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에 석양이 깔린다. 멀리서 말발굽의 다그닥거리는 소리에 맞추어 기타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커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멀쑥한 백인 카우보이의 얼굴이 아니다. 꾀죄죄한 한복을 입은 고통 받는 백성, ‘군도’의 모습이 화면을 채우고 있다. 영화 ‘군도’는 이렇게 서부영화처럼 시작한다. 하지만 주제와 구성방식은 서부영화가 아닌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에 가깝다.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는 이탈리아식 서부영화라는 뜻으로, 미국 서부영화에 대한 반발심으로 탄생했다. 서부영화에서는 백인 카우보이가 완벽한 악당을 처결한다. 뚜렷한 선인인 백인과 완벽한 악인인 유색인종과의 대립을 통해 백인 영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와 달리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에서는 유색인종이 주로 주인공이다. 그렇다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