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이맘때쯤이 되면 67만 명의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지난 1년 혹은 3년을 뒤돌아보며 떨리는 마음으로 수능 D-day를 세어보게 됩니다. 저도 수능을 보던 그 주에는 마음이 너무 심란해져서 공부는 손에 잡히지도 않아 영화관으로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습니다. 수능이 끝나면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 저는 며칠 후면 성인이라는 생각에 ‘조금 미리 가는 것일 뿐이다’라며 자기합리화를 했었죠. 그래서 그 당시 개봉한 ‘주홍글씨’를 보겠다고 친구와 심야에 독서실 옆 영화관을 침입했었습니다. 사복으로 갈아입고 다가갔지만 당연하게도 실패로 돌아갔고 ‘온리 이프’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 같은 수험생들이 많았는지 ‘온리 이프’ 상영관에는 늦은 시각에도 저희 또래의 학생들이 많았답니다. 영화는 의외로 너무 재밌었고 눈물을 많이 흘려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일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면서 감기에 걸린 저는 코감기로 훌쩍거려 만인의 눈총을 받기도 했죠. 영어듣기 시간에 훌쩍거리지 못하고 듣기에 집중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답니다. 지나고 보니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았지만, 그 당시에는 목숨보다 중요한 일들이었죠.

 

 이제 정말 3일밖에 남지 않았네요. 인생에서 고 3때만큼 공부하는 적이 없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그래서인지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아련해지기도 하는 시기입니다. 이번 고함20 기획에서는 수능을 겪어본 선배로서 수능체험기를 각 전형별로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수시 1,2학기와 정시, 재수까지 어떻게 지나왔는지 솔직하게 풀어볼 예정입니다. 올해 수능을 본 수험생에게 직접 들어보는 수능시험 경험담도 들어 볼 예정이니까요.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겠죠? 그리고 현 대학생들이 직접 풀어보는 수능시험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현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는 바로 그 시간에 함께 풀어보려고 합니다. 점수가 몇 점이 나올 지 사뭇 궁금하기도 떨리기도 하네요. 경험기 외에는 ‘수능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존재론적이고 편안한 대담과 나라별 대입 제도 비교와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생각을 담아볼까 합니다. 수십 년간 계속되어 오는 대입제도에 대한 생각들은 사실 당사자인 수험생들이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 또한 ‘교육부는 엄친아들만 있어서 우리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 같아!’라며 친구들과 고3 시절을 교과부 뒷담화로 대부분을 보내기도 했으니까요. 그 시기의 열정적인 토론들은 이제 조금은 식어버린 것 같습니다. 저 자신에게 당면한 문제가 아니라서 일까요?

인생의 첫 도전이 될 수능시험에서 모두들 나름대로의 승리를 거두시길 빕니다. 그리고 수능시험을 지나 온 20대들에게는 과연 수능 시험이 효율적인 존재였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11월 12일.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