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 인터뷰 2화] 우리는 높아지는 실업률과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현실을 논할 때 문과-이과, 고졸-대졸로 구분하여 논한다. 이 둘 무엇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어쩌면 그런 사람이 있다고 상상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은 투명인간이다. 인문학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대안학교 졸업생이라고 한들 먹고사는 문제가 왜 중요하지 않을까. 소크라테스도 밥은 먹어야 한다.


[고함20]은 대안학교 졸업생 S 씨를 만나 대안학교 졸업자가 가진 현실적인 고충을 들어보았다. 우리 사회는 소크라테스도 먹고살 수 있는 사회인가?


반갑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안학교 졸업생이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제도권 교육을 받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모두 대안학교로 졸업했다. 검정고시를 치르고 재수학원에 다녀서 대학에 입학했다. 대안학교는 두 곳을 다녔다.


두 곳을 다닌 이유는 무엇인가?

중학 과정으로 다녔던 학교는 고등 과정을 포함해서 6년제 학교였다. 그때 6학년들을 보면 진로문제에 엄청 고민이 많았다. 나도 그들을 보면서 내가 이곳에서 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중학 과정으로 다닌 곳은 학구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에 좀 더 공부할 수 있는 환경으로 옮기고 싶었다.


대안학교마다 특성이 뚜렷한 모양이다.

그렇다. 자유로운 대안학교라고 해도 커리큘럼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학교를 옮기는 학생이 많은가?

나 때는 많았다. 보통 진로를 고민하다가 옮긴다. 거기에 더해 부모의 걱정도 있다. 부모가 "애 3년 대안학교 보내봤는데 불안해서 안 되겠더라"면서 다시 제도권 교육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EXID의 하니가 대안학교를 다녔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하지만 S씨는 여전히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JTBC


대안학교를 쭉 다니다 졸업한 사람들은 졸업 후 보통 어떤 일을 하나?

거의 사회적 기업이나 NPO, NGO 이런 곳으로 간다. 활동가로 일하면 월급은 나오니까. 교사들도 그런 곳을 많이 추천하고 알음알음 보내주는 편이다. 대안학교 학력으로는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검정고시를 통과해도 '학교 안 다니고 놀았구나'라는 편견이 강하다.


교사가 알음알음 보내준다고 했는데, 뭔가 편법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가? 하지만 그런 식으로 소위 ‘꽂아준다’고 해서 나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미리 합격자를 정해놓고 겉치레 면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추천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사회적 기업이나 NPO 단체가 대안학교와 연계해서 스카우트하는 방식도 있다. 선생님들 중에 활동가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것도 일종의 대안학교 나름의 재생산 시스템이다.


당신은 사회적 기업을 안가고 대학을 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공부를 더 하고 싶었다. 그리고 먹고 사는 문제도 있었다. '대안학교 졸업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대학 말고는 길이 없다고 생각했다. ‘대학은 무조건 가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NGO 단체는 가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은 우리가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사회적 가치를 배웠으니 그런 것을 실천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꼭 우리가 바꿔야하는 의무는 없지 않나.

결국 대안학교를 나오면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는 편견을 깨는 것도, 그리고 대안학교를 나와서 NGO 이외에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것도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안 됐다. 대안학교를 나와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보란 듯이 보여주고 싶었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는 대안학교 졸업자가 가진 현실적인 한계, 편견을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다.


대안학교만을 나와서는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인가?

그렇다. 그래서 같은 학교를 나온 친구들에게 미안할 때가 있다. 학교한테도...


대안학교가 인정받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학생들이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책을 많이 낸다.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이 책을 낼 수 있게 도와준다. 거기에 불만사항 비슷한 것을 적는데, 그 내용을 보면 "학교가 뭘 좀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내용이 많다. 학교가 자신들을 좀 책임져 달라는 내용이다. "여기 나왔는데 할 게 없더라. 뭐 어디서도 이력서 내밀기도 힘들고 검정고시 출신이라 공부 안 한 사람 취급 하더라. 우리 좀 도와 달라. 이 사회 좀 바꿔 달라" 이런 내용이다.

사실 학생들은 잘못한 게 없다. 사람들이 우리를 편견으로 쳐다보는 것은 우리 잘못이 아니다. 우리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평가받고 싶지도 않다. 제도권이나 공교육을 뒤집는 것까지는 필요 없다. 대안학교 학생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학교에 책임져 달라는 말은 먼저 사회에 진출해 있는 선생님에게 하는 구조 요청과 같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편견 같은 것을 사회에 나가 있는 선생님들이 좀 바꿔달라고. 결국 편견, 대안학교 학생에 대한 편견이 문제다.


그런 편견을 느낀 적이 있나?

가끔 아버지의 친구분들을 뵙게 되면 내가 대안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라고, 관심을 가진다. 우리 애도 대안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말씀하신 분들도 많았다. 처음엔 그런 분들한테 정말 열심히 대안학교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그때만 끄덕이고 대부분 대안학교를 보내지 않는다. 뒤에서는 "대안학교가 아무리 좋아도 나오면 할 수 있는 게 없잖아?"라고 말한다. 편견이다. 우리는 제도권 학생과 다른 교육을 받은 것뿐이다. 그들에 비해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5월에 열린 세계교육포럼. 하지만 한국 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니세프


본인 혼자 대학에 간다고 해서 그런 편견이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적극적으로 행동해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 정리를 했다. 대안학교를 나와서 다름 아닌 '내가' 사회를 바꿔야한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보다는 개인적으로 나부터 변화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안학교에서 배운 가치는 매우 다양했고, 제도권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철학도 배웠다. 대안학교 졸업자들이 무슨 직업을 갖고, 어떤 사회에 있던 대안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실천하고 살면 그런 사람들이 모이고 망처럼 엮여서 '리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결론을 내렸다.


응원하겠다.

고맙다.


제도권 교육을 받고 대학을 나와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구직난은 대안학교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대안학교 졸업생의 불안에는 제도권 교육을 받고 대학을 들어간 사람들이 가진 불안 이상의 것이 있다. 사회를 바꾸기보다는 자신을 먼저 바꾸겠다고 말한 S씨의 말 속에서 아무리 외쳐도 변하지 않는 텁텁한 현실에 대한 체념을 느낄 수 있었다. 질문을 바꿔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아카데미를 거부한 소크라테스도 살 수 있는 사회인가?


인터뷰.글/ 참새(goooo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