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최종 합의됐다. 합의안은 국회 법사위 심사를 거쳐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그간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공무원 연금 개혁을 숙원 사업으로 정한 듯 각개방면으로 개정에 힘써왔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일방적으로 개혁을 추진했고, 그로 인해 반발이 심해졌다. 정부는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국민대타협기구를 결성했고, 이번 합의안은 국민대타협기구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구에 참여했던 공무원 단체는 이번 합의를 반대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모르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은 30~40년 후에 받을 연금 문제를 생각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청년들의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한 관심 역시 낮다. 하지만 이번 공무원 연금 개혁의 당사자는 청년이기 때문에 꼭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있다.


지난 4월 1일, 숙명여대에서 '우리 지금 공무원 시험, 임용고시 봐도 될까?'라는 제목으로 공무원연금에 대한 청년 토론회가 열렸다. '공적연금에 대한 청년 토론회' 프로젝트의 가장 첫 번째로 열린 세미나로써 참여연대,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공적연금강화공동행동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행사는 이슈가 되고 있는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해 궁금한 청년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크워크 운영위원장(숙명여대 법학과)이 묻고 전문가 유희원 박사(중앙대 사회복지학과)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공무원 연금개혁, 왜 관심을 가져야 하죠?


청년 입장에서 이번 토론회 주제를 발제한 문 위원장은 가장 먼저 청년들이 공무원 연금 개혁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가장 큰 이유로 “이번 공무원 연금 개혁의 당사자가 취업을 준비하는 본인, 또는 주변 친구들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노동시장이 양극화, 이중 구조화되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커지면서 안정적이고 노후까지 보장되는 공무원직에 많은 청년이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 중인 청년들이 61만 명, 그중 공무원시험 준비자가 19만~20만 명 정도로 취업준비생 1/3 정도다. 일반직 공무원뿐 아니라 언론사, 공영 공기업 그리고 교원 임용고시 또 각종 전문직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합치면 취업준비생 중 2명 중 1명 50% 이상이 공직을 희망하고 있다.


많은 청년이 공무원직에 도전하고 있으므로 공무원 연금의 축소는 공직 선택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유 박사에 따르면 현행 공무원 연금은 9급 공무원 30년 재직 기준 137만 원을 받는데, 정부·여당 개혁안을 따르면 73만 원으로 줄어 절반 가깝게 급격한 삭감되고, 야당과 전문가안 역시 전반적으로 축소된다. 이런 상황은 공직 선택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공무원 연금 축소 현황 ⓒ 참여연대


※ 추후 5월 2일 자 한겨레신문 보도에 의하면 합의안이 김용하안으로 채택되었다. 9급 공무원 30년 재직 기준 연금액이 134만 원으로 개편된다.


공무원 연금개혁, 왜 문제라는 거죠?


정부는 이번 공무원 연금 개혁을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이런 정부의 주장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정부가 미래 세대인 청년들의 현재 부담을 줄여 준다고 하지만 실상은 앞으로 일해야 하는 청년들이 미래에 받을 연금을 계속 깎으면서 쓰는 것뿐"이라고 말하며, 유 박사에게 정부·여당 주장의 진의를 물었다.


유 박사는 이번 개혁은 청년 세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지금의 개혁 방향은 후세대에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공무원 연금과 함께 국민연금, 크게는 공적연금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미래 세대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무원 연금, 진정 문제가 있을까?


현재 정부는 '공무원 연금의 급여 적정성', '정부재정부담' 이 두 가지 이유를 들어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첫 번째 '공무원 연금의 급여 적정성'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두 번째 '정부재정부담'은 향후 10~30년 후 공무원 1인당 부양률이 급증해 수지 적자가 커지기 때문에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공무원 노조는 정부가 공무원 연금 제도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민간 부분 퇴직금이 공무원의 퇴직수당보다 지나치게 많은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재정이 불안정해진 것은 정부의 잘못된 운용 때문이라며 정부주장에 팽팽히 맞서고 있다.


두 진영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토론회는 다른 나라의 상황과 비교를 통해 더욱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유 박사는 “우리나라가 국민연금과 비교해서 유별나게 공무원 연금의 급여를 많이 준다는 얘기는 좀 무리가 있다”며 한국의 경우 퇴직 전 최종소득 대비 소득대체율은 45.7%로 다른 나라는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높은 소득대체율을 보장받고, 또한 다른 나라 역시 전반적으로 공무원연금의 최대 소득대체율이 국민연금보다 더 높아 한국도 일반적인 추세를 따라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즉, 전 세계적으로 공무원 연금은 국민연금보다 상대적으로 관대하며, 한국의 공무원만 특혜를 받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 소득대체율 - 전체 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 수준인 자가 40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경우 전체 가입 기간의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수준을 의미


ⓒ 참여연대

 

또한, 유 박사는 정부가 과도하게 보전금을 지출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한국은 공무원이 1을 내면 정부가 1.8 정도 내주는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비율이 낮으며, 심지어 독일의 경우 공무원은 기여하지 않고 정부가 전부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정부가 특별히 많이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 연금 지출 역시 한국은 2010년에 GDP 대비 0.7%를 써, 이미 2007년에 GDP 대비 1.5%를 공무원 연금 지출에 쓰고 있는 OECD 국가들의 평균치보다 낮다. 또한, 한국은 2040년경이 되어서야 GDP에 대비 1%를 쓰게 되며, 그 수치가 몇십 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미 2007년도에 1.5% 가까이 쓰고 있던 국가에 비해 2040년 이후 GDP 대비 1%를 쓰는 것이 감당하지 어려운 것일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공무원 대비 정부 부담비 ⓒ 참여연대


“청년 세대, 둘 중 한 명은 가난해진다”


유 박사는 “이번 개혁의 가장 큰 문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커녕 사태를 악화시켜 청년세대 둘 중 하나는 노인이 되었을 때 빈곤 문제를 겪게 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개혁의 근거로 인구 고령화를 들고 있지만, 지금의 연금 개혁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래 세대의 노인빈곤문제를 현저히 증가시키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재정안정프레임’이다. 재정안정프레임 하에선 재정 불균형에 대한 대안은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만 진행된다.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이는 양면적인 대응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줄이는 게 가장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지출축소는 수지를 맞출 수는 있어도 인구 고령화의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겨둔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축소 개혁의 필요성이 나타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연금 깎기 경쟁은 노후소득의 적정성을 계속 떨어트리고, 훼손된 연금의 적정성은 대중들의 불신, 회의감을 키워 제도가 지속 가능하지 못해 결국 국가의 사회복지원리 약화로 이어진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이후 1998년에 인구 고령화를 해소하기 위해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는 1차 개혁을 단행했다. 이후 10년이 지난 2007년에 또 60%에서 40%로 낮추는 더 큰 규모의 개혁을 했고, 이때 납세자연맹 등의 단체에서 적정성 훼손을 이유로 국민연금폐지 운동을 했던 사례가 있다. 과거의 예를 보면 이번 공무원 연금 개혁안 역시 축소 방향으로 적정성이 떨어트리는 개혁이기 때문에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