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분야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 ‘교육’이지 싶다. 특히 입시에 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 여기에 입시 체제를 몸소 겪은 젊은이가 있다. 그 또한 대학수학능력시험 공부를 남보다 2년 더 했고, 재수를 준비하는 동생들에게는 “스스로 선택했다면 최대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입시 체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에는 가감 없다.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아마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 ‘왕년 수험생’들이 여럿 있으리라. 이현우 씨를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균관대 인문학부에 재학 중인 이현우라고 합니다. 나이로 치면 10학번이어야 하는데 12학번입니다. 재수와 삼수를 마치고 올해 새내기로 입학했어요.


Q. 재수와 삼수 생활은 어떠셨는지요?

외국 대학을 준비하다가 부득이하게 귀국하게 되어 재수와 삼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미 익힌 과정을 다시 한다기보다는 새로운 공부를 익히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공부의 측면에서 힘들었다기보다는, 서로 다른 입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Q. 미국과 한국의 입시 환경이 어떻게 달랐는데요?

한국의 경우, 수시를 배제하면 정시에서는 점수 하나에 학생들의 대학 진학이 확연히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미묘하게 긴장감이 존재했어요. 또 공부를 목표로 한다기보다는 점수 획득이 주목적이 되어서 그에 따른 압박감이 많았어요.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 SAT나 TOEFL 점수도 물론 중요하지만, 살아온 환경이나 자기소개서, 봉사 및 리더십 실적 등 다양한 것을 고려해서 합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훨씬 자유롭게 입시를 준비할 수 있어요. 시험에 대한 압박감을 크게 가질 필요가 없죠. SAT만 해도 여러 번 응시할 수 있고, 그 중 자신이 가장 잘 한 점수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수험생 입장에서 받는 느낌이 수능과는 많이 달라요.


Q. 심적인 스트레스가 많으셨나 봐요.

점수의 압박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었다기보다는, 점수 경쟁으로만 느껴진다는 것이 힘들었어요. 예를 들어 사회문화를 공부할 때 사회과학 서적을 읽으면서 이해를 넓히고, 스스로 여러 활동을 해보는 것을 공부로 여겨 왔는데, 그보다는 정해진 교육 과정의 범위 내에서 내용을 달달 외우고 그 안에서 문제를 대처하는 능력이 주가 되는 시스템이잖아요. 공부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무의미한 경쟁을 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가장 힘들었어요.



Q. 그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아는 선생님께 해당 과목의 고전을 들고 가서, 현 교육과정과는 상충하는 면이 있다는 점을 선생님께 알려드리고 어떻게 학생의 입장에서 이해해야 하는지 여쭤 보았을 때, 질문 자체가 선생님 표현을 빌리자면 “헛짓거리”로 여겨졌던 때가 기억나요. 학생의 입장에서는 ‘진짜’ 공부보다는 점수를 목표로 할 수밖에 없고, 선생님 입장에서도 학생이 일단은 점수를 높여 좋은 대학을 가야 기회가 많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부에 대해 제대로 고민해볼 수 있는 여건 자체가 조성이 안 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던 순간이었어요.



Q. 입시체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신 것 같아요. 개선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입시체제가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헛똑똑이”들을 많이 양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공부를 하는 학생”보다는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을 원하는 구조인 겁니다. 왜 공부를 하는지,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찰이 부재해요. 경쟁에서 이겨낸 상위권 학생들도 자기가 배우는 것을 통해 사고력을 키우지 못하고 무능한 청년으로 자라나는 것 같고요.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획일화된 점수체계에서의 평가가 아니라 초·중등교육 시절부터 스스로 공부의 길을 찾을 수 있는 교육 과정 마련이 구조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공부를 단순 경쟁이 아니라 삶에서 중추적인 자기 함양이라고 느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흔히들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고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 입시를 그만큼 무겁게 생각한다는 것일 텐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현재로서는 그 말이 타당할 수도 있다고 봐요. 하지만 올바른 입시 체계가 확립되려면 그 말이 성립하지 않게끔 공부 환경이 조성되어야겠죠. 대학 입시 체계의 변별력이 더 갖추어져야 하고, 그 외에도 입시 체계의 획일성을 줄여서 다양한 방면에서 학생들이 재능과 잠재력을 사회에 내보일 수 있게끔 제도적인 마련이 필요할 것 같아요.


Q. 본인은 지난 입시 생활에서 ‘수능 점수 이상’의 어떤 것을 얻은 것 같으세요?

남들이 달려 나갈 때 잠시 멈추어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주위를 좀 더 살펴볼 수 있는 지혜를 배운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수능이라는 제도 하에서 사회적으로 보면 ‘실패’했던 경험을 해 봄으로써, 힘들 때 내 모습이 어떠한지도 알게 되었고, 그를 극복하기 위한 자기관리방법이나 용기도 얻었어요.



Q. 결국 그 기간을 통해 얻은 게 더 많다고 보시는 거군요.

미래의 군 복무 기간 2년도 그렇고, 삼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낭비 혹은 사회적 첫 출발 시의 장애로 그 기간들을 여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사실은 살아가면서 돌이켜보는 시간을 제대로 갖는 것이 오히려 나중에 힘차게,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뭐, 개인적으로는 결국 얻은 게 더 많은 셈이에요.



Q. 대학에서의 첫 1년을 보내며 느낀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동기들보다 나이가 더 많아서 신입생들의 고민을 들어볼 기회가 많았는데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성인이 되려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사회의 냉정함을 마주할 때 당황하는 경향이 있는 듯해요. 성적, 연애, 알바 문제 등에 있어서, 자신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도 그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데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 측면에서만 생각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학점은 본인이 얼마만큼 시간을 투자한지도 중요하지만, 교수님을 설득할 능력이나 자신의 과목 이해도 또한 척도인데, 공부한 시간에 비해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또 많은 학생들이 본질적으로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어떻게 대학에서 그 능력을 키워나갈지 모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안타까워요.



Q. 대선이 3주도 남지 않았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 정치 행태나 시민의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네거티브 선전을 통해 상대를 헐뜯는 것이 주가 되고, 자신의 공약과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고찰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후보들의 발언들은 많이 이념적이고 이상적인 측면을 띠고 있어서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고요. 예를 들어 문재인 후보의 발언 중 DMZ에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했어요. 현 정권의 사대강 개발이 환경 생태계 파괴로 문제시되고 있는데, 그 문제제기의 선두에 있던 후보가, 생태계가 잘 보존된 장소로 꼽히는 곳에 경기장을 건설하겠다는 말이 모순적이에요. 또 안보와 실현 가능성 측면이 고려되어 있지 않은 발언이라고 생각해요.



Q. 제안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학기에 들은 수업과 관련된 내용인데, 에너지 문제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봐요. 우리나라는 거의 대부분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큰 비중을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어요. 현 전망에 의하면 화석 연료는 이미 매장량의 반 이상을 사용했고 갈수록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므로 경제적 측면에서 시작해 생활 전반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끼칠 거라고 해요. 따라서 정부는 에너지 수급 문제를 최우선 경제 과제로 인식하고, 대비해야 할 거예요. 에너지 문제는 우리나라의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에 현실성을 더 고려해서, 화석연료 의존 비중을 줄이고 에너지 자급률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거예요.



Q.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교육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 안보와 치안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말로만 시민을 위한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