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이하 붕어빵)’의 200회 특집 방송이 있었다. 2009년 첫 방송된 이후 30~50대 주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경쟁이 치열한 예능계에서 평균 12.88%의 시청률을 보이며(2012년 기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붕어빵은 예능의 주류가 아닌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삼아 200회나 방송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앞으로도 아이들의 동심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큰 부담과 책임을 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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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은 오랜 기간 방송된 만큼 논란이 많았다. 주부 김진아(34)씨는 이제 겨우 6~10살인 아이들에 대한 ‘캐릭터 고착화’를 지적했다. 출연자 정지웅 군의 경우 방송 초기 아이큐가 무려 165나 되는 ‘천재 아이’로 불리며 큰 이슈를 낳았으나, 지금은 ‘뭘 좀 아는 애어른’같은 토크를 구사하여 보기 불편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스피드 퀴즈를 풀 때 ‘장미전쟁’과 같은 어른조차 생소한 문제를 척척 맞혀 이질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정지웅 군 역시 스피드 게임에 대해 자신에게만 제작진이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을 피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토크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 매회 정해진 주제에 대하여 부모자식간의 속마음을 털어 놓는다는 포맷이 주어지지만, 대부분 자식의 ‘부모 사생활 폭로전’이 되고 만다. 대학생 현진수(24)씨는 출연자 염은률 군을 보면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처음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의 돌발 발언이 신선했지만, 방송이 더해 갈수록 ‘부모 흉보기’식 토크로 변질되는 것 같아 보기 불편해졌다. 부모의 술버릇, 더러움, 헤픈 씀씀이 등을 만천하에 고발하는 토크는 순간적인 재미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방송이 끝난 뒤 출연 어린이와 해당 부모에게 씌어지는 ‘이미지’가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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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한상덕 씨는 이러한 문제점의 이유로 ‘대본’을 꼽았다. 방송이란 기술과 인간의 협동을 요하는 일종의 약속인데, 약속이 낯선 어린 아이들에게 유쾌한 협조를 이끌어 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이런 시스템적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대본대로 할 것을 요구하다보니 여러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예능의 경우 어떻게든 웃음을 유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그는 어린이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녹화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대본을 버리고, 아이들이 현장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를 ‘성인화’시켜 이를 어른이 즐기고자 하는 건 옳은 제작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최소화한 것이 바로 MBC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다. 아빠 어디가에 아이들 대본이 없다는 사실은 김구라가 진행하는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밝혀졌다. 직접 아빠 어디가의 대본을 구해 봤다는 김구라는 PD의 멘트만 적혀 있었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유곤 PD는 프로그램의 진정성 확보와 아이들의 동심 보호 차원에서 ‘인터뷰 금지령’ 및 ‘모니터링 금지령’을 내렸을 정도로 방송에 아이들의 ‘자연스러움’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작진의 이같은 노력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먹혀 들었다. 올해 1월 7%에서 시작한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하여, 방송 9회 만에 13.1%를 기록했다. 바로 전날 방송된 붕어빵 200회 특집보다 무려 3%나 높은 수치다. 물론 시청률의 단순 비교만으로 둘 사이의 우위를 결정할 순 없지만, 아빠 어디가가 붕어빵보다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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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빵빵 터지는 웃음 측면에서 아빠 어디가는 2% 부족하다. 하지만 ‘아빠 엄마 미소’를 짓게 하는 아이들 특유의 천진난만함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는 데에 큰 차이가 있다. 구체적인 이야기나 설정 없이 ‘배고파, 졸려, 좋아, 맛있어’ 등의 감탄사나 ‘먹는 모습, 뛰는 모습’ 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끈다. 특히 출연자 윤후 군의 경우 방송과 동시에 많은 팬을 확보하며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윤후 군의 팬이라는 최인화(29)씨는 아빠 어디가의 인기비결이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뭔가 더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없으면 없는 대로, 즉 ‘억지웃음’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했다.

방송의 특성상 의도치 않은 이미지가 출연자들에게 씌워지기 마련이다. 어리다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어린 나이에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것이 아이의 정서발달을 저해하기 때문에 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특정 인기 어린이의 경우 ‘노동력을 혹사’ 당하고 있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도 김구라의 아들 김동현 군, 염경환의 아들 염은률 군은 인기가 떨어진 아빠를 대신해 가족을 부양한다는 이미지가 있을 정도다. 이진환(26)씨는 자식의 수입이 부모보다 짭짤하다느니, 부모자식 패키지라는 식의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모습을 볼 때 어이가 없다. 어린 자식을 ‘잘 팔린다’고 표현하는 게 부모가 할 말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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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박찬민의 딸 박민하 양의 경우 온갖 드라마와 예능에 출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찬민은 딸을 ‘학대 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수많은 방송출연이 아이에게 남긴 건 인기뿐만이 아니었다. 겨우 7살에 ‘안티카페’까지 만들어졌다. ‘가식, 영악, 연예인병, 된장녀’ 등 어린 아이에게 붙이기엔 너무 가혹한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고 있다. 어린 나이에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를 방송이 만들어 낸 이미지로 인해 받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가 주축인 프로그램은 어른인 시청자들에게 ‘순수했던 지난날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을 통해 팍팍한 현실을 ‘힐링’하고 편안함과 위안을 준다. 예능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아이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는 제작진의 자유다. 중요한 것은 제작진의 의도가 아이에게 방송을 빙자한 ‘폭력’이 될 수 있지 않은지 다시금 정비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