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후, 올림픽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의 기념촬영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태극기를 뒤집어 들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그러자 인터넷의 ‘안티MB세력’ 들은 즉각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나라 망신 다 시킨다” “오사카 출신이니 위 아래 구분없는 일본 국기나 드는게 어울린다.” 등의 원색적인 비난과 조롱을 퍼붓기 시작했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태극기를 거꾸로 들고 응원한 일로 구설수에 올랐음을 감안할 때, 이번 일도 상당한 파문이 될 듯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태극기를 든 사람은 휠체어에 타고 있던 윤석용 한나라당 의원이었고, 윤석용 의원도 나중에 태극기가 거꾸로 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태극기를 바로잡고 다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이렇듯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안티MB 세력’들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굉장히 맹목적이라는 것과, 이젠 그들의 비난은 습관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다?


‘안티MB세력' 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싫어하는 이유는 결국 “그냥 싫다.”로 정리된다. 사회의 수많은 문제들이 전부 이명박 대통령, 또는 이명박 정부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우스운 상황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내지 비난이 아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외모비하 또는 출생지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음모론 등이 판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개인을 누가 더 재미있고 강하게 욕하는가를 경쟁하는데 에너지를 쏟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무조건 이명박 대통령이 하는 일은 싫다는 ‘안티MB세력’의 정체성은 ‘평창 올림픽 개최’에 대한 태도에서 잘 알 수 있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찬성할 일이고, 최문순 강원도 도지사나 이광재 전 강원도 지사가 평창 유치를 위해 힘쓰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숟가락 하나 얹으려는 행태가 보기 안 좋아서 올림픽 유치가 반갑지가 않다는 것이다. 국가적 이익 또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서 사안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좋은 일 시켜주는 것이냐, 아니냐가 더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등록금 문제의 본질을 이명박 정부의 공약 미이행으로 몰아갈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반값 등록금 시위’ 역시 등록금 문제를 단순히 이명박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는 형태를 띄고 있었다. 마치 반정부 시위인양 ‘MB Out' 'MB 제적’과 같은 글귀가 시위를 알리는 포스터에 버젓이 쓰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반값 등록금이 이명박 정부의 공약이었던만큼 정부가 고액 등록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등록금 문제는 거대사학과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 노동 구조등 여러 가지 문제가 혼재되어있는 경우였고 단순히 안티MB만 외친다고 해서 전부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모든 문제를 이명박 정부의 문제로 치환시키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MB OUT' 류의 구호는 구태의연해 보이기까지 하다.


 

구차한 방식의 MB때리기


친 자본, 친 재벌, 배타적 기독교, 개발 지상주의, 외교 사대주의, 반 인권, 반 노동자, 권위주의, 수직적 위계질서, 정치비리, 소통불가.......셀 수도 없이 많은 사회의 문제점을 모두 한명의 사람, 이명박 대통령에게 투영시키고 있다. MB라는 절대 악만 물리치면, 정권교체만 되면 세상이 유토피아가 될 듯 말하고 있는 것이 ‘안티MB세력’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안티MB세력’들은 이명박을 절대악으로 만드려고 꽤 노력하는 것 같다. 국민이 직접 민주적인 절차로 뽑아놓은 대통령에게 독재자라고 표현하고, 리비아 민주화 시위대에 폭격을 날리는 카다피와 이명박 대통령을 동일선상에 놓고 ‘똑같이 나쁜놈’ 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째서 군대를 동원해 국민을 학살하는 자와, 자신들이 마음껏 욕할 수 있는 사람을 ‘똑같이 나쁜놈’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음모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지아가 서태지에게 이혼소송을 한 사실이 밝혀진 날, 서울 고등법원에서 ‘BBK 수사팀이 김경준 씨를 회유했다’는 시사인 보도에 대해서 허위보도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자 ‘안티MB세력’들은 ‘서태지 이지아 사건’ 은 BBK 관련 재판을 덮으려는 이명박 대통령측의 수작이라고 규정지으면서 인터넷을 음모론의 바다로 만들어 버린다. 그런데 BBK 수사팀이 김경준 씨를 회유하려고 했던게 사실이라고 해도, 이명박 대통령이 BBK 주가조작범이라는 결과를 추론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었다. 이번 재판은 BBK 사건의 단편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티MB세력‘은 이것이 무조건적으로 MB가 대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하여 이런 기사를 시간 맞춰 터트린 것이며, 대중들이 MB의 수작을 모르고 ’서태지 이지아 사건‘만 주목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든 상황이 나빠졌다고 우기는 것도 문제다. 신자유주의 기조와 부익부빈익빈, 비싼 등록금, 노동 운동 외면, 과도한 시위 진압 등이 어디 이번 정권만의 문제란 말인가? 노무현 정부를 미화해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서민들과 노동자들이 체감하기로 두 정권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이명박 정부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여러 가지 정책이나 인권보장 정도만 논하더라도 이명박 정부는 충분히 비판받을 점이 많다. 구태여 음모론을 펼치면서까지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를 비난할 필요가 없다. 이명박 정부가 하는 일 중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견제해야 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단순히 이명박이 싫고 이명박을 욕하는 것이 좋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가쉽거리들이 난무하고, 네티즌들이 그것에 동요되면서 오히려 ‘안티MB’세력의 진정성이 떨어져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욕설을 하거나 음모론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할뿐더러 일반 대중의 반감만 키울 뿐이다. 

3년 이상 오로지 ‘안티MB'만 외쳤지만, 오히려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을 ’안티MB‘라는 구호에 묻어버리고, MB라는 하나의 상징에 너무 집착하고 몰두하게 되면서 우리가 신경쓰지 못한 부분이 많다. 등록금 문제에서 이야기가 나왔다 시피, 지금 한국의 모습은 절대로 정권교체가 된다고 해서 한 번에 달라지지 않는다.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는 여러 갈등과 사회문제들에 대해서 동시다발적인 논의가 지속되지 않는 이상, 정권이 바뀌어도 사회가 더 좋아질 것 같지 않다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이제는 시선을 돌려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을 단순히 욕하면서 배설하려는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은 ‘안티MB세력’들의 모습에서는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지난 3년간보다 생산적인 논의를 해야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훼손했던 가치들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는, 노무현 정부를 그리워하기 보다는, 이명박 정부 이후를 생각하는 것이 발전적이며 국민들도 원하는 바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뒤에 숨어있는 보다 ‘본질적인’ 권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그들에게 대항할 방법을 탐색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안티MB세력”이 ‘안티MB'라는 틀을 깨부수는 것만이 그들이 유의미한 세력으로 남을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