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등록금 문제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민생 현안 중 하나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살림에, 대학 교육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버린 상황에서 해마다 오르는 등록금에 대한 부담은 이제 일부 계층이 아니라 전 가정의 잠재적 위험요소로 자리 잡았다.

( 단위 % )

* 출처 : 통계청,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도시, 2인 이상)
* 최민선,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자료

통계자료에서 볼 수 있듯 지난 20년간 한국 대학의 등록금은 대체로 소득증가분을 크게 앞서며 증가해왔다.

높은 등록금에 대한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사안이 아니다. 지난 해 영국에서는 정부가 대학등록금을 최대 3배까지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계획을 발표하자 학생들이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시위했지만, 2011년 6월, 결국 등록금 인상 법안은 통과되었고 이에 따라 영국 대학의 절반 이상이 2012년도 등록금을 3배 정도 인상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등록금액은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2위이지만 장학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는 미국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등록금 부담이 단연 1위라 할 수 있다.

대학등록금이 오르는 데는 적립금이 큰 작용을 한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8월부터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통한 사립대학의 적립금 회계 공개가 의무화되면서 대학이 등록금을 적립금으로 전환한 규모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지만, 대학알리미의 회계 자료는 해당 명목에 쓰인 액수만이 단순 공개될 뿐, 세부적 사용 내역과 지출에 대한 당위성을 알아낼 수 없어 지금껏 대학이 “자세한 사항은 영업상의 비밀이므로 밝히기 곤란하다.”라는 입장으로 일관하던 전행을 떠올려보면 등록금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은 못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현실에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대학생의 시위는 그칠 줄 모르고, 반값 등록금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에서 맹렬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때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 확보를 근거로 ‘책임감 없는 포퓰리즘’ 공방이 뜨거웠지만 현재 여당 내부에서도 국민정서를 의식해 등록금을 인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러나 냉정히 평가하자면, 근시일 내에 등록금 문제가 원하는 수준만큼의 진전을 거두진 못할 것이다. 대학 등록금은 제 아무리 특단의 조치를 취한들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정부 보조 반값 등록금’을 살펴보자. ‘반값 등록금은 절대 반값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정부 지원은 결국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이므로 등록금액 자체가 감면되지 않으면 어떻게든 같은 무게의 부담이 지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대학생이 없는 가정까지 애꿎은 징세를 받는다면 그것은 또 다른 부조리가 아닌가. 그렇다고 대학이 자발적으로 등록금을 낮추겠는가. 이는 더더욱 택도 없는 소리일 것이다. 국내 대학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립재단은 교육이라는 공익성을 갖고 있지만 그들의 행태를 보면 결코 공공선을 따른다고 보기 어렵다. 잊었는가. 결국 사립대학은 영역이 교육일 뿐인 사업체라는 것을. 이미 엄청난 수준으로 올라버린 등록금을 낮춘다는 것은 대학이 살림살이를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불어난 살림살이를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무엇보다 대학 측이 그것을 용인할 리가 없다. 이처럼 등록금 문제는 엄청난 출혈이나 극약처방을 하지 않는 이상, 설사 그리한다 해도 해결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의심케 할 정도로 복잡한 대학·정부·국민 간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그럼 대학생이 할 수 있는 건 없냐고? 만약 등록금 인하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라면 대답은 ‘없다’이다. 그저 탐욕적이고 무능한 기득권층을 닦달하며 시위하는 것 밖에는 대학생이 현실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허나 앞서 영국의 예에서 보았듯 학생들의 절박한 그 목소리조차도 소리 없는 아우성, 기약 없는 염원으로만 그치고 있다. 그러니 좀 더 영악해져서 해답의 범위를 넓히자. 이름하야 ‘등록금 환급 작전’. 즉, 어차피 낸 등록금, 돌려받을 방법도(장학금 제외), 내려준다는 보장도 없는데 마냥 아까워할 바에야 알차게 뽑아먹자는 것이다. 피 같은 학생 돈으로 부유해진 대학, 이제는 우리도 그들에게 바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 단물을 빼먹자!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는 이유, 그들이 말하길 ‘교육 서비스의 향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쨌건 그 옛날, 부모님 세대가 재학하던 시절보다 확실히 서비스는 다양해졌으니 이것으로 위안을 삼아 지금부터 부지런히 등록금 환급 계획을 세워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