳)가 증가한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강력한 지원금을 가지고도 청년 창업 붐을 일으킬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패로 내몰린 청년 창업 정책들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청년창업 정책 및 사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전문가의 지적을 통해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드림벤처스타를 통해 발굴된 청년창업팀과 사진을 찍고 있다 ⓒ 뉴시스


“부처 간 중복투자, 정책 실효성 저하”

“자금 양은 많지만 적절한 공급 이뤄지고 있지 않아”

수년간 청년창업의 생태계를 조사해온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정부가 창업생태계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자금측면에서 정부정책의 실효성 문제가 있고, 창업기업에 적절한 자금공급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자금 측면에서 실효성을 저하시키는 주된 요인은 ‘부처 간 중복투자’다. 현재 중소기업청 뿐만 아니라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부 등의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도 창업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애초에 다양한 창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재정적으로 비효율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중앙부처나 지자체 등이 청년창업 지원을 경쟁적으로 하다 보니 역할분담이 안되고 중복지원 문제가 발생한다”며 “정부차원에서 관련부처를 통합하여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부서특성에 맞는 지원방안을 마련하여 연계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창업기업에 적절한 자금공급이 이뤄지고 있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조’단위 까지 나오는 지원금만 보면 자금공급이 무슨 이유로 지적받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문제는 늘어난 자금 양이 아니라 그것을 운용하는 방법에서 발생한다. 창업의 시작이 어려운 청년들을 북돋아야 할 지원금이 자금사정이 넉넉한, 이미 기반이 잡힌 벤처로만 몰리는 것이다. 그 원인은 정책관련자들의 보수적인 태도에 있다. 그는 “정책관련자들이 실적평가나 결과 책임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다”며 “창업성공률과 수익률에 대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가 이뤄진다”고 보았다. 즉 수익 회수를 담보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업에 주로 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창업 초기 기업이 투자를 받기 어려운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6월 감사원도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은 “정부 창업지원 사업이 기술벤처보다 우량 벤처에 편중돼 있다”며 관행적으로 추진되는 창업지원금을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 양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어떠한 의미도 가질 수 없다.


“창업 초기 자금 지원보다는 후속 지원 절실”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속적 교육과 멘토링 제도 필요”


양창춘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 창업팀장은 “창업 초기 자금 지원보다는 후속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부분의 창업지원은 창업 초기에 자금을 단발성으로 지원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창업 단계별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업 진척 속도나 단계에 따라 지원금을 분할 지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창업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주요 경영 방법과 창업 경험을 전해들을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청년 창업자를 돕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중소기업청도 지원자를 대상으로 창업에 대한 실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창업자들에 대한 컨설팅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청년 창업가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광준(27)씨는 정부와 민간센터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모두 들어봤다. 그는 “민간 멘토링에서는 창업에 성공한 선배의 압축적인 경험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1:1로 조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의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됐다”며 “정부 프로그램에서는 내가 창업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제도적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대학원생과 일반인에 비해 학부생에게 지원금의 기회가 적게 돌아가거나, 사업계획서 위주로 신청자를 심사하다 보니 형식적인 절차가 지나치게 강요된다. 또한 많은 청년 창업가들이 기술을 개발하고도 특허 출원 비용을 해결하지 못하는데 이를 위한 방안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기업들에게 밀려 아이디어와 기술을 놓치는 창업가들은 좌절하기도 한다.


청년 창업 정책이 가지고 있는 한계들은 청년창업가들의 창업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창업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청년들의 창업 동기를 자극할 수 있도록, 창업을 막 시작한 이들에게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창업에 실패한 청년들이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줄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