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게도 여성의 산부인과처럼 꺼려지는 병원이 있으니, 그건 바로 비뇨기과다. 비뇨기과는 신체의 소변 관련 기관인 요로계와 남성의 생식기관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원이다. 배뇨와 관련한 것도 비뇨기과가 맡고 있어 남성 전문 병원은 아니지만, 남성의 생식기를 다루는 병원이라는 것 때문에 많은 남자들에게는 괜히 방문이 망설여지는 곳이다. 기자는 걱정과 시선을 뒤로 한 채 비뇨기과를 방문해 보기로 했다.





인터넷에서는 비뇨기과를 가야할지 말아야할지에 대한 고민글이 가득하다.

              


크게 다르지 않은 병원 진료 과정, 다른 가격


기자는 대학병원을 방문하였는데, 현재 질환이 없어 상담을 받기로 했다. 상담을 하겠다는 말에 그런 손님을 본 적이 드문 것인지, 병원의 안내 데스크는 의아해하는 듯 했다. 의사에게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은 일반 병원과 다를 바 없었다. 신원을 확인하고 차례를 기다리면 담당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진료실 내부는 단순했는데, 의사와 독대하는 의자와 비뇨기과 특성상 누워서 진료를 받기 위해 한 켠에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단순히 궁금한 것이 있어 상담을 받겠다는 말에 의사 역시 조금 의아해 했다. 그럼에도 평소 남성들이 궁금해 할 사안들을 질문하니 "궁금한 것이 있으면 계속 더 물어봐도 좋다"며 질문들에 친절히 답해주었다.


주변 사람들이나 인터넷으로는 찾기 힘든 정보들을 많이 얻었지만, 상담 가격은 2만원으로 다른 일반 병원들보다는 비싼 편이었다. 인터넷으로 알아낸 것과 상담하며 알게 된 진료 가격은 더욱 비쌌는데, 성병을 검사하는 가장 간단한 방식인 소변 검사가 대학병원이 5만원, 일반 병원이 8만 원가량을 호가했다. 그나마 그것도 최근에 보험처리가 되면서 가격이 저렴해진 것이다. 


보다 정밀하게 검사하고, 많은 병원에서 추천하는 방식인 PCR검사는 15만원이었다. 거기에 더해 정액검사까지 한다면 소위 ‘풀코스 검사’로, 22만원 정도를 낸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최근 성병검사에 각광받는 PCR검사는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의 줄임말로, 소변 등의 검사 대상물에서 세균 유전자를 증폭해 세균의 존재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PCR검사와 같은 성병을 검사하는 방식과 처방되는 약들이 보험처리가 되지 않기에 성병검사는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전립선염 검사와 같이 보험처리가 되는 것들도 있는데, 이 경우 보험처리를 할 경우 가족에게 진료 사실이 알려질까봐 일부러 비보험 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비싼 가격은 특히 20대의 젊은 남성이 쉽게 성병검사를 받지 못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고정관념이 만든 무서운 시선


사실 비뇨기과는 성병만 검사하는 곳은 아니다. 배뇨, 전립선부터 시작해서 결혼한 부부가 더 이상 아이를 가지지 않을 목적으로 수술을 받기 위해 오거나 임신이 되지 않아 정자를 검사하러 오기도 하는 등 굳이 성병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범위에 걸쳐 검사 및 진료한다. 


문제는 ‘비뇨기과에 오는 젊은 남성은 다 성병에 걸려서’라는 시선이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비뇨기과 후기나, 비뇨기과에 가보는 것이 좋을지 상담하는 글들은 모두 ‘부끄럽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자의 경우 여타할 시선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주변 환자들이 쳐다볼 때면 괜스레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신경이 쓰이곤 했다. 인터넷의 정액 검사를 했던 한 환자는 정액이 담긴 통을 들고 나오는 데 수 많은 사람들이 한 순간에 그 통을 쳐다보았다며 부끄러웠던 기억을 술회했다.


비뇨기과에서 검사를 받는 것 자체는 그다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다만 그 시선이 따지고 보면 별 것 아님에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성병’환자로 바라보지는 않을지, 이어서 ‘문란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이다. 실제로 국민일보의 기사에 의하면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 비율이 39%로 최저를 달리는 현상에 대해, 비뇨기과 학회는 ‘국민들의 비뇨기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꼽기도 했다.


ⓒ메디컬업저버

ⓒ메디컬업저버

물론 상담을 했던 의사도 ‘20대가 비뇨기과에 정기적으로 올 일은 거의 없다’며 이야기했다. 그처럼 실제로 성병이 없다면 20대가 비뇨기과에 갈 일 자체는 많지 않은 편이다. 다만 비뇨기과를 찾는다고 해서 무조건 성병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무조건 문란하게 생활을 해야만 성병이 걸리는 것 또한 아니다. 의사는 ‘자신이 아무리 깨끗해도 상대가 보균자라면 자신도 걸릴 수 있다’고 성병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성병은 일반 병과 달리 전염이 되는 병이며, 잠복기가 긴 경우도 있다. 매독의 경우 잠복기가 20년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 번 보균되면 빠른 시간 안에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아이에까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부모에게 균을 받아 선천매독을 진료 받은 10대 미만 환자는 2013년에 128명으로 전체 환자 수의 60%가량을 차지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결혼을 앞둔 남성이나 성관계를 가지기 전의 남성이 비뇨기과로 찾아와 성병 검사를 하는 것은 상대를 조금 더 생각하고 준비하는 자세다. 


하지만 ‘왠지 성병 보균자로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은 많은 남성들에게 누군가가 공공연히 교육한 바도 없지만 널리 퍼져있는 생각이다. 기자가 비뇨기과 방문을 앞두고 주변에 알아보았을 때의 보통적인 대답은 "너 무슨 짓 했냐"는 반응이었다. 결국 많은 남성들은 그러한 시선들에 비뇨기과 방문을 포기하고, 비싼 가격에 한 번 더 포기하게 된다. 실제로 그런 현상은 지표에도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4년 진료비 통계 지표'의 자료에 따르면, 비뇨기과는 총 1200만 건이 청구되었는데 이는 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가정의학과보다 낮다. 비교기과보다 낮은 과는 흉부외과, 정신건강의학과, 결핵과, 마취통증의학과와 같이 평소에 찾아보기 힘든 곳들이다.


물론 비뇨기과는 이비인후과나 여타 과처럼 찾아갈 일이 쉽게 생기는 곳은 아니다. 다만 매복기가 길고 전염성이 있는 성병 특성상 비뇨기과는 한번 즈음 찾아갈 필요가 높은 곳이다. 또한 단순히 성병이 아니더라도 단순히 성병 유/무를 판단하거나, 배뇨기관이나 전립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갈 이유가 있다. 정기 검진을 받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비싼 가격과 비뇨기과를 향하는 젊은 남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성 질환과 생식기 관련 질환을 음지로 향하게 만든다. 그 결과 많은 남성들이 인터넷과 친구에 의지하거나, 그냥 혼자 참고 넘기게 된다. 현재 보고된 매독 환자만 30만 명에 달한다. 성병의 특성상 보고되지 않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그 수는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쉽게 전염되고, 아이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성병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비뇨기과에 대한 시선이 자유로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