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달에 2~3편이상의 뮤지컬 또는 연극을 관람하며, 공연을 소재로 글을 쓰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20대 여성이다. [고함20] 단체 메신저에 온 기사 링크가 나의 분노를 재점화시켰다. 공연 관람객에 대한 불편한 시각들과 그들을 칭하기 위해 만든 용어들을 한번 정리해봤다


1. 잘생긴 남성배우를 보기 위해 재관람한다. 용어로는 얼빠, 여덕, 여팬, 회전문 관객 등등 불리는 대로 붙여지는 대로 서로 비슷한 의미가 부여된다.  

2. 비싼 티켓값, 사치다. 


주로 내가 보고 들었던 이야기들을 추려봤다. 이것들이 왜 비난받아야 되는지 사실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공연 소비자들의 관람 목적은 제각각일 터, 특정 목적만으로 모든 관람객을 일반화하는 시선은 늘 불편하게 느껴진다. 또 공연소비자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에서 함께 비난받는 이유도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직접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인터뷰 대상은 재관람의 경험이 있는 사람. 무분별하게 이메일을 보내보았다. 그중 3명의 관람객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모두 20, 30대 여성이었다. 


재관람을 한 적이 있나? 있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관람객 A : 최근에 들어서 많이 하고 있다. 좋아하는 극에 배우의 캐스팅이 더블, 트리플이 들어가면서 다른 배우의 해석도 보고 싶어서 재관람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회전문 관객이라기 보다 극덕에 해당된다고 한다. 극덕은 극에 반해서 재관람을 하는 사람을 이렇게 표현한다고 한다. 주변에 회전문 관객 물어보면서 물어봤다. 

관람객 B : 최근 작품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드림걸스’, ‘마마 돈 크라이’ 연극‘엠.버터플라이’등을 봤다.

관람객 C : 나는 여러 번 재관람을 한 적이 있다. 재관람을 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뮤지컬 ‘로빈훗’을 재관람 했었는데, 처음 관람했을 때 뒷자리에 앉아서 그런지 놓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관람 하게 됐다. 물론 재관람할 때 캐스트는 다르게 봤다. 캐스팅이 여러 명인 경우에는 “이 배우는 어떨까? 이 조합은 어떨까?”하고 궁금해진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봤을 때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런 멋진 작품이 있다니!” 하는 생각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한번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재관람하게 되었던 것 같다.


재관람 관객을 '회전문 관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미 알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회전문 관객’에 대한 시선이 어떻다고 생각하시나? 본인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함께 이야기해줘도 좋을 것 같다.


A : 나는 '회전문 관객' 이란 표현을 이번에 기사를 보고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공연 관람을 하고 있어서 뮤지컬 관람 관객들의 소통 언어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회전문 관객에 대한 시선... 글쎄 나는 그런 '용어' 자체가 재관람 관객에 대한 좋지 못한 시각이라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용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부 관객을 단일화 시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내가 재관람 관객에 포함되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결론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연기자&가수에 대한 '딴따라'라고 칭하는 용어와 같이 다가온다. 뜻이 어떠하든 좋게 들리지는 않는다.


: 나 또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회전문 관객이 되었다. 얼마만큼 봐야 회전문 관객인지는 모르겠으나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배우들로 총 7번을 봤다. 개인적으로 배우 팬은 아니지만 그렇게 보았다. '지킬 앤 하이드'의 남자 주인공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배우만큼 앙상블이나 작품 전체가 좋진 않지만, 남자 주인공의 매력을 1막 엔딩부터 즐길 수 있기에 보았다.



: 내 주변 사람들은 재관람 하는 사람들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돈이 아깝다. 똑같은 걸 왜 또 보냐?” 주로 이런 반응이다. 그런데 그건 관심사에 차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좋지는 않다. 나는 영화도 재밌으면 극장에 가서 여러 번 보기도 한다. 그만큼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에 대해 비싸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그렇다면 공연 소비문화로서 재관람 관객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재관람 관객에 대한 논의가 된다는 것이 일단 좋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지출이 비난 받아야 하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일주일에 1번 관람하는 것은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하지만 뮤지컬을 일주일에 1번 관람하는 것은 이해받지 못한다. 그것이 가격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가격이라는 부분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런 문제로 재관람이 화두 되어 문제라고 말을 한다면 내가 오페라를 관람하는 것은 아주 큰 비난을 받아야 하는 문제 된다.

 

: 드라마도 재미있으면 본 방송을 본 후에 재방송을 보는데 공연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 번 보고 재미있으면 또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 재관람이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의 취미, 관심사로 인정해주면 좋겠다. 좋다 나쁘다 판단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공연 소비자들을 대부분 20,30대 여성이라고 한다. 그들이 잘생긴 남성 배우만을 좋아하고, 그에 맞춰 작품을 선택하며 재관람 한다는 내재된 시각의 기사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어느 분야를 가더라도 일반적인 관객의 층은 대부분 20,30대의 여성이다. 뮤지컬만의 일은 아니다. 남성의 분포가 가장 많은 부분은 의아하게 오페라 관람 부분이다. 그리고 뮤지컬 배우들은 대부분 노래를 불러야 잘 생겨 보인다. 


작품 선택 관련해서는 나도 그들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레미제라블'이나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는 확실하게 작품이 좋아서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나도 분명 배우를 우선순위에 두고 작품을 고르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배우 말고는 건질게 없는 공연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뿐인가..? 예전에는 작품을 위주로 관람했었는데 지금은 설사 공연이 실망스럽더라도 좋아하는 배우에 대한 애정도로 참고 견디기도 한다. 그럼에도 '남성 배우'만을 좋아한다는 표현은 아쉬운 것이 '위키드' 나 '드림걸스' 같은 뮤지컬도 있기 때문이다. 



: 이런 기사를 이제는 무시해도 되지 않은가? 단순히 잘생긴 남자배우만을 좋아하고 그에 맞춰 재관람을 하지는 않는다. 잘생긴 얼굴, 호감형 얼굴 또한 무시할 수는 없지만 남자배우 얼굴 하나만 보고 작품을 선택하는 관객은 극히 드물 것이다. 예를 들어, 외모만을 믿고 연기적 발전이 없다면 한 두 번은 볼 것이지만 관객 또한 뒤돌아설 것이다. 꾸준히 무대와 함께 성장하면서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적 다른 시도들을 하기에 팬들은 배우와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런 일련의 단계를 모른 채 잘생긴 남자 얼굴만 보고 작품을 선택한다고 판단하며, 여생관객을 매도하지마라. 

: 기사에 보면 스타티켓파워에만 의존한다고 되어있는데 난 이것도 홍보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볼 때도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고 고르는 경우도 있고, 배우를 보고 고르는 경우도 있지 않나. 나는 뮤지컬을 접한 지 얼마 안 돼서 모르는 뮤지컬 배우들이 더 많고, 유명한 작품이라고 해도 저에게는 생소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가수 뮤지컬을 한다고 하면 나처럼 뮤지컬 초보자들에게는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시작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 내가 아는 배우가 나와서 친근하게 접했다가 그것을 계기로 공연의 매력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어느 단면만을 보고 잘생긴 배우들만을 좋아하고 그에 맞춰서 작품을 선택한다고 규정짓는 건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외 다른 문화 부분에 있어서도 소비자는 여성이다. 재관람 관객으로 인한 뮤지컬 시장이 도태되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도태되고 있다기보다 퇴화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나친 팬덤 현상으로 뮤지컬 시장이 자신들이 발전해야 할 시기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가장 예를 들고 싶은 부분은 '프리뷰' 공연이다. 예전에는 프리뷰 공연 기간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첫 공연의 실수를 감안하고 봐달라는 그러면서도 계속 찾아와 줄 관객에게 대한 감사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프리뷰 공연은 관객을 상대가 '간을 보는 느낌'이다. 짧은 연습 기간을 대체하기 위해 인기 배우에게 기대고 있지 않은지, 그런 부분이 점점 도태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사실 시스템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스태프와 배우에게 희생에게 강요하는 것 있다. 이 부분은 10년이 지나도록 더 악화된 것 같다.


오페라는 상당한 가격대를 보고자 하는 관객에게 수용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기간도 짧고, 짧은 단기간의 공연인 만큼 엄청난 연습과 대체할 수 없는 실력 있는 분들이 공연을 만든다. 보고 난 뒤의 만족도도 예외를 제외하고는 완벽에 가깝다. 그런 공연을 볼 때는 비싼 티켓 가격도 주변은 납득을 하고, 보는 시선 싸늘하지 않다.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은 누구의 잘못이라고 하기엔, 수습이 가능할지 판단이 되지 않는 악순환이 아닐까. 완성도는 점점 낮아지는데 티켓 가격은 무섭게 올라가는 현시점에서 점점 뮤지컬에 대한 애정도는 낮아지고 관객들은 멀어져 가고 그러다 보면 배우에게 기대야 하는 악순환. 뮤지컬이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관객층이 다양해진다면 지금의 시선도 한결 나아질 거라 믿고 싶다.


: 되려 이런 질문하고 싶다. 

"그렇다면 10년 전에도 20~30대 관객이었을 여성 재관람 관객들은....?"

그럼 10년 동안 한국 뮤지컬이 도태가 되었는가? 그때도 분명히 재관람 관객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뮤지컬이라는 시장이 재관람 여성 관객들로 인해서 도태되고 있다는 시각은 참 어이가 없다. 

 

: 재관람 관객들이 오히려 더 발전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공연을 보면서 느낀 건 딱 한 번 봐서는 그 작품에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번, 세 번 볼 때 그 작품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더 깊이 깨달은 적도 있고, 더 디테일한 것들을 캐치하는 때가 많다. 또 그렇게 여러 번 본 관객들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어떤 점이 좋은지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작사 측에서도 공연에 관심 있어 하는 분들을 초대해서 관람하게 하고 얘기도 듣고 그 내용들을 참고해서 수정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점들은 오히려 반대로 뮤지컬 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공연 소비자들을 비난하는 요점을 정리하면 재관람 관객들로 인해 기획사는 그들의 입맛에 맞춰 작품을 선택하고 잘생긴, 인기 많은 배우들을 내세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질, 나아가 공연시장을 도태하게 만든다고 한다. 


앞 문장을 재관람 관객을 끌기 위해 기획사는이라고 바꿔보자. 위에 문장은 재관람 관객이 비난해야 할 대상으로 느껴지는 반면, 아래로 바꾼 경우 과도한 마케팅을 자행하는 기획사의 잘못으로 보인다. 


이 과정이 누구의 탓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같은 의미인 듯하지만 말머리가 바뀌면 비난받을, 잘못된 사람은 단번에 바뀐다.누구에게 잘못을 돌릴지 찾고 있을 뿐이다.


나 역시 재관람을 하는 여팬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줘라.   

 

: 나는 여팬이다. 나는 한국 뮤지컬의 팬이다.

 

: 잘생기고 예쁜 사람을 보면 관심이 가고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잘생긴 남자라는 이유로만 눈길이 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여자여도 예쁜 여자를 봤을 때 한 번 더 보게 된다. 잘생긴 사람이 눈에 먼저 띌 수는 있으나 잘생긴 얼굴이 곧 실력은 아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공연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오해와 편견을 버려줬으면 한다. 나는 결코 적지 않은 돈으로 공연을 보러 가는 이유는 ‘거기 나온 어느 배우의 잘생긴 얼굴’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을 보러 가는 것이다.


글. 은가비(boyeon0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