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라【명사】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었다. 그리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다. 알바렐라는 20대가 되어서 ‘자기 자신’을 잃었다. 그리고 세상과 돈에게 구박을 받는다. 신데렐라는 12시가 되면 집에 돌아가야 한다. 알바렐라도 알바 시간이 되면 뛰어가야 한다. 그래도 신데렐라에겐 호박마차가 있었다, 왕자님이 있었다, 유리구두가 있었다. 우리 알바렐라에겐 무엇이 있을까. 우리를 구원할 희망이 있기나 한 것일까.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그 두 번째 이야기, 누구나 쉽게 말하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특별한 이야기. 시체를 만지는 일을 경험한 김지운씨를 만나보았다.

주) 시체 닦는 일은 염습이라 하여, '알바'의 개념이 아니다. 그러나 인터뷰의 의도를 고려하여 본 기사에서는 '알바'로 지칭한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십니까. 저는 현재 4년제 대학교 재학 중이고 꿈은 작가이며, 현재 한국문예신문사의 취재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진욱(가명)이라고 합니다.

특별한 알바를 경험하셨는데 그전에도 여러 가지 알바 경험이 많으신가요?
A. 많지는 않습니다.(웃음)
  
친구들끼리 만나면 '너 할 일 없으면 시체나 닦아라' 는 식으로 가볍게 이야기 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닌데, 어떤 경로로 시체 만지는 알바를 하게 되신건가요?
A. 저는 항상 새롭게 특별한 일에 호기심을 가지곤 합니다. 그래서 ‘평범한 일은 왠지 하기 싫다.’ 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것을 하면 좀 더 특별한지 생각을 하다가 흔하게 하지 못하는 시체에 관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고민도 많이 했지만 역시 남들과 다른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큰 맘 먹고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좀더 자세히 알바(시체만지는 알바) 소개를 해주세요. 아무래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일이다보니 저희 고함20 독자들을 위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릴께요. 특히 인터넷에 보면 시체 닦는 알바를 해보고 싶다는 글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우선 시체를 만지는 일은 알바를 쓸 수가 없습니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것인데 그런 일을 쉽게 알바생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것이지요. 정확히는 알바의 개념이 아니고, 정규직이나 계약직, 그것도 아니면 임시직종으로 고용된 사람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시체는 썩으면 안 되기 때문에 약을 이용합니다. 포름알데히드라는 것인데요. 이 포름알데히드는 방부효과를 지니고 있어 시체에 이용하는데 적합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국내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되어 있는 성분의 약이기 때문에 두통, 구역질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심하면 백혈병이나 루게릭병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이 약물이기 때문입니다. (* 편집자 주 참고)

말로만 들어도 상당히 위험해 보이네요. 고인에 대한 예의도 고려해야하고, 제가 시체를 닦는 의미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알바(시체 만지는 알바)중 깜짝 놀랄만한 일도 있었나요? 귀신 이야기 같은 게 많은 것 같은데요.
A. 사람이 죽었다고 하더라도 신경은 살아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후경직 현상 때문이라고 하는데 한번은 실수로 팔꿈치 마디를 눌렀다가 팔이 번쩍 들려서 놀랐던 경험이 있습니다.(웃음)  아쉽게도 귀신은 제가 한 번도 보질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계약직이라고는 해도 아무나 뽑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귀신에 대한 겁도 없어야 할 것 같고, 시체에대한 거부감도 없어야 할 것 같은데 사람을 뽑을 때 특별하게 보는 부분이나 면접같은 것이 있나요?
A. 모든 장례식장에서 하는 방법은 아니겠지만 제가 일을 하던 곳은 다른 알바와는 다르게 특이한 면이 있었습니다. 시체를 만지는 순간부터 구역질이 납니다. 그러나 냄새가 굉장히 역하다고 해서 모든 가족들이 보는 영안실 안에서 일을 하는 도중에 토를 하거나 자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래서 시체를 다루는 방법들을 배우면서 그 고통을 얼마나 참아낼 수 있느냐가 우리가 생각하는 일종의 면접이라고 그 쪽 측에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A. 아니오. 저는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고 싶기 때문에 똑같은 알바는 되도록 하고 싶지 않습니다.

주변에 알바를 찾고있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A.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편의점이나 서빙, 또는 대형마트 등에서 일하는 것만이 알바의 전부는 아닙니다. 새로운 직종도 점점 늘어나고 있기에 일할 자리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요즘에 알바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에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찾기 힘든 것이 오히려 자기 주변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집 근처 장례식장을 찾아서 한번 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웃음) 그래도,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시체를 닦는 일은 경건한 마음으로 해야 하고, 절대 알바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알고 계셨으면 좋겠네요.

20대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시체 닦는 일은 흔히 말하는 '고소득 알바'로 잘못 알려져 있다. 유명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시체 닦기에 대한 경험담이나 후기가 이 소문에 일조한다. 그러나 인터뷰 내용처럼, 시체를 수습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위험한 약품을 사용하기에 그러하고, 고인과 유족에 대한 예의를 위해선 더욱 그러하다. 알바렐라는 분투하는 20대의 자화상을 그린 연재다. 그러나 이번 회는 예외다. 분명히 알아두자, 시체 닦기. 알바가 아니다.


* 편집자 주

본 기사에 기재된 '시체 염습 시 포름알데히드 사용'에 관해 제기된 의문에 대해, 기자 및 인터뷰이에게 전후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확인 결과, 인터뷰이가 시체 염습 아르바이트를 수행한 바는 확실하나 포름알데히드의 사용에 대해서는 정확한 확인 답변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사실 관계에 관한 확인이 미비했던 점 사과드리며, 앞으로 확인된 사실만을 기사에 담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고함20