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20대의 시선 (1304)

너에게 술을 강제 선물한다. 거절은 거절한다

대학에 갓 들어온 신입생들이 처음 대면하는 사람은 대개 선배와 동기들이다. 앞으로 있을 대학 생활을 위해 신입생들은 선배와 동기간의 관계가 돈독해지길 원한다. 선배들 역시 낯섦과 설렘으로 가득 찬 신입생들을 위해 친하게 지낼 방법을 떠올린다. 그중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술자리이다. 이상훈의 '술의 사회학'에 따르면 한국 사회 속 친밀함은 술자리의 횟수와 술자리를 지속할 수 있는 시간에 비례한다고 한다. 선배와 동기들과 친해지고 싶은 신입생은 술자리의 횟수와 지속 가능한 시간을 늘리기 위해 술자리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술자리에 대한 거부감이 있더라도 술자리에 참여하지 않으면 친분 쌓기가 쉽지 않기에 거절 의사를 보이기 쉽지 않다. ⓒMBC '무한도전' 학과에 따라 “술 못 마셔도 괜찮아요”..

기다림만이 남아있는 곳, [D+100] '굴뚝'을 찾다

춥다. 날씨는 풀렸지만 쌍용차 평택공장의 날씨는 여전히 싸늘하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정욱, 이창근이 쌍용차 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 굴뚝 위로 올라간 것이 작년 12월 13일, 오늘(3월 22일)로 만 백일이 되었다. 그리고 11일, 상황 타개를 위해 김정욱이 내려왔다. 이제 굴뚝 위는 이창근 굴뚝인, 한 사람만이 지키고 있다. 지난 1월 14일. 쌍용차 마힌드라 회장이 평택공장을 찾아 해고자들의 복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어쩌면 7년간의 긴 싸움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후 6차례의 실무교섭에서 소득은 없었다. 여전히 제자리다. 고공농성은 분명 올라간 이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는 투쟁 방식으로 보인다. 소수의 인원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스..

고함당은 정계에 진입할 수 있을까?

지난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은 48%였다. 60대 이상의 투표율은 78%였다. 20대의 정치 참여율이 낮다는 이유로 한때 ‘20대 개새끼론’이 회자된 적이 있다. 의문이 들었다. 투표한다고 해도 20대의 세상은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20대가 더욱 냉소하는 것이 아닐까. 20대의 48%만큼이라도 현실 정치에 반영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물론 각 정당은 청년비례대표제를 시행했다. 그 결과 젊은 국회의원들이 배출됐다. 이들 중 대다수는 늙은 정당에 젊은 이미지만 빌려주는 얼굴마담에 가까웠다. 20대의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지나치게 낮은 최저임금, 갈수록 높아지는 취업 문턱, 열정 페이는 여전히 사회에 드리워진 그림자다. 그래서 청년세대의 독자적인 정당, 고..

선배에게 후배란?

지난 10일 서강대 페이스북 커뮤니티에는 한 사진이 올라왔다. 내용을 보지 않고 사진만 봤다면 "아이러브 유방", "작아도 만져방"이란 제목에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고함20에서는 지난 11일 ‘서강대 경영대학 신입생 OT, 성희롱 문구 붙여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지난 25일 서강대 경영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하 OT)에서 방 이름을 성희롱 표현으로 정했다. 게다가 후배에게 섹시 댄스를 추게 하거나 “라면 먹고 갈래?”라는 멘트를 시키는 등 방칙을 통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을 요구했다. 선배들은 OT에서 어색하게 있을 15학번을 위해 ‘방칙’을 만들었다. 방칙의 수행을 통해서 친해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민망한’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이런..

모두에게 무서운 김영란법이 돼야 한다

김영란법이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만연한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중요한 물줄기라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하지만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한 지 삼 일만인 지난 3월 3일, 법은 졸속으로 입법 처리됐다. 문제점들에 대한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법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법이 통과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 대표들은 법의 수정할 필요성을 제기했고 대한변호사협회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 SBS 정치권의 여전한 '논란의 불씨', 국민들의 압도적인 '김영란법 찬성'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점은 현행법과의 충돌이다.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하여 헌법이 규정한 '법의 명확성'의 원칙을 충족하지 않으며, 이는 검찰의 자의적 판단 개입이 높아질 수..

성 평등은 이미 이루어졌다. ‘말로만’

지난 3월 8일은 올해로 107주년을 맞은 세계 여성의 날로 광화문뿐만 아니라 거리 곳곳에서는 여성들의 권익 신장과 양성평등을 위한 행사가 개최되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하여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정되었고, 그 이후 꾸준히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도 1985년부터 시민단체들이 참여하여 여성의 권익 향상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3월 8일 여성의 날, 광화문 광장 세계 여성의 날이 오늘날까지 꾸준히 이어져 온 것은 세계의 여성 노동자들이 아직 노동환경 불안과 사회 구조적 성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의미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는 이를 향해 “사법고시뿐만 아니라 사회 조직 곳곳에서 많은 여성이 ..

군 복학이 무슨 죄야?

가르치려는 권위적인 말투, 웃기기는커녕 기분만 나쁜 야한 농담, 촌스러운 옷차림에 “내가 신입생 때는 이런 일은 상상도 못 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있다. 자신감 있는 말투, 듬직한 모습과 노련한 사회생활, 책임감과 통솔력을 겸비하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역시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해”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있다. 상반된 성격의 이 두 사람은 모두 군 복학생이다. 꼰대 호색한 군 복학생과 철든 군 복학생은 미디어와 사람들이 생산하는 군 복학생에 대한 이중적인 모습이다. 우리는 그들을 조롱하면서도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두 시선 속에 존재하는 전제, 사회화 꼰대 호색한 군 복학생과 철든 군 복학생 묘사의 기본 전제는 '사람은 문화의 영향을 받아 문화 규범을 내면화하고 그 규범대..

말인지 막걸리인지, 알바하기 싫으면 취업하라고?

최저 시급 인상을 위한 변론 평일 런치타임에 맥도날드를 방문한 적이 있다. 길게 줄 서 있는 손님들의 주문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전달하는 크루의 이마에 땀과 잔머리가 엉겨 붙어 있었다. 주방에서는 다른 크루들이 햄버거를 분주하게 만들고 있었다. 작업대의 열기와 매장 내의 소란스러움으로 어수선한 맥도날드에서 크루의 유능함이 돋보였다. 이들의 시급은 얼마일까. 2015년 기준으로 최저 시급인 5,580원을 받는다. 계약 기간 1년 동안 시급은 제자리다. 꺾기 노동(강제 조퇴시키거나 늦게 출근하게 해 시급을 깎는 행위)도 비일비재하다. 알바노조는 부당한 관행을 없애고자 했고 맥도날드와의 대화를 시도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침묵이었다. 지난 7일 알바노조가 맥도날드 신촌점을 점거하게 된 이유다. 맥도날드의 묵묵부답에..

당신도 페미니스트일지 모른다

“당신은 페미니스트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당신의 답은 무엇인가. 쉽게 YES를 외치는 이는 몇 없을 것이다. 세상의 불평등과 차별을 이야기하던 이들조차 “당신은 페미니스트냐”는 물음에 손사래를 치며 부인하기 일쑤다. 페미니스트의 사전적 정의는 '여권 신장 또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람'이다. 즉, 성에 따른 차별에 반대하는 성평등주의자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말은 “나는 성에 따른 차별을 묵인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페미니즘이라는 용어에 사전적 정의와 다른, 부정적인 사회적 함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 착한 페미니즘과 나쁜 페미니즘? 최근 트위터에서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달기 운동이 벌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