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요금 인상 논의가 지난 몇 년간 주춤하더니, 올해 들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7월 1일 광주 대구 대전 등의 광역시를 중심으로 지하철 및 버스 기본요금이 1200원으로 인상된 데 이어, ‘200원 인상 방안’이 수도권에서도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어나오면서 서민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교통요금 인상의 주된 원인은 운영 적자다. 그 뒤에는 운영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논리가 따라붙는다. 시민 모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아닌데 시민 모두가 내는 세금으로 대중교통 운영 적자를 메우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논리다. 일견 타당한 면이 있는 주장이지만 대중교통이 왜 대중교통이고, 공공재가 왜 공공재인지를 생각해보면, 일방적인 요금 인상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기엔 억울한 면이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은 공공재에 해당하는 재화다. 공공재는 정부재정에 의하여 공급되어 모든 개인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일컫는 말로, 개별 기업에 의하여 생산되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사유재(민간재)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시장의 힘을 믿는 자유주의 경제학에서도 공공재의 존재와 필요성에 대해서 인정하는데, 이는 공공재가 일반적으로 지니는 성질에서 기인한다.

특정 재화가 시장이 아닌 국가에 의해서 생산되게 되는 까닭은 그 재화를 시장에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공공재의 형태로 공급되어 온 재화인 대중교통, 도로망 등의 교통 기반 시설 및 전기, 수도, 가스 등의 생활 기반 시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러한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서 최초에 들여야 하는 초기 투자 고정 비용이 시장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재화들은 생산 단위가 클수록 비용 대비 편익이 커지는 성질(규모의 경제)을 가지고 있는데 초기 비용이 높아서 웬만큼 큰 규모로 생산하지 않고는 적자를 면할 수가 없다. 심지어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생산하더라도 흑자 상태에 있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여건상 해당 재화들은 자연스럽게 국가에 의해서 독점되어 온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drmullibusinessmanagement.wikispaces.com/Module+1.7




현재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사실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 수도권 전철의 경우 두 개의 공기업(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과 한 개의 사기업((주)서울메트로9호선)이 분할하여 운영하고 있고, 수도권 버스의 경우에도 수많은 버스회사가 노선을 분담하고 있다. 사기업들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해도, 대중교통이 공공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이는 대중교통회사들의 적자 손실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으로 보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공공재는 적자 상태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러한 적자 손실분에 대해서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공 재정을 투입하는 것 역시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재정이라는 것은 시장에서 일어나는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걸 기억한다면 말이다.

물론 국가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공공재가 적자를 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바로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가격을 흑자 수준에서 책정하면 되는 것이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20분 거리의 학교에 통학하던 사람이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단번에 지하철 대신에 자전거나 도보를 선택할 까닭은 별로 없기 때문에, 가격을 올려도 수요에 큰 변화가 생기지도 않는다.

이러한 가격 상승이라는 비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많은 국가에서 세금을 가지고 공공재 운영을 보조해온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공공재의 낮은 가격을 유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도나 전기, 가스 등의 가격이 낮은 상태라면 제조업에서의 원가가 하락하여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대중교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만한 가격적 유인을 만들어 줌으로써, 자동차 매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대한 비용 절감 효과라든지 교통 체증 감소 등의 부수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시민 모두가 이용하지도 않는 대중교통 적자를 시민 모두가 내는 세금으로 메우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의 여지가 생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시민도 대중교통 가격을 높이지 않음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항상 자동차를 이용하는 누군가는 교통 혼잡이 덜해지면서 차에서 버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시민 모두는 조금이라도 맑아진 공기를 향유하면서 생활할 수 있다.

이렇게 특정 경제 활동에서 해당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다른 주체에게 유리한 영향을 주는 현상을 경제학에서 ‘외부 효과’라는 적절한 용어로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대중교통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부자도 대중교통이라는 공공재로 인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논리에 물음표를 달고 나니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긴다.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되면 도대체 어떤 누가 이익을 볼 수 있냐는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들은 안 그래도 한 달에 10만원 가까이 지출하던 교통비가 더 늘어나 허리를 더 졸라야 할 것이다. 한 달에 2~3만원 늘어날 교통비마저도 감당이 안 되는 누군가는 자전거나 도보를 선택해야 해서 생활 반경에 지장을 받을지도 모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던 사람들에게도 딱히 이익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유인이 떨어져 대중교통 대신 자가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외부효과가 아닌 ‘외부 불경제’(외부 효과와 유사하나 경제 활동이 외부 주체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는 경우)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대중교통 요금이 올라간 만큼 세금이 줄어드느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서울시가 1년에 대중교통 적자 보전에 사용하고 있는 돈이 1조에 이른다고는 하지만 서울시 1년 전체 예산이 20조를 초과하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사실 5%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이다. 대중교통 적자 보전이 부담이 된다고 가계 경제에서 뜯어온 1조 원은 또 다른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시정 홍보를 목적으로 전광판과 광고판을 갈아치우는 홍보 사업이나 실질적 수익성도 없는 서해 뱃길 사업 같은 전시성 사업에 사용하려 하는 것인가? 그동안의 지방자치단체 행정을 보았을 때 전혀 가능성 없는 시나리오는 아닌 듯하다.

시민이 대중교통을 싸게 이용하는 것은 결코 고마워해야 할 일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되려 할 때마다 ‘안 그래도 교통비 많이 드는데 또 올리나요’라는 주장 뒤에 ‘어쩔 수 없지’라는 한탄이나 ‘무임승차하는 노인네들 때문이다’라는 엉뚱한 비난을 붙일 게 아니라, ‘그렇게 아낀 예산 어디에 쓰려고 하느냐’는 의심을 붙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