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일은 청년이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다. 정치권은 청년의원이 청년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19대 총선에서는 여야할 것 없이 청년을 기용했고, 그 결과 국회에도 '청년'의 목소리를 내세우는 '청년' 정치인이 등장했다. 김광진(새정치민주연합), 김상민(새누리당)*, 장하나(새정치민주연합)의원이다. 이제 그들의 남은 임기는 1년 즈음. [다시, 안녕?]은 그들을 만나 그간 입법활동을 짚어보며, 다시 청년의원에 대한 의문을 던져보려 한다. 청년의원은 청년문제를 잘 해결했을까? 청년의원은 '정말' 필요할까?  


*[고함20]은 세 의원 모두에게 인터뷰 요청을 보냈지만, 김상민 의원은 일정상의 이유로 인터뷰에 응하지 못했다. 




#1 "청년 관련 법안의 뜻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청년비례대표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김광진 의원. 그는 국방위원회 소속이다. 그는 청년비례대표로 뽑힌 국회의원이 왜 국방위에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워낙 많이 들었나 보다. 인터뷰 초반, 의정활동에 대해 질문을 하자마자 그는 자신이 교과위나 환노위가 아니라 국방위임을 말했다. "청년 관련 법안은 거의 통과되지 않았더라." 우리는 그의 입법활동에 대해 시니컬하게 물었다. 그는 바로 반문했다. "65만 장병들이 90%가 청년이다. 그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는 법은 청년관련법이 아닌가?" 


지금까지 활발한 입법 활동을 펼쳤다. 청년문제와 관련된 법안은 통과된 것이 없는 것 같다.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기준은 무엇인가?


입법 활동 기준이다.

그러니까 그 기준이 무엇인가? 예를 들면 5개의 법안을 통과시키면 성과가 있는 건가?


그렇다. 법안 통과 기준으로 얘기하는 거다.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다. 논쟁하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평가 기준이 조금 더 명확했으면 좋겠다. 기존의 기득권세력이 공고하기 때문에 19대 국회에서 바로 통과되지 않을 수밖에 없는 법안들도 있고, 선언적 의미로 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시급하다고 생각해서 내는 법안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입법활동에서 잘못했다고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좋겠다. 여성이 참정권을 얻는데 200년이 걸렸다. 청년이 3년 국회의원 생활하면서 모든 법을 다 바꿀 수 있으면 그건 세상이 말이 안 된다. 


그럼 어떤 식으로 입법활동을 평가해야 할까?

많은 부분이 법안이 바뀌지 않더라도 행정부에서 그 의지가 반영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는 계속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노동자, 사용자, 공익 각각 분위에 청년 1인씩 포함되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법에 대한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최저임금액을 '누가 논의 하느냐'다. 올해 노동계 측에서 이 주장을 인정해, 민주노총 서울본부 김진숙 여성위원장 서울본부장(34)과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24)을 신규위원으로 선임했다. 심지어 청년유니온은 민주노총의 산하기관이 아니었다. 주장이 현실성 있고, 필요성이 인정되니 세상이 바뀐 것이다. 비록 법은 안 바꿨지만 말이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최저임금에 관한 중요사항의 심의를 위해 고용노동부에 둔 위원회. 노동자, 사용자, 공익 측 세 개의 분위로 나눠 각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2 "청년 당사자로서의 정치"

김광진 의원은 자신이 청년비례대표임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듯했다. 그는 먼저 청년에 대한 정의를 고민했다. 그리고 진정 청년이 국회에서 활동하는 게 좋은 것인지 고민했다. 김광진 의원이 내린 해답은 청년의 일은 청년이 가장 잘할 수 있다는 것. 그때부터 차기 청년비례대표를 위한 고민을 시작한다. 현재 청년비례대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해결안을 찾았다.


"청년들의 목소리는 청년들이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청년 정치인이 주목받았던 이유였다. 직접 활동해 본 결과 이에 동의하는가?

누구나 청년의 고민을 대변은 해줄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만큼의 절실함이 있을까? 청년들의 문제는 청년들이 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명확하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대한민국의 '당사자 정치'의 폭이 전반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현 정치시스템 안에선 청년들의 당사자 정치가 어렵나?

현재는 청년국회의원 정원이 너무 적다. 19세부터 투표를 할 수 있지만, 19세부터 29세까지의 20대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20대 정치인 자체도 많이 나와야 한다. 또한, 20대 중에서도 각자 생각이 다르다. 서울 대학생, 지방대 대학생, 지방에서 고졸하고 서울로 유학 온 사람 등등 입장이 다 다르다. 각각의 대표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국회라는 공간이다. 하지만 지금의 국회는 특정한 부류들의 입장이 과대 대표되고 있다. 빨리 이틀을 깨야 한다. 


젊은 정치인을 키워내는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꾸준히 말했다.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우선 가장 크게는 '정치라는 것이 삶을 바꿔주는 것이고, 결국 답은 정치 안에 있다'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생각을 가진 많은 사람이 정치에 빨리 진입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그렇게 정치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정당에 들어오면 활동할 상시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청년위원회나 대학생위원회가 있지만, 이것이 유명무실화되어있고, 젊은 사람들은 선거에 동원되는 정도인데 어떤 역할과 권리를 명확하게 부여해주고, 만약 예산이 5억으로 배정된다고 하면 이것을 '어떻게 배분해서 쓸 것인지 청년위원회에서 논의해서 결정하라'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사람을 키우는 구조가 필요하다. 당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지, 반짝 인기 있는, 이슈가 되는 사람을 데려오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나 같은 케이스도 마찬가지이다. 나 역시 당내인사가 아니고 외부에서 영입되었지만, 이번에 당헌·당규를 바꾸면서 그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년위원회 안에서 선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럼 지난 총선과 같은 방식의 청년비례대표 선출은 없는 건가?

하긴 할 것이다. 그러나 범위가 줄어들 것이다. 지난 총선 때는 청년비례대표는 새누리당 당원도 상관없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뜻이었지만, 나는 당의 이름으로 나오는 비례대표는 기본적으로 애당심도 있어야 하고 당의 정강·정책에 동의와 부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희끼리 다 해먹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4년간 입당해서 청년위원회 활동을 해보면서 본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확보해나가는 것.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뽑는 방식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



최근 선관위에서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은 지역주의를 해소하고 표의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구를 개정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청년정치인들의 국회입성이 더 유리해질까?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비례대표의 증원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국회의원 총수를 유지한 상태에서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식은 동의하지 않는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혁신이라고 주장한다. 일단 총원 수가 늘어나야 사회적 약자도 참여할 수 있는 폭이 늘어난다. 지금의 200대 100의 구조로 가면,나 같은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더 못한다.


비례대표의 숫자는 늘려야 하지만 지역에서의 차점자를 살려주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뀐다면, 공고한 조직표를 가진 사람만이 다시 국회로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명부식 비례대표를 유지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층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돼야 한다.


이것보다 더 필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제도 자체가 대통령제에서 내각제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20석 미만의, 교섭단체가 아닌 소수정당은 아무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데, 제도를 바꿔 연정이 가능하게 하여 그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즉, 총체적으로 대한민국 선거구제도의 개편과 더불어서 권력의 방향성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하나만 바뀐다고 해서 보이는 건 개혁이 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3 "재선하는 것이 청년 정치의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다음 20대 총선에 지역구로 내려간다. 청년 정치가 자생적으로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고, 이것이 청년 정치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청년 문제만을 일생일대의 과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다고. 그는 어쩔 수 없이 동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미래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지금 해야 할 것은 하고 간다고 말했다.


다음 총선은 지역구인 전남 순천으로 내려간다. 호남은 야권성향의 지역이 아닌가. 그렇게 지역으로 내려가시면 청년의 상징성이 옅어지는 것은 아닐까.

지역구로 재선하는 것이 오히려 청년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청년 비례대표들의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정치인들이 "쟤들은 우리가 시혜적으로 베풀어주는 비례 한 번 해먹고 자생을 못 해, 성장을 못 해”라는 인식을 스스로 증명하게 되는 꼴이 된다. 그리고 청년은 45세가 지나면 법적으로 청년이 아니다. 그러니까 현재 청년 재선의원이 한 명도 없는데. 재선이어도 청년인 사람이 늘어야 한다. 그래야 청년위원회가 힘을 가지고, 당헌·당규를 바꾸는 당무위원회를 할 때도 말하는 발언력이 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즉, 나 같은 사람들이 지역구 의원으로 재선되어 돌아와야 청년정치가 강화된다.


ⓒ시사IN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 동안 해내고 싶은 것이 있나?

내가 청년 비례대표 1기이기 때문에 남은 임기 1년 동안은 제2기, 3기의 청년 비례대표가 국회뿐만 아니라 지자체선거, 시도의원선거를 통해 많이 양성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꿈꾸는 사람들을 키워내는 정당이 되도록 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그러고 싶어서 마지막 임기 1년은 청년위원장을 하고 싶었는데, 낙선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방향성만큼 다 해내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청년비례대표의 상징성이나 역할 그 범위 안에서 충실히 일 해보도록 하겠다.


더 길게 봤을 때, 추후의 정치인으로서의 전망은?

청년의 문제만은 내 일생일대의 과업으로 삼고 싶은 것은 아니다. 정치를 쭉 해오다 보면 동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은 30대니까 30대들과 함께 삶을 공유하는 것이고. 나이가 50이 됐는데도 20대의 이야기만 하고 있으면 그건 당사자의 정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50대가 됐을 때 해야 할 역할은 20대의 목소리를 직접 대변할 사람들을 빨리 키워내고 양성해서 당사자의 몫으로 만들어 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글. 정리/ 아나오란(wodbstm@naver.com). 릴리슈슈.

인터뷰/ 풍뎅이. 아나오란

녹취/ 풍뎅이.

[다시, 안녕?] 기획/ 릴리슈슈. 콘파냐. 피오나. 아나오란. 풍뎅이. 박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