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장동건이나 원빈, 조인성 같은 배우들을 보며 ‘어차피 내가 가지지 못할 거, 차라리 게이이길!’하고 바란다. 20대 여성들은 미드를 보며 ‘나도 게이 친구가 있었으면!’라고도 바란다. 심지어 10대 청소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의 멤버가 다른 걸그룹의 멤버와 사귈 바엔 차라리 그룹 내에서 멤버들끼리 사귀고 사랑하길 바라는 것도 적지 않다. 영화 <쌍화점>을 보며 ‘조인성과 주진모가 사귀었으면’하고 바란 여성들도 많을 것이다.

미국 드라마 ‘Sex and the city’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동성애코드를 가진 드라마들 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 ‘게이’라고 하면 스타일리쉬하고 몸매 좋고, 여자를 이해할 줄 알고, 섬세하고 멋있는 편한 남자‘친구’ 라고 생각한다. 이번 연재에서는 우리가 성소수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갖게 된 원인 등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팬픽이반

당신은 ‘팬픽이반’을 아는가? ‘팬픽이반’이란 말 그대로 ‘팬픽’(Fan Fiction)에 나오는 ‘이반’(일반인과 다르다는 의미이며 성소수자를 가리킨다)이다. ‘팬픽’은 주로 아이돌그룹의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의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쓰는데, 대개 멤버끼리의 사랑 이야기로 전개된다. ‘팬픽이반’은 팬이 팬픽의 주인공처럼 하고 다니며 일종의 ‘역할놀이’를 하는 것이다.

아이돌그룹의 멤버라면 누구나 다 멋지다. 심지어 예쁘기까지 하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어떤 그룹으로 팬픽이반을 하더라도 다 멋있고 예쁘기 때문에 ‘동성애자’를 포함한 성소수자에 대해 환상을 갖게 된다.


(사진 :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포스터)


드라마와 영화 등 대충매체 속의 동성애 코드

<커피프린스 1호점>, <서양골동과자점 앤티크>, <스타일>, <개인의 취향>……. 이 드라마와 영화, 소설들의 공통점은 모두 동성애, 혹은 양성애코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모두 ‘보통’스럽지는 않다.

먼저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프')부터 살펴보자. '커프'의 은찬이는 당연히 여자니까 한결(공유)을 사랑하는 것이 용납 되었고, 남자(라고 알고 있는)인 은찬을 사랑하는 자신이 게이일지도 모른다는 고민에 빠져 시름시름 앓는 한결을 보며 대중은 그를 동성애자라고 욕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머 멋있어! 저런 사랑을 하다니…….” 하고 감격해 하고 그들의 애틋한 사랑에 빠져들었다.

다음은 <스타일>이다. 한국판 칙릿소설 격인 소설 <스타일>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에는 양성애자 캐릭터가 등장한다. 드라마 속 스타일 매거진에서 김혜수의 후배이자 김혜수를 짝사랑하는 김민준(이용부 분)이 그렇다. 김민준은 런던의 패션학교에서 김혜수와 함께 유학한 학교 후배이며 몸매 좋고 스타일리쉬한 포토그래퍼로 그려진다. 김민준의 대사엔 “여자 말고 남자도 좋은데”하는 대사가 등장하고 서우진(류시원 분)을 두고 다투는 박기자(김혜수)와 이서정(이지아)가 보기 싫어 서우진에게 접근하기도 하는 등 양성애자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게이는 알겠는데, 레즈비언은?

왜 게이물에 비해 레즈비언물의 수는 적을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미 전 세계적으로 영화, 만화, 드라마 등 게이가 주인공인 퀴어물은 많다. 하지만 레즈비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만화까지도 쉽게 찾을 수 없다. 내가 거의 유일하게 알고 있는 우리나라의 레즈비언물은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 memento mori>밖에 없다.

아직 레즈비언물이 거의 없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근 10년 동안 조심스럽게 게이물로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왔고, 이제 어느 정도는 대중에게 이해받고, 인정 되고 있는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이것을 바탕으로 점점 레즈비언의 사랑을 그리는 영화나 드라마, 소설이 등장하게 될 날이 머지 않았기를 기대하게 된다.

성소수자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퀴어물의 주인공들처럼 ‘훈남’, ‘꽃남’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30일, 엠넷 방영되었던 슈퍼스타K2 2회분에는 당당하게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오디션을 본 출연자가 등장해 화제가 되었다. 텔레마케터 일을 하고 있는 스물여덟 살의 박우식씨는 “동성애자라고 해서 편견을 갖기 보단 그냥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하며 언젠가는 커밍아웃을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방송 후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방송에서 비춰지는 멋있는 사람이 아닌 이런 외모의 동성애자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도 전했다.

‘이런 외모의 동성애자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는 박우식씨의 용기 있는 말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빨리 허물어야 성소수자에 대한 의식이 바뀌는 데도 조금 더 보탬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