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제도란??


과부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올해 ‘입학사정관 제도’가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다. 포항공대에서 처음 들여 온 이 제도는 'admissions officer'라고 불리는 입학사정관에 의해 획일화된 기준이 아닌 다각적인 평가를 통해 각 대학 특성에 맞는 잠재력 있는 학생을 뽑는 것이 목적이다. 즉 대학과 고교 간 연계, 전형 요소의 다양화를 통해 발굴 중심의 대입 제도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이 목표는 ‘입학사정관 제도’를 정의한 안내서에 잘 나와 있다.


“대학별로 학생부의 교과·비교과, 자기소개서, 추천서, 논술, 면접 등의 전형요소를 다양하게 적용하며, 기존의 대입전형과 달리 소질과 적성, 잠재력, 발전가능성 등을 비중 있게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학교생활의 충실도와 장래에 대한 계획 및 열정, 인성, 주변여건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평가하게 된다. 더불어 대학들도 설립이념이나 인재상, 모집단위 특성에 맞는 인재를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게 된다.”    - 입학사정관 제도 팜플렛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입학한 불우하지만 잠재성이 큰 학생의 감동적인 사연이 보도되면서 입학사정관 제도를 지지하는 사람은 늘어났다. 한편으로 볼 때, 입학사정관 제도가 공부만 잘 하는 학생이 아니라 잠재력 있고 한 분야에 관심과 성취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6차 교육과정에서 한 가지만 잘 하면 대학을 갈 수 있다고 말한 ‘이해찬 세대’와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입학사정관 제도는 수능과 내신 등 現 대입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일까?

입학사정관 제도의 가장 큰 목적인 잠재력 있는 학생의 선발은 사실 매우 이상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사교육이 필요 없어지고 부유하지 않은 학생들도 잠재력만 증명할 수 있다면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이다.



돈이 있어야 준비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입학사정관제에 필요한 대외활동과 특기 등을 키우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여유와 부모의 지원이 필수이다.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학원을 통해 자기개발을 꾀한다. 한자, 수영, 피아노부터 시작해서 토론, 논리, 독서 등 까지도 학원에서 다루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가 발표되자 강남에서 독서일기 만들기 학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현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처럼 대외 활동이 더욱 부모에의 의존도를 높이고, 돈이 많을수록 대외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늘어난다. 결국 부익부 빈익빈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학부모들의 우려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하키맘’이라는 것이 있다. 명문 학교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SAT 성적 뿐만 아니라 운동과 악기를 하나씩은 해야 하고 봉사활동 등 대외활동도 해야 하기 때문에 자녀들을 등교부터 각 활동지까지 매번 데려다 주고 데려오며 스케줄을 관리하는 엄마들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미국의 교육제도라고 덮어두고 신봉하며 가져올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제도가 미국에서 끼친 영향과 비효율성을 모두 감안하여 발전시켜 도입하는 것이 맞다. 몇 년 후에 한국식 ‘태권도맘’이 생길 지는 모르는 일이다. 아니 요즘으로 봐서는 ‘피겨맘’이 생길 듯 하다.



"무슨 기준으로 내 자식을 떨어뜨리는 겁니까?!!!!"


입학사정관 양성제도 또한 문제이다. 입학사정관 제도가 예전부터 논의되고 추진되어 온 사업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도입되면서 입학사정관을 전문으로 하는 인재가 아니라 각계각층의 사람들 중에 임시방책으로 모셔와 쓰는 경우가 많다. 교과부는 이에 따라 입학사정관 양성제도를 새로 도입하여 입학사정관 육성에 힘을 쏟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과연 입학사정관을 일괄적으로 5개 대학에서 양성한다고 해서 객관적이고 훌륭한 입학사정관을 뽑을 수 있는 것일까? 오히려 입학사정관들 또한 획일화되어 획일화된 기준으로 학생들을 바라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545458 입학사정관 양성제도 불신


미국에서 처음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될 당시 유태인의 대입 비율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분명 미국에서 시행되는 입학사정관제도는 가난한 흑인 여학생이 하버드대에 입학할 수 있는 사례처럼 긍정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사립대학의 자기 입맛대로의 학생 선발에 악용되는 점도 많다. 동문 자녀나 명문가 자녀를 뽑아 상류사회의 일원으로 공고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도 입학사정관제의 폐해라고 지적된다.



미국 드라마 ‘가십걸(gossip girl)’에 유명 디자이너의 자녀인 명문가 태생 ‘블레어’는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해 예일대에 입학하려 한다. 상류사회의 파티를 주관하고 각종 봉사활동이나 대외활동을 꾸준하게 준비한다. 이 드라마에 나온 주인공은 결국 중대한 실수로 인해 예일대에 가지 못하게 되지만, 미국 내에서 이런 일들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고, 이 문제가 부각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대니얼 골든(Daniel Goldon) 기자가 쓴 ‘뒷문으로 가는 아이들’이라는 기사를 보면 미국의 대입 제도의 불합리한 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 대니얼 골든은 이 기사로 2004년 퓰리처 상을 받기도 했는데, 그가 한 타임지와 한 인터뷰에 보면 입학사정관제도와 같이 주관적인 입학제도가 불평등한 구조를 나을 수 있다고 언급한다.


“If the parent pledges enough money or is a big enough celebrity or powerful enough alumnus, the break can amount to 300 SAT points out of 1,600. which is as much or more than a typocal affirmative-action preference would be."

“부모가 거액을 약속하거나 유명 인사, 또는 영향력 있는 동문일 경우 특혜는 SAT 시험 1600점 만점에서 300점에 이를 수 있는데 이는 소수계 우대정책에서 가산점으로 받는 수준이거나 그보다 더 높은 정도입니다.”   -대니얼 골든의 인터뷰 중

http://www.pulitzer.org/works/2004-Beat-Reporting Daniel goldon의 ‘뒷문으로 가는 아이들’ 관련 기사들


이 문제는 우리나라 대학의 3불(不)제도와 연결되어 생각할 수 있다. 3불제도는 본고사와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입학사정관 제도나 고교 혁신 사업 등을 통해 3불 제도가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선발된 학생들은 각 학교의 기준에 맞게 주관적이고 개별적으로 선정된 학생이므로 기여 입학을 한 것인지, 고교 등급으로 인해 차별되어 뽑힌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처럼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평가에 따라 대입이 결정되기 때문에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어떤 스펙을 가진 학생들을 더 높게 평가할 것인지는 각 입학사정관과 대학 입시처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주관적 기준과 평가에 학부모들이 인정할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벌써부터 부작용은 속출하고 있다. 올해 처음 시작된 입학 사정관 제도에 학생들이 봉사활동 증명서를 박스로 보내기도 하고 해외 봉사활동 등 과잉 스펙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대학생들이 스펙쌓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종 자격증과 대외경험을 늘리기 위해 경쟁이 과열화되는 것이다.

http://news.donga.com/3/all/20091110/23998141/1    -    과잉봉사 등 부작용 속출


보여주기 식 학업은 사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증명하기 위해 하는 활동들은 봉사의 기본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좀 더 있어 보이고 좀 더 튀어 보이는 활동을 하기 위해 학생들은 해외로 혹은 다른 활동들에 투자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적으로 내면을 키우거나 진로에 대한 탐색을 위한 자리가 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정한 입학사정관이 학생면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잠재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서류로 나타나는 학생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심층 면접과 면담, 그리고 긴 시간의 만남으로 학생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거대한 서류들과 잠깐의 면접 혹은 논술로 학생을 평가한다면 획일화된 기준으로 뽑는 것 무엇이 다르겠는가.

한편으로는 대학은 개혁하지 않는데 입학생의 질만을 높이겠다는 건가??라는 삐딱한 시선도 생긴다. 대학은 그대로인데 좀 더 높은 질의 학생들을 뽑기 위해 대입제도만 개선에 개선을 거듭하는 것이 아닐까? 혹은 이렇게 학벌주의가 만연하고 명문대학으로의 지원이 과열화되는 양상이 무엇때문인지 분석하지 못하고 그 결과로만 나타나는 대입제도 개선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닐까? 문제의 본질이 아닌 헛다리만 짚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중에 하나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책 회전기간은 너무 짧다. 교육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매번 변화하는 대입제도와 교육체계가 무분별한 교육정책 도입에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교육 제도나 정책을 위한 전문 연구진들이 지속적으로 연구해서 결과물을 내고 점진적으로 실천하는 방향이 아니라, 정권에 의해 매번 바뀌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입학사정관 제도 또한 마찬가지로 성급한 도입이 아닌 연구를 거듭하여 한국의 교육상황에 맞는 제도로 탈바꿈시켜 도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