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 기온이 연일 20℃를 넘고 있다. 이쯤 되면 여름이라고 할 법 하지만 저녁에는 제법 쌀쌀하다. 사람들의 옷차림에는 봄과 여름이 모두 있다. 얇은 코트를 걸친 사람들도 있는 반면 반소매의 티셔츠나 바지도 제법 눈에 띈다. 나무도 옷을 갈아입었다. 벚꽃과 목련을 피워내던 나무는 어느새 싱그러운 연둣빛 잎사귀를 뽐낸다. 봄과 여름 사이에 돋아나는 나뭇잎의 산뜻함과 어울리는 인디밴드, 그린망고를 만났다.


왼쪽부터 초은, 진경, 영우

#풋열매 #풋풋함 #새내기_같은


그린망고는 보컬 진경과 건반을 담당한 초은, 기타리스트 영우로 이루어진 3인조 팀이다. 2014년 9월 첫 싱글앨범 ‘하루하루’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네 번째 싱글앨범 ‘사랑이란 거’가 발매됐다. ‘그린망고’는 아직 덜 익어서 초록색인 풋열매 상태의 망고를 말하는데, 팀의 이름과 음악이 잘 어울린다. 디즈니 주제가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맑고 청아한 보컬과 발랄하고 통통 튀는 건반 사운드, 그리고 곡 전체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영우의 기타가 어우러진 그린망고의 음악은 싱그럽고 풋풋하다. 이들에게 풋풋함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린망고의 첫 번째 싱글앨범 '하루하루'


‘그린망고’의 뜻은?

영우 : 실제로 그린망고라는 과일이 있어요. 겉은 녹색이고 까면 속은 노란데, 여러 가지 맛이 있어요. 또 말랑말랑한 것도 있고 딱딱한 것도 있고, 완전 복불복이죠. 처음에는 그린망고처럼 저희가 팀 안에서 다양한 색깔을 내겠다는 뜻으로 얘기했었어요. 그런데 설명하기가 너무 길어서 ‘풋풋한 사랑을 노래하는 그린망고’라고 말씀 드리고 있어요. 저희 음악 들으면 풋풋한 느낌이 많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소개하면 풋풋한 느낌으로만 노래해야 할 것 같아서 답답할 것 같은데?

영우 : 주변에 음악 하는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팀 색깔을 정해서 하는 것보다 하다보면 주변에서 말해주는 팀의 이미지가 있다고. 저희가 의도한 게 아닌데 주변에서 풋풋한 느낌이라고 해주시는 걸 보니, 그게 저희 팀의 색깔이 아닌가 싶어서 이질감은 별로 없어요.


20대의 풋풋한 느낌이 곡에 잘 녹아있는 것 같다. 실제 사연으로 작사를 하나.

영우 : 다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자작곡이예요. 저희가 다 20대라서 아직 풋풋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30대나 40대도 나름의 풋풋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풋풋하다는 느낌을 꼭 청소년 시기나, 20대의 느낌으로 한정짓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진경 : 안 그래도 저희가 이름을 지어놨는데, 자꾸 ‘우리가 20대 넘어가서도 그린망고라는 이름을 쓸 수 있을까?’라고 하는 거예요. 30대로 가면 이름 바꾸자고 그랬는데, 저는 싫다고 했어요.(웃음) 하다보면 저희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도 함께 나이가 들 테니 괜찮지 않을까요?



#열정 #모범생 #풋풋하다고_풋내기는_아니야


그린망고의 풋풋함은 열정만 앞서는 풋내기의 모습이 아니다. 인터뷰에 임하는 모습도, 음악을 생각하는 자세도 조심스럽고 겸손했다. 멤버 모두 실용음악과 출신으로 적지 않은 시간동안 음악을 공부해 왔지만, 차근차근 더 실력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차분함 속에는 열정이 있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한 노력과 간절함이 느껴졌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린망고 어땠어?”라고 묻는 동료의 질문에, 기자는 “인디밴드계의 모범생이야”라고 답했다.


영향을 받은 뮤지션이 있다면?

영우 : 윤도현밴드 베이스 박태희 교수님.(사실 다른 선생님들도 너무 많아서 일일이 말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박태희 교수님 수업을 들으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많이 배우고 영감도 얻었던 것 같아요. 영향 받은 뮤지션도 너무 많죠. 음악의 느낌은 J레빗, 가사 쪽은 커피소년. 연주는 팻 마티노랑 조지 밴슨 좋아해요. 음악을 들을 때 뮤지션 자체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팀의 느낌이 있잖아요. 특히 밴드 음악은 그런 팀의 느낌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진경 : 저는 가수 린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노래를 너무 잘하는데 목소리 스타일이 저랑 달라요. 아이유나 제이레빗 같이 예쁘고 맑은 소리를 듣는 것도 좋아하지만, 저랑 좀 반대되는 성향의 보컬이 부러웠어요. 그래서 많이 찾아 듣고 공부도 많이 했는데, 목소리 뿐만 아니라 작사랑 작곡이 정말 좋은 거예요. 특히 ‘사랑했잖아’라는 곡이 린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 음악에 내 얘기, 경험담이나 마음을 곡에 담아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어떤 음악 듣고 있나.

초은 : 제이미 컬럼이나 다이아나 크롤. 싱어송라이터처럼 노래하면서 피아노치는 분들인데 요즘 많이 듣고 있어요. 옛날에 입시 준비할 때쯤 많이 듣던 곡들이예요. GOD 노래도 다시 듣고 있어요.

진경 : 요즘 랩이 멋있더라고요. 언프리티 랩스타 보지는 않았는데, 그거 때문에 여자 랩퍼 분들이 많이 회자되잖아요. 옛날부터 힙합이나 랩 파트가 멋져 보였는데, 들으면서는 그냥 ‘음악 좋다’, ‘멋있다’는 생각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요즘 다시 들으니까 랩에서 가사를 전달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예요. 예를 들면 강조하고 싶은 단어에 악센트를 강하게 하는 거요. 마치 대사를 하는 것처럼 표현하는 게 신기해서 랩 많이 듣고 있어요. 최근에는 슈프림팀 음악.

 

가요는 많이 안 듣는 편인가.

진경 : 가요는 일부러 찾아 듣고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은 어떤 음악인지 보고 좋은 가사 쓰고 싶어요. 가요 차트 보면서 찾아 들어요.

영우 : 저도 옛날 명곡을 듣고 있어요. 특히 조성모 투헤븐. 왜 그 당시에 1위를 했는지 이해가 돼요. 요즘은 1위가 확확 바뀌지만 옛날에는 1위가 오래 갔잖아요. 어떻게 사람들이 질리지 않고 4주, 5주를 들을 수 있었는지 곡들을 들어보면 이해가 가요.


그린망고 음악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영우 : 다 똑같지 않나?

초은, 진경 : 잠수이별!

진경 : 작년 여름 쯤 합주를 하려고 모였는데 그 날은 연습하기가 참 싫은 날이었어요. 그래서 ‘그럼 오늘은 합주를 하지 말고, 팀에 대해 더 고민하자’하고 카페에 가서 얘기를 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곡을 써야겠다고, 가벼운 마음으로 공책을 펴서 장난처럼 가사를 썼어요. 그런데 영우오빠가 그걸 가지고 곡을 만들어 왔더라고요. 다른 곡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개인적으로 쓴 곡이었다면, 잠수이별은 같이 같은 공간에서 고민해서 나온 곡이라서 그게 젤 애착이 가요.

영우 : 다른 곡들은 개인이 어느 정도 곡을 완성해오면 나머지 미완성인 부분을 같이 채워나가는데, 이 곡은 완전히 무(無)의 상태에서 시작해서 완성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한 거예요. 만드는 과정에서도 정말 ‘잘’ 만들었고, 우리 색깔도 잘 묻어나고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새로운 장르가 있나.

초은 : 일렉트로닉이나 힙합 곡 만들고 싶어요.

진경 : 저는 댄스곡이요.

영우 : 진짜? 춤 추면서?

진경 : 아니 곡을 쓰고 싶어. 옛날에는 댄스곡을 가볍게만 들었는데, 잘 듣다 보면 멜로디나 라인이 좋아요. 저도 작곡이나 컴퓨터 음악을 공부 더 해서 기발한 댄스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영우 : 저는 지금도 다양하게 하고 있어서 큰 욕심은 없어요. 곡을 쓴다면 발라드를 대곡처럼 쓰고 싶어요. 여러 장르를 하는데 다양하게 섭렵하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를 한다고 했는데,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장르가 있는지?

영우 : 안나 케이라는 재즈 보컬리스트가 있는데, 그 사람은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할 때도 있고 피아노 치면서 노래하기도 해요. 이 사람은 자신이 보컬이기 때문에 장르라는 건 그 곡에 맞게 표현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는데, 공감해요. 저라는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장르를 제시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그 곡이나 팀에 어울리는 느낌을 잘 살려주는 게 음악하는 사람이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고민 #해결책 #행복


그린망고의 음악은 듣는 사람의 기분을 밝게 만들어 준다. ‘잠수이별’이라는 슬프고도 화나는 상황까지도 신나고 발랄하게 표현하니 이들은 과연 어떤 고민을 할지 궁금했다. 힘든 점도 많지만, 음악의 길을 가겠다고 생각했을 때의 초심을 생각하면 그린망고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이 소중하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졸업하고 음악을 계속 하고 있는데, 안정적인 생활에 대한 고민이 있나.

진경 :  팀 활동 말고는 고등학생들 입시 지도를 하거나 코러스 세션을 해요. 엄청 바쁠 때는 수입 걱정 없을 만큼 풍족한데 아닐 때는 너무 한가하니까 걱정이 있죠. 또 졸업하고 나니까 미래에까지 음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지금 당장 제가 걱정한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어요. 다른 일에 이만큼 흥미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일단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초은 : 가끔은 주변 친구들 보면서 안정적인 직업이 부럽기도 해요. 그런데 역으로 그런 친구들이 저희를 부러워할 때도 많아요. 수입은 일정치 않더라도 제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게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해요. 제가 또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요리와 음악을 접목시키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제 사업 아이템.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으로서 힘든 점이 있나.

영우 : 요즘 음반 내는 게 쉬워졌다고 해도, 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많은 노력이 들어가고 쉬운 일만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어디를 가든 메이져가 아닌 뮤지션에게는 무료로 공연해주기를 원해요. 그러면 또 그런 뮤지션들은 홍보를 한 번이라도 더 해야 하는 입장이니까 그냥 공연을 해주고. 그런 시스템 자체가 좀 아쉽죠. 음악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돈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것 같아요. 


미발표곡 'All your dreams'


그럼 음악을 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는?

진경 :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때요. 음악을 한다는 건 자기가 연주를 하거나 노래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전공자로서 어디 가서 레슨을 하거나 코러스를 할 때는 사실 제가 ‘음악을 한다’는 생각이 안 들고, 일로 느껴질 때가 많아요. 아무리 무대가 작고, 관객 규모가 작아도 제 음악을 할 때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초은 : 저도 똑같은데, 저희 팀 노래를 사람들이 듣고 좋아해줬을 때가 가장 보람돼요. 그럴 때가 가장 음악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들 지금 20대 중반 즈음에 있는데, 20대를 지나온 소감은?

영우 : 많은 사람들이랑 부대끼면서 즐겁게 음악했을 때도 있었고, 비 쫄딱 맞으면서 최악의 공연 했을 때도 있었어요. 정말 잘했을 때도 있었고, 정말 못했을 때도 있었어요. 돈을 많이 벌어본 적도 있고, 돈 때문에 하루하루가 힘들었던 적도 있어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초은 : 저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까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느끼는 것보다는 남들이 실패한 저를 봤을 때의 시선을 감당하기 힘들었어요. 학교 열심히 다니고 주어진 걸 열심히 하긴 했는데, 다양한 걸 못해본 게 아쉬워요. 앞으로 새로운 것들을 많이 해보고, 배우고 싶은 것들 더 배워보고 여행도 많이 다니려고 해요. 그러다보면 제 음악도 더 폭넓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 그린망고 페이스북


팬들과는 교류가 많이 있는 편인지?

진경 : 유일한 소통로는 페이스북이예요. 많이 하려고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올리면 ‘누군가 봐주겠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요즘은 공유도 일부러 하려고 하고 영상도 많이 올리려고 해요. 공연하고나면 “이 노래 앨범 언제 나오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고, 페이스북으로 공연 시간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어요. 댓글로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댓글 하나하나 달릴 때마다, 좋아요 수 올라갈 때마다 좋아서 확인하곤 해요. 더 소통이 늘겠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진경 : 많이 사랑해주세요.

영우 : 이 인터뷰에 저희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그린망고 기억해주시고 생각날 때 음악 들어봐 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