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졸업자 S씨는 왜 대학에 갔을까?'는 발행 이후 많은 독자님의 지적과 조언을 받았습니다. 고함20은 기사가 대안학교 졸업생을 편견으로 일반화했다는 지적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은 기사를 고치는 것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기사의 문제를 보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전 기사의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님들의 지적과 조언을 가까이서 듣기 위해 고함20은 독자 오창민(제천 간디학교 졸업생, 27세) 씨를 직접 만났습니다.

 

이 기사가 ‘대안학교 졸업생’에 대한 선입견을 넘어, 그들을 ‘대안학교 졸업생’이 아닌 하나의 개인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박스 안의 문장은 ‘대안학교 졸업자 S군은 왜 대학에 갔을까?’의 내용입니다.

“인문학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대안학교 졸업생이라고 한들 먹고사는 문제가 왜 중요하지 않을까. 소크라테스도 밥은 먹어야 한다.”

 

참새(이하 참) : 안녕하세요. ‘대안학교 졸업자 S군은 왜 대학에 갔을까?’를 쓴 고함20의 참새입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오창민(이하 오) : 안녕하세요. 제천 간디학교와 일반학교인 거창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문화기획을 하는 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는 오창민이라고 합니다. 2014년에는 청년허브의 공모를 받아서 세 명의 동료와 함께 ‘대안학교 졸업생(대졸)’이라는 잡지를 만들었습니다.


참 : 기사는 어떠셨나요? A/S 부탁드립니다.


오 : 제일 먼저, 제목을 너무 자극적으로 뽑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 같아요. 제목 자체가 ‘대안학교 졸업생은 왜 대학을 갔는가?’ 이었잖아요. 이 제목을 보면 반대로 ‘왜 대안학교 졸업생은 대학을 가면 안 되는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대안학교 학생이 대학을 가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웃겼던 게, 대안학교 학생을 소크라테스라고 표현해주셨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소크라테스가 아니거든요. 전 제가 생각할 때 돼지라고 생각하는데, 소크라테스라고 표현을 해주셔서 뭔가 되게 어떤 대안학교 졸업생에 대한 쓰신 기자분의 어떤 편견, 선입견 같은 것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안학교 졸업자 S군은 왜 대학에 갔을까?'에 대한 반응들


참 :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기사를 쓰면서도 대안학교를 졸업하면 뭔가 좀 인문학적인 가치나 철학적인 가치를 많이 지향하고 그런 것들에 많이 통달해있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오 : 네. 그런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굳이 말하자면 소크라테스에 대한 지향이 있는 돼지정도? 대안학교에서는 각 학교마다 철학적 지향을 가지고 인문학적인 교육을 하는 것은 맞아요. 그런데, 그런 가르침을 학생들이 온전하게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거죠. 졸업생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학교에서 배웠던 가치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는 것은 아니에요. 저마다의 가정환경이 다를 것이고, 살아가는 사회가 다를 것이고, 개인의 성향이나 기호도 굉장히 다르잖아요. 저 역시 간디학교의 철학이나 가치에 대해서 어떤 부분은 깊이 공감하고 살면서 꾸준히 지켜나가고 싶지만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런 판단은 저마다의 몫인 것 같아요.


“우리는 높아지는 실업률과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현실을 논할 때 문과-이과, 고졸-대졸로 구분하여 논한다. 이 둘 무엇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어쩌면 그런 사람이 있다고 상상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참 : 많은 독자님이 기사에 문제제기를 해주셨는데요. 한 독자님은 서문의 ‘문과-이과 고졸-대졸 프레임에서 대안학교 학생이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할 때 배제되었다’라는 문장을 지적해주셨거든요. 이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 : 일단 대안학교 졸업생이 따로 다뤄지기에는 개체 수가 너무 적은 것 같아요. 그리고 굳이 취업률이라는 통계에 잡히고 싶지도 않아요. 여기서 제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대안학교 졸업생'이라는 일종의 선 긋기가 대안학교 졸업생들은 뭔가 굉장히 특별하고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전제된 것 같아 불편한 느낌이 있다는 점이에요.


“대안학교를 쭉 다니다 졸업한 사람들은 졸업 후 보통 어떤 일을 하나? 거의 사회적 기업이나 NPO NGO로 진출하는 편인가?”

 

오: 정말 보수적으로 카운트해도 전국에 대안학교가 100개가 넘어요.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대안학교 학생들이 졸업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 통계를 내보기 전까진 단언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일단 제 주변에는 사회적 영역에 진출한 친구들이 거의 없어요. 물론 일반 제도권 학교에 다닌 친구들보다는 대안학교 졸업생들이 NGO나 NPO를 가는 게 비율상으로 높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아무래도 대안교육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진출하는 것은 사실일 수 있는데, 거기에는 복잡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참 : 어떤 이유가 있죠?


오: 제가 다녔던 제천 간디학교에는 진로직업 체험과정이 커리큘럼에 있어요. 고등교육 과정 중에 한 달에서 길게는 1년 정도 인턴십 과정을 하는데, 그때 보통 사회적 영역에 있는 단체들을 많이 선택해요. 학교측에서 권장하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사회적 경제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대안학교에 대해서 조금 더 객관적이고 관대하게 봐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꼭 대안학교가 아니더라도 일반 기업에서는 청소년 신분으로 인턴십 하기는 어렵죠 


하지만 인턴십 프로그램을 하는 것과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별개라고 생각해요. 제 동기들만 해도 저처럼 사회적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이 저밖에 없어요. 대기업 다니는 친구도 있고, 은행 다니는 친구도 있고, 일반회사 다니는 친구, 음악하는 친구, 디자인 하는 친구 다양하게 있어요. 기사가 정확한 통계적 근거 없이 대안학교 학생의 진출분야를 너무 일반화하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오창민 씨가 다닌 제천 간디학교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참 : 어떤 것을 선택하는 맥락이 굉장히 복잡한 것 같아요. 대안학교 학생에 대한 일반기업의 장벽이 있고, 개인의 취향도 있고, 학교에서 지향하는 가치들도 있고, 이런 것들이 굉장히 다양하게 얽혀 있는 듯 합니다. 대안학교라는 프레임에 갇혀 이런 맥락들을 놓치는 경우가 일반적인가요?


오 : 네. 사실 비 대안학교 사람뿐만 아니라 대안 교육을 받은 사람도 대안학교 교육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었고요. '대안교육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샴푸를 쓸 수 있어? 대안교육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많은 돈을 벌 수가 있어? 대안교육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대학에 갈 수 있어? 왠지 남들과는 다르게 살아야 할 것만 같은... 이런 프레임을 깨는데 저도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왠지 그래야 될 것만 같은 당위성을 느꼈거든요. 학교에서는 삶의 지향 정도만 가르치지 강요하지는 않는데 학생들 스스로가 그런 프레임에 갇히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참 : 대안학교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그런 편견에 사로잡힌 경우가 있다는 거군요.

 

오 : 네. 대안학교에 대한 내외부적인 편견이나 선입견들이 가혹하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그냥 저마다의 선택과 삶을 있는 그대로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면 좋을텐데 돈도 벌지 말라 하고 대학도 가지말라 하고 대안학교 졸업생들을 뭐해 먹고 삽니까?(웃음)  


“대안학교만을 나와서는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인가?”

 

오 : ‘대안학교만을 나와서는 인정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라고 S군이 말했더라고요. 그런데 되게 웃긴 게,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20살짜리한테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것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되게 가혹하지 않나요? 이제 막 대안학교를 나와서 이제 사회 초년생인 친구한테 대단한 사회적인 인정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가혹한 거죠. 일반 고등학교를 졸업한 20살 학생도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대안학교 졸업생만 그런 것은 아니에요.

 

“아버지의 친구 분들을 뵙게 되면 내가 대안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라고, 관심을 가진다. 우리 애도 대안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말씀하신 분들도 많았다. 처음엔 그런 분들한테 정말 열심히 대안학교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그때만 끄덕이고 대부분 대안학교를 보내지 않는다. 뒤에서는 ‘대안학교가 아무리 좋아도 나오면 할 수 있는 게 없잖아?’라고 말한다.”

 

오 : 이건 S군과 대안학교의 잘못이 아니라, 한 개인이 사회에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그런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네가 20살에는 대학으로 평가받아야 해, 그리고 20대 중반에는 직업으로 평가받고, 그다음 차로 평가받고 집으로 평가받아야 해”와 같은 요구가 굉장히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평가들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대안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은 이런 일반적인 잣대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불안감이 더 큰 것 같아요. 적어도 또래 친구들이랑 비슷하게 살고 있으면 불안함은 덜할 수 있거든요. 다른 내 친구들은 대학도 다니고 취업준비도 하는데 비슷한 시기에 나는 뒤처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죠. 특히나 한국 사회가 그렇잖아요. 차라리 시키는 대로 살면 막연함이나 불안함은 덜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남들 다 하는 거 안 하고 있으면 소외당하는 것 같고 고립되어 있는 것 같고.  


참 : 평가 기준에 미달되면 내가 불필요한 사람인 증거 같고?

 

오 : 그렇죠.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 사회가 그런 생각을 강박처럼 강요하는 것 같아요. 이건 대안교육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한국 사회에선 아직 삶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네요. 


ⓒ아시아경제


참 : 음... 혹시 공감되는 지점이나 재밌었던 부분은 없었나요?

 

오 : 아 그것도 되게 많았어요. 저는 인터뷰하신 분의 이야기에 제가 숱하게 고민했던 지점들이 되게 많았어요. 저는 이 부분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대안학교를 나와서 다름 아닌 내가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 것. 이 부분에 동의해요. 대안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무슨 슈퍼맨도 아니고. 우리가 뭐라고 사회를 바꿉니까?(웃음)

 

내가 행복해야 나를 이루고 있는 사회도 행복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나부터 변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했다'라고 한 부분도 공감이 갔어요. 내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잘 지켜나가는 것을 삶으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를 삶으로 증명해보고 싶다는 욕심? 목표?가 있어요.   


‘대안학교 졸업자들이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사회에 있든 대안학교 사람들이 대안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실천하고 살면 그 사람들이 모이고 망처럼 엮여서 우리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이 부분도 저는 굉장히 많이 공감되고, 개인적으로 지지해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어요. 대안학교 졸업생들이 어떤 직업을 갖든지 대안학교에서 배운 것을 자기 나름대로 소화해서 받아들인다면, 그리고 자기에게 맞게 실천을 하면, 그때 가서 대안학교에 대한 평가와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까요? 대안학교를 졸업하고도 이렇게 살 수 있는 길도 있구나. 하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증명되지 않을까요?

 

참 : 마지막으로 공론화되었으면 좋겠는, 혹은 고함20에서 다뤘으면 하는 대안학교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나요?

 

오 : 음... 어쩌다 보니 좋은 이야기들만 한 것 같은데 비판적으로 다뤄봐야 할 지점도 많아요. 각각의 대안학교들이 추구하는 가치나 지향에 대해서 존중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의 시스템 안에서 지속가능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 나름의 생존전략이나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안학교의 역사가 15년이라고 하는데 체감하기론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고 여전히 맨땅에 헤딩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대안학교가 어떤 특정 계층을 대변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안교육이 단지 제도권 교육에 대한 상대적 대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 가치를 추구해야 된다는 점에서 환경, 평화, 역사, 인권교육만큼 성, 노동, 경제, IT 등 다양한 분야를 밀도 있게 다뤄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글/ 참새(goooo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