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9일 타임지 표지에 나온 소녀를 기억하는가? 코, 귀가 잘려진 소녀의 충격적인 모습은 그 당시 큰 이슈가 되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폭력적인 시가식구들로부터 도망친 죄에 대한 대가로는 18살 소녀가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가혹한 벌이었다.  단 한 장의 사진 속에 아프가니스탄 사회의 여성들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결코 평온한 사회는 아니다. 극적인 순간들이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일어나며, 지구 한편에서는 역사가 탄생하고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이 결코 부정적인 사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엔도르핀이 가득담긴 사건들에도 해당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순간에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운이 좋아 그것을 목격한다 해도 순간적인 이미지를 온전히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인간들은 사진이란 매체를 선택하게 된다.



올해로 54회를 맞는 세계보도사진전이 서울 예술의 전당 V갤러리에서 개최됐다. 전시는 8월28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방학기간을 보내기에 딱인 것 같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코가 없는 아프가니스탄 소녀의 사진이 맞이한다. 이 전시회가 결코 가벼운 전시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충격적인 보도사진들이 종종 나타난다. 사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보도사진이며 보여줘야만 하는 것이 보도사진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기서 보도사진들의 진정한 존재 의미를 알 수 있다.

보도사진을 영어로 하면 Photo journalism 이다. 직역하자면 사진 저널리즘. 대중에게 시사적인 정보와 의견을 제공하는 활동을 저널리즘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Photo journalism은 사진을 통한 저널리즘인 것이 아닌가. 사진도 충분히 저널의 한 독립적인 분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혹자는 사진은 단순히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일종의 보조역할만을 수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그가 보조역할을 하는 사진만을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은 보조를 넘어 주체가 될 수 있다. 단 한 순간의 이미지로 상황과 더불어 감정까지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진이며 우리가 언론을 통해 만나게 되는 보도사진도 이에 해당된다.

개인적으로 전시된 사진들과 그 사진들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확실히 기존의 생각이 잡혀지는 것이 느껴졌다.

‘언론이라는 존재는 단순히 글 몇 줄만 가지고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다.’

사진출처:http://blog.naver.com/adv1981?Redirect=Log&logNo=120136029223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발생한 총격전 사진들은 그 당시의 급박한 상황과 공포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수장의 사진은 대낮 도시 한복판에서 두 남성이 총격전을 벌이고 주변의 행인들은 도망을 가는 장면들을 포착해냈다. 도망가는 인물들의 표정부터 흔들린 사진까지. 마치 보는이 자신이 그 순간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생생했다. 하지만 사진 밑에 쓰여 있는 설명 즉, 글은 확실히 그 표현에서 급박함과 공포를 느끼기 어려웠다. 단순한 상황 설명에 그칠 뿐이었다. 

사진출처: http://news.nate.com/view/20110825n05427


 최근에 올라온 기사다. 사진을 보면 무상급식 투표에 실패한 오세훈 시장의 상당한 아쉬움과 착잡함을 느낄 수 있으나 그 밑의 글을 통해서는 단순한 정보만 잡아낼 수 있을뿐 그의 표정이 어떨지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다. 물론 사진에서 잡아내지 못하는 정보도 있다. 위의 사진만 가지고는 오세훈 시장의 언제 사진인지, 표정이 왜 저렇게 어두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히 사진에서 주지 못하는 '정보' 보다 글에서 주지 못하는 '정보'가 더 아쉽다. 글에서 주는 것이 딱딱한 정보라면 사진에서 주는 것은 감정적인 정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그 기사의 특성상 쉽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이 되기 힘들다.  허나 사진이 있다면 그 기사는 감동을 줄 수도 그 상황의 생생함을 전달해 줄 수도 있다. 그러기에 보도사진이 있는 것이다. 

이번 세계보도사진전은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지나칠 수 있었던 보도사진들의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는 전시였다. 개인적으로 고함20에서 활동하는 기자로써 많은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