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이슈팀의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 텍스트를 소개하려합니다. 공부합시다!


올해도 대학가는 끝없는 성추문 사건으로 바람 잘 날 없었다. 서울대, 성균관대 등의 대학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교수들의 성추행, 성희롱 사건이 잇따라 불거졌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이 갑을 관계인 교수와 제자 사이에서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국민대 단톡방 언어 성폭력 사건에서부터 서강대 OT 성희롱 논란에 이르기까지 학내 구성원들 간의 성추행 문제 또한 제기되었다. <서강대 경영대학 신입생 OT, 성희롱 문구 붙여 논란>(고함 20 by 이매진) 기사에 따르면 서강대 경영대 학생회 측은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신입생 OT 이전 각 섹션 회장단이 성평등 교양을 이수하고, 교외 OT 교양에도 참석했으나 체계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성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대학의 성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번 청년연구소에서는 <대학생의 성희롱 및 성평등 인식 수준 및 영향 요인> (이영란·김경미·최소은, 지역사회간호학회지 24권 게재) 논문을 다룬다. 연구자들은 대한민국 소재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및 성평등 인식을 측정하는 설문지를 통해 응답을 수집하고 분석했다. 본 논문에서는 성희롱 및 성평등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성별, 지역, 군입대 경험, 전공, 학년, 이성교제 경험, 성표현물 접촉경험 등을 선택하여 분석하였다. 그러나 고함 20의 청년연구소에서는 연구 논문을 통해 대학생의 성희롱 인식 실태와 성교육의 필요성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친하면 그럴 수도 있지, 그게 성희롱이라고?”


우선 성희롱은 엄연한 정신적 폭력이다. 본 연구에서 학생들은 성희롱을 당하면 수치심, 당혹스러움, 자존심손상, 대인관계 어려움, 사회활동 위축 등의 부정적인 느낌이 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사회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렇듯, 피해 사실에 대해 피해자는 적극적으로 항의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아직 성희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기에 이르지 못한 듯하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성희롱은 개인의 특수한 경험이거나 참으면 되는 사소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의 상처를 주는 학내 성폭력 상담센터>(고함 20 by 소소한) 기사를 보자. 이 기사에서는 학내의 성범죄에 대처하는 성폭력 상담 센터의 안일한 태도가 논란이 되었다. 대학 동아리 선배로부터 지속적인 언어 성희롱을 당한 여학생은 학내 성폭력 상담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센터는 성희롱을 개인 간의 발생할 수 있는 단순한 ‘성적 농담’으로 치부하면서 사건을 유야무야 처리하려고 했다. 피해자는 센터를 방문하고 공문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지만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기는커녕 피해자를 ‘유난 떤다’는 식으로 대하는 센터의 태도는 피해자에게 두 번 상처를 주었다. 대학의 성범죄에 적절히 대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상담기관의 이러한 태도는 성희롱이라는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성희롱에 대한 미비한 사회적 인식은 ‘성희롱’에 대한 응답자들의 설문 결과에서도 그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성희롱의 피해자가 주로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 생각하는 지에 대한 질문에 ‘뭐라고 꼬집어서 항의하기 힘들어서 알고도 그냥 참는다’로 응답한 경우가 794명(63.8%)으로 가장 많았고, 성희롱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적극적인 대응을 할 때 가해자가 어떠한 행동을 하리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행동을 중지한다’로 응답한 경우가 391명(31.4%)으로 가장 많았다. 성희롱에 대하여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불이익이나 보복을 당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인간관계가 껄끄러워 질까봐서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순으로 응답하였다. 성희롱을 당해도 피해자들이 보복을 두려워하거나 대인 관계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선뜻 항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의 연구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을 고려할 때, 대학생들 또한 성희롱에 대한 우리사회의 잘못된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서 성희롱과 성평등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중요 요인 중 하나가 ‘교육’이었다는 점을 볼 때, 대학생들의 이러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교육’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성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한국일보 : "性추문 막자" 캠퍼스는 열공중                    



대학 성교육의 실태는?


논문의 연구의 따르면 성희롱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학생은 88.1%로 응답 학생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성희롱교육을 받은 학생과 받지 않은 학생 간에 성희롱 인식 정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또한, 성희롱 교육을 받은 학생들 중에서 최초의 성희롱 관련 교육과 대학 입학 후 받은 성희롱 교육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 학생은 각각 31.2 %와 28.9% 로 나타나 많은 학생들이 성희롱 교육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었다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의 성희롱 인식도에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청소년기부터 대학 고등 교육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이루어져 온 성희롱 교육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었는지 의구심을 낳는다.


대다수의 대학은 성교육과 성범죄 예방 및 대처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양성평등센터, 성폭력 상담 센터와 같은 기관을 두고 있다. 연구자들이 인용한 Park, Ha와 Kim (2007)의 보고에 의하면 국내 대학들의 대다수가 이 기관을 통해 연 1회 이상의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의 참여율은 교수나 직원보다 월등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본 연구에서도 학생들이 대학에서 성희롱 관련 교육을 받은 경우는 28.9%에 불과했다.(이 설문 조사 결과를 얘기했을 때, 대부분의 대학생은 28.9%라는 결과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우리가 대학 와서 언제 그런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어?’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는 성교육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교육 프로그램도 단발성 행사에 그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고려할 때, 연구자들은 좀 더 다양한 교육 매체 개발이 필요하며 특히, 역동적이고 급속히 변화하는 대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내용의 변화가 있는 성희롱,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은 ‘이미 알 거 다 아는 우리에게 성교육이 도대체 왜 필요해?’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성희롱 인식과 성평등 인식 간의 양의 상관관계가 있으며, ‘지속적인’ 성교육을 받은 학생일수록 성희롱 인식도 높다고 밝혔다. 이는 교육이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이다. 대학가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성희롱 사건을 볼 때, 성교육은 청소년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청년에게도 ‘여전히’ 필요한 것이다. ‘성희롱’이라는 범죄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묻기 이전에, 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점차 바꾸어 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 교육이기 때문이다. 



글/베르다드(qwerty925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