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학재단이 메스를 들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장학제도는 드디어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 결과 많은 학생이 장학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공정한 분배를 이뤄낼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아직도 장학 제도에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 [2015장학대란]에서는 한국 장학재단의 장학제도에 여전히 존재하는 사각지대가 어디인지, 피해를 받게 된 사람은 누구인지 들여다보도록 하겠다.


한국장학재단이 소득분위 환산법을 개편하여 실질적 저소득층을 위한 국가장학금이 확대했다. 그러나 개선된 소득분위 환산법 뒤에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어 다수의 학생이 피해를 보고 있다. 


종전의 소득분위 환산법은 예금이나 적금과 같은 금융재산을 소득분위에 반영시키지 않았다. 이는 소득은 낮지만 자산이 많은 자산가의 자녀에게 국가장학금이 과도하게 배분되는 결과를 낳았다. 가계부채를 반영하지 않아 소득은 높지만 가계부채가 많은 실질적 저소득층에겐 국가장학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배분됐다.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한국장학재단은 이전의 소득분위 환산법에 한계를 깨닫고 올해부터 소득분위 환산에서 금융재산과 가계부채도 반영시키기로 했다. 금융재산이 많은 자산가의 자녀와 부채가 많은 실질적 저소득층의 자녀에게 적정 수준의 국가장학금을 배분시키기 위함이었다.


한국장학재단의 금융재산 환산율, 시중금리의 약 12배


한국장학재단의 재산 계산법,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그러나 아직도 한국장학재단의 소득분위 환산법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실제로 국가장학금에 이의를 있는 네티즌들은 ‘국가장학금 이의신청 모임’이라는 카페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해당 카페의 한 회원은 한국장학재단의 재산 환산율이 과도하다면서 '국민 모두가 사채업자가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이런 소득이 발생할 수 있습니까?'라는 글을 남기기도 하였다. 이러한 불만의 원인은 한국장학재단이 설정해놓은 금융재산 환산율 때문이다. 


금융재산 환산율과 금융재산 환산율이 만들어 낸 이의신청자들의 불만을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어 보겠다. 가상의 A 씨는 몇 년간 적금을 들어 1억이라는 돈을 모았다. A 씨는 적금 총액 1억을 따로 사용하지 않고 매달 그 이자만을 사용한다. 1억 원의 이자는 A 씨에게 매월 들어오는 수익이므로 그 이자는 소득분위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인 월 소득에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은행마다 월 이자율은 각기 다르므로 한국장학재단은 은행마다 다른 이자율을 대체할 고정적인 비율을 정했다. 그 비율은 예금, 적금, 주식 등 다양한 금융재산의 이자율과 수익률을 대신하는데 그 비율이 바로 금융재산 환산율이다. 현재 제1금융권의 예·적금의 경우 이자율이 세후 연 2% 내외이고 월 이자로 따지면 2%/12(개월)다. A 씨는 적금을 들어 1억의 만기 적금을 가지고 있으므로 만기 적금을 통해 매달 받을 수 있는 월 이자는 다음과 같다.

A 씨의 은행 적금 월 이자


월 이자율 2%/12로 계산하면 월 이자는 16만 667원이다. 그러나 한국장학재단은 2%/12라는 은행 월 이자 대신 6.23%/3의 금융재산 월 환산율을 내밀었다. 두 비율에 차이가 있다 보니,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월 이자와 한국장학재단이 산정한 월 소득은 차이가 있다. 은행의 월 이자와 한국장학재단의 월 환산율을 비교해 보겠다.


한국장학재단이 산정한 A 씨의 금융재산 월 소득


한국장학재단의 계산 방법에 의하면 A 씨의 월 소득은 207만 667원에 달한다. 은행에서의 이자율을 통한 소득인 16만 원과 비교해보면 약 12배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는 은행의 월 이자와 한국장학재단의 금융재산 환산율의 괴리에서 오는 결과이다. 실제 이자보다 1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한국장학재단의 계산법은 금융재산을 통한 실질 소득을 과도하게 책정시킬 가능성이 있다. 


부채가 아무리 높아도 0원? 


소득분위의 경계가 되는 소득인정액을 계산하는 과정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 한국장학재단이 설정한 소득인정액을 계산 방법은 용어가 복잡하니 용어를 빼고 ①과 ②만을 사용하여 설명하겠다. 소득인정액은 아래의 첫 번째 빨간 상자에서 볼 수 있듯이 ①과 ②를 서로 더하여 구한다.


소득인정액 계산방법,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여기서 ①의 월 소득평가액이란 세금과 같은 공제금액을 제외한 부모의 월 소득 합으로 볼 수 있다.


②의 계산은 두 번째 상자인 ‘각종 재산-기본 공제액-부채’이다. 각종 재산이란 집이나 토지와 같은 일반재산과 은행 예금, 적금과 같은 금융재산, 그리고 자동차 등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것이다. 기본 공제액은 모든 가구의 소득인정액 계산에서 동일하게 공제되는 금액이다. 기본 공제액은 각 가구의 기본적인 재산으로 인식되며 모든 가구에 -5,400만 원으로 고정되어 있다. 부채는 각 가구의 가계 부채다.


②의 계산대로 가상의 B 씨 가족의 소득인정액을 계산해보겠다. B 씨의 부동산, 예금, 자동차 등을 포함한 각종 재산은 1억 원, 부채는 4,650만 원으로 가정한다.


가상의 B 씨 가족의 ②번 계산


②의 계산을 보면 모든 가구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본 공제액 5,400만 원으로 인해 각종 재산은 어느 정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본 공제액을 고려하더라도 부채가 많으면 ②의 계산은 음수(-)로 나올 수밖에 없고, 실제로 B 씨 가족의 ②번 계산도 -50만 원이라는 음수 값이 나왔다.


②의 결과가 음수일 시 ‘0 원’으로 처리,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그러나 위의 그림의 빨간 상자를 보면 한국장학재단은 ②의 수치가 음수로 나올 시 음수로 계산하지 않고 ‘0 원’으로 처리한다. 결국 B 씨의 ②번 계산은 -50만 원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0 원으로 계산된다.


①과 ②를 더한 값이 소득인정액이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부채가 포함된 ②의 값이 음수가 되더라도 한국장학재단은 ②의 값을 음수가 아닌 0으로 처리한 뒤 계산한다. 각종 재산을 초과하는 부채는 소득인정액에 반영될 수 없는 것이다. 가계 부채를 반영시키겠다는 한국장학재단의 개선된 소득산정 방법은 사실상 일정 정도 이상의 부채는 반영시킬 수 없다.


마이너스 통장, 카드론, 사채, 대부업은 부채가 아니야?


이외에도 한국장학재단의 부채 반영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국가장학금 이의신청 모임’ 카페의 한 회원은 형편이 어려워 친척에게 2억에 달하는 사채를 졌다. 그러나 해당 사채는 소득산정 계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친척한테 빌린 돈은 어떻게 증명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네티즌의 사채가 소득산정 계산에 반영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재 장학재단은 부채 파악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이용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의 대출정보만 제공한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제공하지 않는 사채, 마이너스 통장, 카드론, 대부업 관련 부채 정보는 한국장학재단의 부채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위에 네티즌이 친척에게서 대출한 2억의 사채는 매 달 얼마의 대출상환금을 지급하든 상관없이 소득인정액 계산에 반영되지 않는다.


저소득층의 경우 담보와 신용도가 부족하다 보니 제1, 제2금융권보다는 사채와 대부업을 통해 대출을 받을 확률이 높다. 한국장학재단이 저소득층의 대출 수단인 사채와 대부업을 부채에서 제외하는 것은 위의 네티즌에 예와 같이 저소득층의 부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개선된 소득분위 환산법에 대한 끊임없는 의혹


소득분위 환산법이 개선되었음에도 지난 1월 30일까지 소득분위 이의 신청이 3,500명에 달했다. 실제로 가구의 마이너스 통장 사용으로 실질적인 부채가 있음에도 장학금 혜택을 보지 못한 김동호 씨(26세)는 “보다 정확한 소득분위 산정을 위해 한국장학재단의 노력은 좋은 취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계들의 부채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장학재단의 새로운 소득분위 환산법은 각 가구의 금융재산과 부채를 반영하면서 실질적 저소득층에게 이전보다 합리적으로 장학금을 배분하고 있다. 그러나 개선된 소득산정 환산 속 금융재산 ‘뻥튀기’와 부실한 가계 부채 반영으로 여전히 피해를 보고 있는 가구가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좀 더 정확한 금융재산과 가계 부채 파악을 위한 한국장학재단의 움직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