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거세게 부는 2월 15일 밤, 합정의 씽크카페위드에는 훈훈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모임 시작 시간은 7시 30분이었으나, 7시가 되기 전부터 청년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소셜 프로젝트 기획 그룹 더넥스트에서 주최한 <청년, 넥스트 언론을 상상하다> 모임에 참가하려는 이들이었다.

현재 언론이 놓인 상황과 기존 언론사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대안언론 움직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기에, 이십대 인터넷 언론으로서 5년차에 접어든 고함20도 이 모임에 참가하였다. 사회를 맡은 더넥스트 김성환 씨가 “청년들이 꿈꾸는 언론은 어떠할지, 기존의 진보 언론 매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논의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하고 오프닝 멘트를 마친 뒤,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프로그램의 취지인 “presentation & table talk"에 따라 먼저 3명의 발제자가 발제를 하고, 뒤이어 테이블마다 발제자와 함께 논의하는 식으로 모임이 진행되었다. 대화의 시간을 가진 이후에는 논의를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3명의 발제자는 각각 류이근 한겨레 경제부 기자, 김진혁 EBS PD, 그리고 김선기 고함20 대표였다.

출처: 더넥스트 홈페이지



먼저, 류이근 기자는 현재 언론계가 맞이하고 있는 큰 환경적 변화인 ‘미디어 빅뱅’에 따라 ‘올드 미디어’라 불리는 종이 매체(신문)가 쇠퇴하는 현실을 설명했다. “신문 구독자가 국민의 70%이던 시절에서 현재는 25%로 현저히 낮아진 반면, 팟캐스트와 SNS 등 뉴미디어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매체를 특히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세대는 디지털네이티브라 불리는 2030 청년 세대지요.” 이를 비롯해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 간의 여론 불균형 심화 같은 상황도 제시하였다. 그는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기성 언론이 어떠한 변화를 꾀해야 할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EBS 김진혁 PD는 대안언론의 가능성과 한계 및 기대점에 대한 발제를 준비했다. “구체적으로 이명박 정권 하에서 이루어진 ‘언론 악법’ 제정, 각종 해직자를 양산한 낙하산 인사, 종편의 존재 같은 상황과 맞물려 등장한 대안언론은 정확하게는 ‘대안방송’의 범주가 맞습니다. 신문의 영역에서는 사실 큰 변화가 없었다고 봅니다.”

김 PD는 무엇을 대안언론이라고 불러야 하는가에 있어서 현실적인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최소한 언론장악 이전의 공정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언론(특히 방송의 영역)을 대안 방송(언론)으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굳이 진보적이라고만 규정할 필요 없다는 겁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대안언론의 요건 다섯 개를 제시했다: 첫째, 보편적 공정성을 확보할 것(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을 빠뜨리지 않는 공정한 의제 설정), 둘째 특정 세대나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을 것, 셋째 보편적 접근성을 확보할 것, 넷째 규모에 상관없이 방송국의 형태에 준할 것, 다섯째 공영방송의 재원구조나 자본구조로부터 자유로울 것.

김진혁 PD에 이어 고함20 김선기 대표는 대안 언론의 면모를 가진 고함20을 소개하고, 청년들이 생각하는 미디어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발제했다. 김 대표는 먼저, 기존 청년매체들과 고함20의 다른 점이 특정 정당과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PD가 대안언론의 ‘현실적’ 문제상황이라고 지적했듯, 고함20의 수익 구조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다.

“대안언론이 과포화된 미디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필요합니다. 수익은 광고에서 나오고요. 온라인에서 광고는 조회 수와 관련되는데, 온라인 매체 다수는 포털 사이트에 의해 접근이 원천 봉쇄된 구조입니다. 좋은 기사라도 아무도 읽어주지 않게 되는 거죠.”

김선기 대표는 공정한 기회를 포털에 요구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보았다. 미디어 생태계 조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단발적인 정부 지원이나 시민 모금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남으면 오히려 생존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이제까지 수많은 인터넷 언론이 생겨났다 사장된 것을 보면 알 수 있어요. 고함20이 20대 대표 언론을 지향하는 만큼, 양질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쓰기 위해 수익 구조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발제 이후 참가자들은 기존 언론이 맞닥뜨린 상황과 개선책으로 제시된 대안언론에 관해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보수vs진보 진영논리에 매몰된 정치 기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트렌디한 기사나, 그다지 무겁지 않은 아이템을 선정해서 쓴다면 2030 세대도 부담 없이 기성 언론에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등등 청년들의 의견 개진이 자유롭게 이루어졌다.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매체들이 현재 맞닥뜨린 상황을 알게 되어 유익했습니다. 제가 모르는 것이 많았더라고요.” 고함20 기자 최효훈(필명 감언이설) 씨의 말이다. 청년들 스스로가 언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공유하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논의하였다는 점에서 더넥스트 모임은 고함20에 도움이 될 이야기들도 활발하게 제기된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